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와 함께 간다> 10월 9일 17:00 CGV 센팀시티 4관 GV(관객과의 대화)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 주연. LA, 필리핀, 홍콩 로케이션에 전직 형사와 갱단이 등장하는 이야기. 여기까지 들으면 할리우드의 거대 액션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그러나 감독이 트란 안 홍이라면 상황은 급변한다.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를 통해 베트남의 현실과 그 안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그려냈던 감독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 직접 캐스팅한 세 명의 월드스타를 자신만의 세계로 끌어 들었다. 대부호의 아들 시타오(기무라 타쿠야)를 쫓는 전직 형사 클라인(조쉬 하트넷)과 홍콩 마피아 두목 수동포(이병헌). 서로 다른 이유로 그를 찾지만 그들은 똑같이 악몽에 시달리고 실제와 환영 사이에서 방황한다. 홍콩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십자가를 그리고, 시타오를 쫓는 클라인은 수도승을, 행려병자에 가까운 시타오는 구세주의 현신이며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다른 이의 고통을 떠안는 모습은 순교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 이것은 트란 안 홍 감독의 새로운 종교영화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도 멋지게 빛나는 스타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겐 견디기 힘들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감독이 던지는 무수히 많은 이미지들의 상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물론 관객의 몫이요, 즐거움이다.
글 이지혜

<여행자> 10월 9일 19: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
인생이 여행이라면, 우리가 결국 돌아가야 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는, 1975년의 어느 고아원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여행을 떠난다며 새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진희(김새론)가 아빠(설경구)의 손을 잡고 도착한 곳은 보육원이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진희가 아빠와의 이별을 인정한 뒤 또 한걸음 내딛기까지의 과정이 보육원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에 섞여 보인다. 영화 속 1970년대의 가난한 풍경들은 진희가 부르는 ‘당신은 모르실거야’의 가사처럼 저 멀리 ‘세월에 흘러간’ 추억을 불러온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가진 아역배우 김새론은 아빠에게 버려진 일곱 살 진희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장난기 어린 특유의 표정을 지운 고아성에게선 성장의 기운이 감지된다. 한국 출신 프랑스 입양아인 감독이 그린 자전적인 이야기는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글 윤이나

<미장원집 딸> 10월 9일 13:30 CGV 센텀시티 5관
페이는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서 조그만 미장원을 하는 싱글 맘인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녀다. 페이는 술 취한 애인에게 맞아 맨발로 도망친 엄마에게 신을 신겨 주고 말없이 자전거 뒤에 태워 병원에 데려간다. 하지만 남자관계가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엄마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월경을 갓 시작한 어린 소녀가 견뎌내기 쉽지 않고, 결국 페이는 남자와 여행을 가려는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사람들이 엄마에 대해 뭐라는지 아느냐”고 대든다. 소소한 갈등과 미미한 화해가 이어지던 중,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없이 과일을 나눠 먹던 모녀의 짧은 휴전은 엄마가 임신했다는 고백에 깨지고 만다. 그 이후로는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런 사건이 이어지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작되었던 영화는 역시 아무 일 없었던 듯 담담하게 끝이 난다. 어쩌면 가족의, 특히 모녀의 애증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말라카 출신인 여성 감독 샬롯 림의 장편 데뷔작.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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