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야구단’은 분명히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팀의 선수들이 정말 야구 실력이 늘어야 하고, 앞으로 있을 전국대회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추가 선수를 뽑는 일도 생겼다. 갈수록 예능과 다큐를 혼동하는 이 ‘야구선수’들을 위해 그들의 현재를 점검할 수 있는 스카우팅 리포트(야구 선수의 현재 능력과 분석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C는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이 바보들이 야구를 하고 있어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그들이 “삽질 대신 야구”를 하게 된 건 김C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짜고, 팀의 장기적인 플랜까지 제시한다. 한 경기를 포기할 각오까지 하면서 팀원들의 포지션을 바꿔 다양한 수비 훈련을 시킨 것은 진짜 ‘야구인’의 마인드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 또한 그가 이하늘을 ‘늙은 사자’라 말하고, 마르코의 타격 문제를 지적하면 그것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각인 되면서 출연자의 캐릭터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경기 흐름이 불리해질 때 상대팀 에이스가 ‘선출’(선수출신) 아니냐며 효과적인 항의도 한다. 다만 감독에 너무 몰입해 예전처럼 해설에서 촌철살인의 재미가 떨어진 게 흠이라면 흠.

임창정은 (약하게나마) 싱커를 구사하는 등 공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제구력도 그럭저럭이며, 살짝, 아주 살짝 오른손 타자의 몸 쪽으로 역회전되는 공도 던진다. 다양한 구질과 적당한 체력으로 팀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야하는 이닝이터 역할을 해야 할 투수. 하지만 바깥쪽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구속도 느려 타자들이 공에 조금만 적응하면 통타 당할 가능성이 높다. 공의 속도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질을 늘리는 것이 필요할 듯. 또한 다른 투수들인 김창렬과 이하늘이 내야수비도 한몫 하는데 반해 임창정은 다른 포지션에서 큰 임팩트가 없다. 이러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예능 A급’이어도 경기 중에는 모습이 잘 안보일지도. 게다가 새로 입단한 ‘A급’ 김성수는 정말 잘 던지고, 잘 생겼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연예인 야구팀 조마조마를 이긴 뒤, 마리오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파울 플라이를 잡아 팀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도 놓쳤던 그였다. 물론 그는 아직 상대팀의 도루를 막지 못한다. 덕분에 상대팀은 박빙의 승부마다 마음대로 도루를 해 득점 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마리오는 이제 원바운드 공도 막고, 파울 플라이도 잘 잡는다. 포수가 야수 중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실력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의 개그에 웃기만 했던 그는 “24회만에 웃겼”다. 노력하면 가끔은 안 될 것도 된다.

1루수는 대개 팀의 중심타자, 특히 장타를 잘 날리는 거포가 많다. 오지호는 바로 그 거포 1루수가 될 수 있다. 그는 어떤 공이든 당겨치기로만 외야 멀리 날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밀어치기만 좀 더 보완하면 사회인 야구 3부 리그에서는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가 될 것이다. 초반에는 쉬운 공도 종종 놓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낮게 깔리는 송구도 무리 없이 잡아낸다. 게다가 외모와 달리 예상치 못한 ‘삐’소리 나는 언어 구사와 불시에 터뜨리는 방귀 등으로 틈나는 대로 웃음도 준다. 문제는 내년 초에 방영하는 KBS 드라마 <추노>. 방영에 들어가면 밤을 새는 게 기본인 드라마 촬영 스케줄 안에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재형 PD는 오지호에게 비타민을!

이제 중학생(15세)인 나이에 파워 있는 타격을 기대할 수는 없다. 기술 훈련 보다는 소속사에서 체력 훈련과 함께 잘 먹고 잘 재우길 기대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아직 정확성은 떨어져도 팔이 멋지게 뻗어 나가는 타격 폼은 삼촌들보다 낫고, 빠른 직구를 받아 치거나 잡은 공을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 토스로 유격수에게 던지는 등 예상치 못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그만큼 타고난 야구센스가 있다는 얘기. 험하고 짓궂은 삼촌들 사이에서 웃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부단한 연습으로 ‘야구돌’이 되면 어떨까.

요즘 김창렬은 덕아웃에서는 응원구호를 외치며 동료들을 격려하고, 경기장 안에서는 어지간해선 웃지도 않는다. 그는 마운드에서 빠른 공을 던지고, 최근에는 빠른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았으며, 최근 몇 경기에서는 5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그는 설정이 아니라 정말 야구에 진지하다. 김창렬이 벤치클리어링(빈볼 시비가 났을 경우 두 팀 선수들이 벌이는 몸싸움)이 아니라 경기 중에 이만큼 활약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한 일. 3루수를 볼 때 정면 강습타구 처리만 더 나아진다면 만화에나 나올 법한 실력 있고 열정적인 주장이 될 수 있을 듯.

