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TV 다큐멘터리의 역사에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MBC <북극의 눈물>, KBS <누들로드>, EBS <한반도의 공룡> 등 빼어난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고, 대중적으로도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북극의 눈물>은 12%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큰 화제가 됐고, 결국 영화화됐다. TV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북극의 눈물>의 조준묵, 허태정 PD를 만나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화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화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허태정
: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맥스 같은 데서 동물과 자연을 북극에서 최초로 찍었기 때문에 교육용으로 하자고 했는데, 그 얘기가 영화로 발전을 했다. 환경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영화화 하자는 얘기가 오고가면서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조준묵 : 전주국제영화제 쪽에서 영화로 할 생각이 있으면 기간 중에 상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상업영화로 해도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배급사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니 사업 제의를 한 거겠지.

“극장판은 좀 더 발가벗겨지는 느낌”

영화 시사 후 반응은 어떤가.
허태정
: 주변 사람들은 격려 차원에서 좋게 말해 주더라. 사실 다큐는 관객이 만 명만 넘어도 대박이라는데, 목표는 10만이다. 시사를 하고 나니까 영화가 개봉 된다는 게 실감나서 잠을 못잘 정도로 긴장 된다

극장에서 보면 정말 느낌이 다른가.
조준묵
: 우리는 수백 번을 봤지만, 시사 때 보니까 또 느낌이 다르더라. 돈 내고 보면 또 다를 것 같다. 영화는 TV하고 또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돈 내고 여기 들어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면대면으로 접촉을 하는 느낌이다.
허태정 : 좀 더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있는 거지. TV는 보다가 재미없으면 돌리면 그만이지만, 영화는 보고 나서 에이, 속았네 하면 굉장히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편집을 새로 다 한 것인가. 계절별로 편집됐는데, 책도 그런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함께 염두에 두고 작업 한 것인가.
허태정
: 책 작업을 할 때 이미 영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1년을 찍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 계절적으로 1년을 다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북극곰이 워낙 부각 됐는데, 북극곰을 주인공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허태정
: 그러기엔 조금 부족했다. (웃음) 일 년 정도만 더 기회가 있으면 가능했을 거다. 사실 3월에 북극곰이 굴에서 나오고, 4월에 사냥을 하고, 어미가 새끼에게 물개 잡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장면을 찍고, 다른 생태적인 부분을 좀 더 찍는다면 가능했겠지만.
조준묵 : 그러려면 경험상 3년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 곰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3월에서 10월까지 이기 때문에 헌팅갔다 와서 촬영 하고, 본격적으로 찍고, 포스트 프로덕션을 하면 3년 정도다. 그런데 3년을 안주지.(웃음)

영화를 염두에 뒀다면 다른 방식으로 찍었을 수도 있었겠다.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조준묵
: 앵글 구사에서 아쉬움이 많다. 롱샷이 좀 더 크면 좋았을 텐데. 확실히 스크린으로 볼 때는 앵글 구사가 달라야겠더라.
허태정 : 북극곰에 대한 스토리를 좀 더 보충 했다면 이야기에 밀도가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대본과 내레이션도 새로 작업을 한 것인가.
허태정
: 그렇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그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들이 축이 되기 때문에 축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다듬었다. 어떤 사람들은 시사를 보고 나서 좀 더 내레이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영화일수록 해설을 자제하고 이미지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 자제를 했다.
조준묵 : 내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많다. 모니터를 했을 때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영화 마지막 대사는 그대로 살렸다. 편집을 새로 했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필요한 대사를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했다.

“지방에서도 볼 수 있게 전국적으로 개봉을 한다”

스크린 상영을 위해 사운드를 보강했다고 들었다.
조준묵
: 보강이 아니라 아예 새로 녹음을 했다. 체코 프라하필에 가서 녹음도 했고. 우리가 방송을 할 때는 5.1채널 방송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는 당연히 돌비 시스템으로 해야 된다. 그래서 음향은 욕심을 좀 냈다.
허태정 : 아무래도 음향은 집에서 듣는 것과 극장에서 듣는 것이 환경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음향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했다.

