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나는도다>가 이번 주로 막을 내린다. MBC의 편성 문제로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영해야 했던 <탐나는도다>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이유로 원래 방영분보다 4회가 줄어든 16회로 종영한다. 하지만 방송사의 결정 반대편에는 조기 종영을 반대하며 신문 광고를 낼 만큼 열성적인 시청자들이 있다. 그들은 <탐나는도다>의 무엇에 빠졌는가. 그리고 <탐나는도다>가 지금 한국 드라마에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탐나는도다>의 마지막 주에 <10 아시아>가 탐라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보냈다. <탐나는도다>의 마지막을 담은 사진들과 배우들의 인터뷰, 그리고 팬의 마음으로 만든 <탐나는도다>를 위한 선물도 함께 마련했다.

“이제 우리의 시간은 여기까지다.” 멈추었다. 탐라의 해녀가 새로운 세상에 나가겠다는 꿈이, 양반의 아들이 해녀의 딸을 보호하겠다는 희망이. 탐라가 아닌 한양에서 해녀와 양반은 친구가 될 수 없고, 집안의 구속이 싫어 바다를 건넌 이양인은 조선의 법에 의해 속박된다. 청춘은 자유롭고 평등하나, 그들이 사는 세상은 해녀와 사대부와 이양인을 갈라놓았다. MBC <탐나는도다>에서 박규(임주환)가 한양에 발을 디딘 장버진(서우)에게 그들의 시간이 종결됐음을 말할 때, 세 청춘의 희망은 좌절된다. 청춘의 꿈과 사랑과 희망은, 어른들의 현실과 신분과 억압 앞에서, 멈추었다.

대사가 아닌 영상으로 전달하는 진심

이 슬픈 선언은 마치 <탐나는도다>를 ‘우리의 시간’이라 여긴 사람들에 대한 고백처럼 들린다. 자유롭고자 했던 윌리엄(황찬빈)은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서린(이승민) 상단의 노예가 됐고, 드라마의 형식에서 자유롭고자 했던 <탐나는도다>는 드라마 산업의 논리에 따라 4회분이 잘린 채 이번 주에 종영된다. 청춘의 치기어린 도전이었을까. 사전 제작이라니, 주연 배우가 모두 신인급이라니, 스스로 ‘드라마’임을 망각한 그 연출이라니. 탐라의 해녀와 이양인의 만남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덧 탐라를 벗어나고픈 소녀의 이야기가 되고, 그것은 다시 천대 받은 채 평생을 탐라에서 산 해녀들의 인생이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탐라와 조선의 정치적 갈등이 깔린다. 탐라의 소녀가 꿈을 이루려면 한양의 왕부터 탐라의 포졸까지 모두 그의 행동을 용인해야 하는 ‘쇄국의 시대’의 갑갑함. <탐나는도다>는 그것을 뚫으려는 청춘의 움직임을 구심점으로, 조선시대의 정치와 신분, 조선 바깥의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원을 만든다.

<탐나는도다>는 이 복합적인 이야기를 타협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탐나는도다>는 한국 드라마 중 유독 풀 샷과 딥 포커스를 많이 활용한다. 제주도의 감귤 밭의 푸름을 보여줄 때도, 박규와 버진 어멍 최잠녀(김미경)가 마당에서 함께 술을 마실 때도, 카메라가 담는 것은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닌 그들 모두, 그리고 제주도의 풍경이다. 함께 일하고, 술 마시고, 노래하는 사이 그들은 화면 안에서 모두 생동한다. 자신의 임무를 마친 박규가 탐라의 나무 사이로 사라지며 그곳을 떠날 때, 탐라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의 진심을 증명하는 것은 대사나 에피소드가 아니다. 박규와 탐라 사람들이 벌인 흥겨운 술판의 그림 안에서 박규 홀로 빠져 나와 다른 길을 갈 때, 박규와 탐라의 이별이 주는 감정은 그것만으로도 명확하게 전달된다. <탐나는도다>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탐라의 하늘 아래에서, 치밀한 미장센을 통해 ‘진짜’가 돼 버린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배설물을 바닷가로 멀리 치우는 장면 하나에도 제주의 하늘과 바람을 싣는 영상. 박규가 탐라에서 일을 해결하는 순간, 탐라의 하늘이 음모의 근원지인 서린 위에 있는 한양의 하늘로 변한 것은 이 작품이 시청자와 대화하는 방법이다. 탐라의 하늘에서 한양의 하늘로, 영상에서 영상으로.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은 <탐도>만의 언어