야구의 수비에서 중요한 포지션은 포수-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다. 이하늘은 천하무적 야구단 내에서 괜찮은 제구력을 가진 투수고, 팀 최초로 더블플레이를 성공한 유격수다. 부상을 입을 만큼 허슬 플레이를 하고, 팀 내 볼 넷 1위일 만큼 타석에서 끈기도 있다. 제작진이 미니 <인간극장>까지 만들며 그를 앞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그램 초반만 해도 툭하면 팀원들과 말다툼을 하던 이 ‘늙은 사자’가 어느덧 경기장에서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기장 내외에서 동생들을 챙기는 광경은 그 자체로 드라마가 된다. 다만 자신의 나이와 체력과 유연성을 망각한 무리한 주루플레이만 안하면 더욱 좋을 듯.

김준은 요즘 좀처럼 실책을 저지르지 않고, 중계 플레이시 정확하게 송구를 하며, 선구안이 좋아 삼진도 잘 당하지 않는다. 김준이 가제트처럼 늘어나는 팔로 좋은 수비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기본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의 모습. 타격시 높은 공에 손이 나가거나, 무게 중심 이동이 안 돼 상체가 먼저 나가는 습관을 고쳐서 정확도를 높이면 어떤 상황에서든 믿을만한 선수가 될 것이다. 그런 모습에 소녀 팬들이 그에게 더욱 반하게 될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A급’에게 기대한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빠르다. 센스도 있다. 하지만 3경기 째 무안타다. 수비에서도 플라이는 잘 잡지만 중계 플레이를 할 때 자꾸 공을 놓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 특히 한민관의 경기력이 흔들리면 천하무적 야구단의 ‘예능’도 흔들린다. 경기 중에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마저 잊고 야구에만 몰입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민관은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개그를 해 경기 중 한 번쯤 웃고 지나갈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정말 다큐가 되지 않으려면 그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하늘과 함께 지옥훈련을 떠나 정신도 차리고, 단독 샷 받으며 마음껏 개그욕심을 부려보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천하무적 야구단’의 최재형 PD는 마르코가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다만 제구가 안 될 뿐이다. 또한 그는 좌/우 타석 양쪽에서 안타를 칠 수 있고, 누구보다 빠르다. 타격시 상체만 쓰기 때문에 거의 팔 힘만 쓰고, 히팅 포인트도 늦어 대부분 밀어치는 타구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외야에 떨어지는 안타를 칠 만큼 파워도 좋다. 공을 칠 때 상체를 안정시키면 점프를 하고, 다리를 고정하면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것만 고쳐도 좋은 타자가 될 것이다. 물론, 이건 안타와 실책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그의 성격을 조절할 때의 일이다. 마르코는 지금 몸이나 마음이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SK 와이번스에 계신 야신(野神)에게 1주일쯤 훈련을 받길 권한다. 정말 ‘잘’ 해줄 거다.

이현배는 이것저것 꽤 잘하는 ‘깍두기’다. 1루수 수비시 송구를 잡는 것은 안정적이었고,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끔 안타도 친다. 하지만 이제야 12명인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한 포지션이라도 확실히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는 ‘이하늘 동생’이라는 것 외에는 캐릭터도 잡지 못했으니 빨리 주전으로 안착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포수로 출전해 결정적인 순간에 혼신의 블로킹으로 주자를 막을 만큼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포수 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이현배가 ‘이하늘 전담포수’가 될 수 있다면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김성수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치트키’다. 사회인 야구 3부 리그에서 그의 시속 120km 대 패스트 볼은 박찬호의 150km짜리 공과 다름없고, 그는 그 공을 정확하게 제구한다. 완급 조절 때문인지 경기 후반에는 구속을 줄였지만, 김성수가 있다면 위급한 상황의 구원투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다가 외모는 말 그대로 ‘영화배우’니 앞으로 오지호와 함께 국대(외모) 타선을 만들면 제작진이 흐뭇해할 듯. 문제는 오히려 야구팀의 사정. 입단을 하긴 했지만, 김성수 같은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가면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느닷없이 나타난 야구실력 빵빵한 슈퍼맨. 공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멀리 보낼 수도 있으며, 달리기도 빠르다. 게다가 그는 원래 야구팀 ‘조마조마’ 소속인데다 그룹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예능에 열심이다. 노라조의 노래 ‘슈퍼맨’ 덕에 출연하자마자 응원송도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다소 주춤했던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듯. 오히려 사회인 3부 리그 선수치고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조빈이나 김성수 같은 선수들의 참여로 천하무적 야구단의 성장 스토리가 밋밋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면 걱정. 하긴, 그러면 2부 리그 가면 되지. 야구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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