영화는 관객이 찾아와야 하는데, 홍보에 대한 걱정은 안 되나.
허태정
: 영화는 화제를 만들어서 홍보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입소문을 타면 사람들을 끌기 때문에 그런 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더라. 걱정도 많이 하고 있지만, 자녀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같이 와서 보고 싶은 영화가 되지 않겠나 생각 한다.
조준묵 : <북극의 눈물>은 일단 보고 나서 같이 온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게 동기유발이 되어 보실 수 있다면. 발품 팔아서 와서 보시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참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좀 잘 살면 영화 잘 되는 거고. (웃음) 우리 상영 시간이 180분 쯤 되는데, 환경영화제 때 애기들이 한 시간 반쯤 되니까 못 참고 밖에 나가더라. 어휴, 다큐멘터리 영화 와서 보기 쉽지 않다. (웃음)

손익 분기점이 10만이라고 들었다.
허태정
: 영화로 제작하는 비용에다 홍보비가 많이 책정 되더라. 수익이 나면 극장에서 일단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배급사와 나누는 방식이다.
조준묵 : 우리도 이번에 알았지만 원래 상업영화가 그런 방식으로 투자와 수익 배분을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들 네트워크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개봉관 확보는 어떻게 되나. 지방이라서 못 볼까 걱정하는 팬들도 있더라.
허태정
: 전국적으로 개봉을 한다. 10개관 이상 될 것 같은데 지방이라도 부산, 대구, 광주 같은 큰 도시는 CGV 쪽에서 개봉을 한다. 입소문을 타면 좀 더 개봉관이 확대 되겠지.

<서편제> 같은 학생 단관을 노림직하겠다. (웃음)
조준묵
:우리의 주요 타겟인데 신종플루 때문에! (웃음) 학교나 그런 쪽에서 우리에게 강연 의뢰도 참 많이 들어 왔었다. 환경 문제랄지 강연에 대한 수요를 영화가 맞춰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종 플루가…. (웃음)

“사실 내가 환경을 그렇게 보호하는 인간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누들로드> <한반도의 공룡> 등 다큐 붐이 있었다. <북극의 눈물>이 이렇게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
허태정
: 워낙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고, 고생을 했던 것들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주제 의식이 선명 했고, 그것에 대해 촬영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환경 문제는 지금도 강렬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니까.
조준묵 : 작품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우리의 내러티브가 선명했던 것 같기는 하다. 주제를 끌고 가는 서사구조 자체가 강했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 점은 있었던 것 같다.

MBC 내부에서 환경 PD로서의 입지가 달라졌을 것 같다.
조준묵
: 그래서 새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지금 <북극의 눈물>이 문제가 아니다. (웃음) 그래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오마이텐트>라고 김제동씨가 메인 MC로 이틀 동안 게스트와 캠핑을 가는 방송이다. 가서 캠프 체험을 하면서 환경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토크쇼다. 김제동씨가 워낙 산을 좋아해서, 첫 촬영가서 “이거 꼭 돼야 합니다” 그러더라. 취미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웃음) 사실 내가 환경을 그렇게 보호하는 인간은 아닌데, 자꾸 그런 쪽으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점점 의무감이 든다.

MBC에서 장기적으로 ‘눈물 시리즈’를 기획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허태정
: 내가 그 프로젝트에 프로듀서로 참여 한다. <아마존의 눈물>을 진행 중이다.

MBC 다큐가 환경 쪽으로 편향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허태정
: 일단 환경 문제에 좀 더 집중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다양한 방면으로 제작은 진행 하지만, <북극의 눈물>로 이슈를 좀 더 부각하려는 점은 있다.

MBC에서 홍보에 대한 도움은 주나?
허태정
: <선덕여왕>과 <무한도전>팀에서 홍보 영상을 만들어 주셨고, 앞으로도 지원이 있을 것 같다.
조준묵 : MBC가 지원을 해야지. KBS랑 SBS가 안 해줄 텐데. (웃음)

극장판이 새로 나왔으니 다른 수상 소식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조준묵
: TV판으로는 상해 페스티벌 등 여러 곳에 출품을 했었고, 영화판을 따로 계획 중이다.
허태정 : 요즘은 방송영상진흥원에 투자 심사 들어오는 작품들을 보면 프로덕션 쪽에서도 영화 상영을 목표로 하고 기획안을 꾸미더라. 콘텐츠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영화판 편집이 작품 판매에 더 유리할까?
조준묵
: 사실 <누들로드>나 <한반도의 공룡>도 잘 되는 게 중요하다. 드라마나 예능과 달리 다큐는 투자 대비해 폼이 안 나서 그런지 투자가 너무 없는데, 이게 전체 파이가 커져야 한다. 다큐하나 잘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인 흥행도 가능하고. 만약 다큐가 투자의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한다고 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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