매 회 시청자를 붙잡아 두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드라마의 미덕이라면, <탐나는도다>는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다. 작품 초반 박규와 윌리엄이 탐라에 정착하는 과정은 다른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몇 번은 싸웠을 만큼 느슨하게 진행되고, 4회가 잘려나간 것을 감안해도 13-14회쯤에야 박규-서린-윌리엄이 서린 상단의 음모를 알아내기 시작한 것은 느리다. 제사장의 반란을 기점으로 서서히 호흡이 가빠지던 드라마가 세 사람이 한양에 오는 과정에서 장버진과 윌리엄의 고난이 반복되며 다시 느슨해진 것은 안타깝다. 청춘의 이야기가 현실 정치를 담은 더 넓은 세계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 동명의 원작만화의 내용과 뚜렷이 갈라지기 시작한 <탐나는도다>는 잠시 단단했던 원의 구심점이 풀린 듯 보였다.

그러나 <탐나는도다>는 그 느슨한 시간들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말없이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드라마에서 기세등등한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보잘 것 없는 여주인공의 뺨을 때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탐나는도다>에서 장버진이 박규의 어머니(양희경)에게 뺨을 맞는 것은 그가 탐라에서 한양으로 올라오기까지의 모든 이야기 뒤에 이뤄진 것이다.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소녀는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한양에서 산다. 탐라의 배경대신 어느덧 한양 건물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소녀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상황을 이해하는 대신 그의 마음속에 이입되고, 몇 백 년 전 청춘의 한 순간은 우리의 시간이 된다. 그 때도, 지금도, 자유로워지길 원했던 청춘은 거대한 세상 앞에서 좌절한다. <탐나는도다>는 시청자에게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짧은 호흡이 아닌 긴 호흡으로 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순정만화의 로맨스가 완벽한 디테일을 갖춘 현실의 배경 속에서 영화 같은 영상을 통해 전달되고, 그 순간순간의 반짝임이 모여 로맨스로부터 정치 드라마까지 모든 것이 있는 드라마를 만날 것이다. 그것은 드라마라기보다는 순정만화의 그림들을 영화로 찍어, 드라마라는 형식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화첩처럼 보여주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무엇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던 윌리엄과 장버진의 청춘이 아름다운 것처럼, <탐나는도다>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간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16시간이여, 안녕

이는 그룹 에이트의 발전이기도 하다. 그룹 에이트는 MBC <궁>, KBS <꽃보다 남자>등으로 순정만화를 드라마화 했고, 그것은 자신이 살던 세계와 다른 곳에 간 소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궁>의 완성도는 황인뢰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꽃보다 남자>는 송병준 대표 스스로가 인정한 실패작이었다. 반면 <탐나는도다>는 황인뢰 감독 없이 기존의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영상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탐나는도다>의 모든 성취는 곧 비극이 된다. 겁도 없이 <햄릿>을 인조 앞에서 시연한 윌리엄처럼, <탐나는도다>의 완성도는 신인들로, 사전 제작제로, 미장센과 음악으로, 세상에 부딪친 청춘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이룬 것이다. 그리고 방송사가 전작의 조기종영으로 인한 ‘땜빵’으로 이 드라마를 주말 저녁 드라마로 편성하면서, <탐나는도다>는 또 한 편의 ‘마니아 드라마’가 됐다. 70분물 20부작이 60분물 16부작이 됐다. 우리는 장버진과 윌리엄, 박규의 운명도, 서린의 과거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남은 2회 동안, 우리는 <탐나는도다>답지 않게 모든 것이 그저 빨리 흘러가는 모습을 볼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우리의 시간은 여기까지다.” 드라마이되 드라마의 틀 안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 자유로운 드라마는 어느 날 우리 곁에 다가왔고, 이 드라마의 아름다움에 홀린 사람들은 마치 아름다운 도자기를 보는 것처럼 <탐나는도다>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간이 지나자 <탐나는도다>는 드라마 산업의 현실에 부딪쳤다. 16시간. 그것이 우리가 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슬프게도, 우리의 시간은 아직 여기까지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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