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어서도 아직 순진한 구석이 있는 노총각과 그의 친구의 20대 딸이 조금씩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 사이에 한쪽의 희생 없는 사랑이란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는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의 문법 안에서 과연 사랑의 공평함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영화 <페어 러브>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10월 10일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는 신연식 감독, 주연배우 안성기, 이하나, 그리고 진행을 맡은 김영진 평론가가 참석했다.

나이차를 잊은 안성기, 그의 뺨을 손가락으로 찌를 수 있는 이하나

비록 빤한 질문이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나이차를 극복하고 멜로 연기를 선보인 안성기와 이하나의 심경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워낙 좋아서 책을 덮었을 때 이미 나이차는 극복되었다”는 안성기는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일지 부담이 된 건 사실”이지만 “보통 나이가 들수록 입지가 줄어드는데, 지금 이런 영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고, 이하나 역시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남자에게 마음이 가는 나이”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특히 스스로 “그만하면 괜찮은데도 한 번 더 찍자고 연기 욕심을 부리는 이하나에 대해 많이 배려했다고 자부”한다는 안성기를 통해 이하나는 “대한민국 여배우 중 유일하게 안성기의 뺨을 손가락으로 찌를 수 있는 배우”(신연식)가 될 수 있었다.

<페어 러브> 부산에 사랑의 훈풍을 일으키다

과연 사랑 안에서 공평함이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사랑이 ‘페어’하다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랑이 ‘페어’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신연식 감독의 <페어 러브>는 이렇게 두 배우의 친밀함을 바탕으로 밀도 있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덕분에 현재 PIFF에 모인 영화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부산에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팬들은 소문만 들리고 직접 작품을 접할 수 없어 호기심에 안절부절 하겠지만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제 곧 이 부산발 훈풍은 서울을 비롯한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갈 테니.

글. 부산=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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