<공기인형> 10월 13일 12:30 GV센텀시티 3관
몸속이 공기로 가득한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 옷을 입고 산책을 나선다. 세상을 처음 만난 아이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그녀는 마을의 DVD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함께 일하는 쥰이치(아라타)를 짝사랑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세상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은 노조미를 다치게 하고, 자신이 싸구려 성인용품임을 알게 된 노조미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촉감과 청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동화처럼 풀어내는 <공기인형>은 말랑하고 따뜻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러나 사람이자 인형인, 아이이자 성녀이자 창녀이기도 한 노조미를 연기하는 배두나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그녀이기에 가능한 몇몇 장면들은 기묘한 불편함으로 깊이 인상에 남는다. 이를테면 제 몸에 스스로 공기를 주입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순간들 말이다.
글 윤희성
<페어 러브> 10월 13일 17:00 씨너스 부산극장 3관
나이 5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한데다 친구한테 사기까지 당해 형 집에서 얹혀살다시피 하는 초라한 싱글, 형만(안성기).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친구의 딸 남은(이하나). 여대생 남은은 첫 만남부터 형만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형만도 그런 남은이 싫지 않다. 50대 노총각과 20대 여대생의 연애를 기록한 <페어 러브>는 배우들에게 빚진 부분이 많다.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 국민배우라는 타이틀로 남아있던 안성기를 형만으로 캐스팅한 것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을 정도. 사랑을 쫓는 이미 지난 줄 알았던 형만은 사실 순정파다. 그것은 오랫동안 부인과의 로맨틱한 순간을 커피광고에서 연출하기도 했고, <겨울 나그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멜로 영화의 남자주인공 자리를 도맡았던 그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배우>로 2005년 PIFF에서 호평을 받았던 신연식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는 고르지 않은 흐름을 보이기도지만 무엇하나 쉬운 게 없는 어설픈 남녀의 사랑을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피해주는 사람도 없는” ‘페어한 러브’를 주장하는 이 남녀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무엇보다 강직함의 표상 같았던 안성기의 입에서 “오빠라고 불러봐”라는 닭살 돋는 대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글 이지혜
<더스트> 10월 13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GV(관객과의 대화)
세상의 종말은 자주 찾아온다. 모든 예언의 끝은 세상의 종말에 맞닿아 있고, 그 끝에 살아남은 자들은 침묵한다. 비 아시아권 신예 발굴을 위한 플래시 포워드 경쟁섹션에 초대된 룩셈부르크 출신 신예감독 막스 자코비의 영화 <더스트>는 세상의 종말 이후에 남아있는 두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만드는 침묵의 삼각형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의 종말 이후, 쌍둥이 남매 엘로디와 엘리아스가 살고 있는 어느 깊은 산 속의 고성(古城)으로 살아남은 또 다른 한 사람이 도착한다. 상처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 가브리엘은 고요하던 남매의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더스트>는 종말 이후의 풍경을, 소설 <로드>처럼 끝 모를 잿빛 암흑으로 그리지 않고, 인간의 말이 사라진 세상 속에 자연의 소리를 되살려낸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아주 사소한 눈빛의 떨림, 표정의 변화를 통해 세상의 끝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의 감정을 읽어낼 심미안을 가진 이들에게 <더스트>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윤이나
몸속이 공기로 가득한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 옷을 입고 산책을 나선다. 세상을 처음 만난 아이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그녀는 마을의 DVD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함께 일하는 쥰이치(아라타)를 짝사랑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세상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은 노조미를 다치게 하고, 자신이 싸구려 성인용품임을 알게 된 노조미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촉감과 청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동화처럼 풀어내는 <공기인형>은 말랑하고 따뜻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러나 사람이자 인형인, 아이이자 성녀이자 창녀이기도 한 노조미를 연기하는 배두나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그녀이기에 가능한 몇몇 장면들은 기묘한 불편함으로 깊이 인상에 남는다. 이를테면 제 몸에 스스로 공기를 주입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순간들 말이다.
글 윤희성
<페어 러브> 10월 13일 17:00 씨너스 부산극장 3관
나이 5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한데다 친구한테 사기까지 당해 형 집에서 얹혀살다시피 하는 초라한 싱글, 형만(안성기).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친구의 딸 남은(이하나). 여대생 남은은 첫 만남부터 형만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형만도 그런 남은이 싫지 않다. 50대 노총각과 20대 여대생의 연애를 기록한 <페어 러브>는 배우들에게 빚진 부분이 많다.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 국민배우라는 타이틀로 남아있던 안성기를 형만으로 캐스팅한 것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을 정도. 사랑을 쫓는 이미 지난 줄 알았던 형만은 사실 순정파다. 그것은 오랫동안 부인과의 로맨틱한 순간을 커피광고에서 연출하기도 했고, <겨울 나그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멜로 영화의 남자주인공 자리를 도맡았던 그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배우>로 2005년 PIFF에서 호평을 받았던 신연식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는 고르지 않은 흐름을 보이기도지만 무엇하나 쉬운 게 없는 어설픈 남녀의 사랑을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피해주는 사람도 없는” ‘페어한 러브’를 주장하는 이 남녀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무엇보다 강직함의 표상 같았던 안성기의 입에서 “오빠라고 불러봐”라는 닭살 돋는 대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글 이지혜
<더스트> 10월 13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GV(관객과의 대화)
세상의 종말은 자주 찾아온다. 모든 예언의 끝은 세상의 종말에 맞닿아 있고, 그 끝에 살아남은 자들은 침묵한다. 비 아시아권 신예 발굴을 위한 플래시 포워드 경쟁섹션에 초대된 룩셈부르크 출신 신예감독 막스 자코비의 영화 <더스트>는 세상의 종말 이후에 남아있는 두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만드는 침묵의 삼각형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의 종말 이후, 쌍둥이 남매 엘로디와 엘리아스가 살고 있는 어느 깊은 산 속의 고성(古城)으로 살아남은 또 다른 한 사람이 도착한다. 상처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 가브리엘은 고요하던 남매의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더스트>는 종말 이후의 풍경을, 소설 <로드>처럼 끝 모를 잿빛 암흑으로 그리지 않고, 인간의 말이 사라진 세상 속에 자연의 소리를 되살려낸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아주 사소한 눈빛의 떨림, 표정의 변화를 통해 세상의 끝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의 감정을 읽어낼 심미안을 가진 이들에게 <더스트>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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