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 평범한 남자들에게 ‘열폭’이란?
1. 얼굴만으로 길거리 캐스팅 될 만큼 잘 생긴 남자를 봤을 때.
2. 그 남자가 데뷔한지 얼마 안 돼 톱스타가 됐을 때.
3. 연기도 잘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
4. 그런데 이 남자가 송혜교 닮은 여자도 아니고 송혜교와 사귈 때.
이 남자 뭐야? 얘들아 밟아!

박중훈 : 얼마 전 토크쇼도 진행했던 영화배우. 현빈의 16년 대학 선배이자 데뷔 당시 소속된 보람 영화사에 함께 있었다. 현빈은 고교시절 선배의 권유로 연극반에 들어간 뒤부터 배우를 하고 싶어 했고, 부모가 “우리가 아는 연극영화과 최고의 대학은 중앙대다. 그곳에 들어가면 인정하겠다”며 배우 활동을 반대하자 그 때부터 ‘미친듯이’ 공부를 해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들어갔다. 그러니 학교 선배에 같은 소속사의 톱스타였던 박중훈이 현빈에게 하늘처럼 보였을 것은 당연한 일. 현빈은 박중훈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배우의 눈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고민하다 얼마 뒤 다시 만난 그가 “눈빛이 달라졌구나”라고 말한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고. 데뷔하자마자 대선배에게 ‘배우’에 대한 질문을 받은 셈. 박중훈은 현빈에 대해 “잘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뿐 굉장히 열정이 충만하다. 붕 떠서 오버하는 또래 배우들과 달리 어려움과 예의를 안다”고 말했다.

귀여니 : 한국 문학사상 가장 많은 악플을 받았을 것 같은 소설가. 현빈은 데뷔 초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귀여니 원작의 영화에 오디션을 봤다. 현빈은 <그놈은 멋있었다>의 오디션 당시 첫 번째로 시험을 봐 당시 오디션을 구경 온 여성들에게 화제를 모으면서 ‘얼짱’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늑대의 유혹>에서는 연출자였던 김태균 감독이 마지막까지 현빈의 캐스팅을 고민하다 아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아쉽게 탈락시켰다고. 현빈의 데뷔 역시 고교 시절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그를 본 연예 기획사 관계자가 현빈을 쫓아가 명함을 주면서 시작됐으니, 말 그대로 귀여니 소설에 어울릴 법한 얼짱 얼굴이라 할 수 있을 듯.

김진철 : 현빈의 영화 데뷔작 <샤워>의 감독. 그러나 저예산 영화였던 이 작품은 지금도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빈은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왔다 장기 매매로 한쪽 눈까지 잃는 순박한 시골청년을 연기했다고. 또한 현빈은 무명 시절 KBS <보디가드>에 이세은의 스토커로 출연하기도 했다.

한예슬 : MBC <논스톱 4>에 함께 출연한 배우. 또한 한예슬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할 뻔 하기도 했었다. <논스톱 4>는 현빈의 실질적인 첫 주연작으로, 이 작품의 후반부의 상당부분은 현빈-한예슬-앤디의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현빈은 <논스톱 4>를 통해 코미디와 멜로 연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었고, 더불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인정옥 작가 역시 <논스톱 4>에 출연한 현빈을 보고 “너무나 예쁘게 생겼고 어투도 좋아” 연출가에게 소개했다고.

이나영 : 거의 모든 한국인을 대두로 만들어 버린다는 전설 속의 미녀. MBC <아일랜드>에 현빈과 함께 출연했다. 당시 현빈은 이나영에 대해 “촬영 전에는 천생 여자인 것 같은데 연기할 때는 박력 있고 멋지다”고 말했고, 이나영이 자신의 감정몰입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현빈은 마니아, 혹은 컬트 드라마라는 평을 들었던 <아일랜드>를 통해 단지 잘생긴 신인에서 배우의 무게감을 얻을 계기를 마련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통을 묵묵히 참아내는 강국의 캐릭터는 KBS <그들이 사는 세상>,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까지 이어지는 그의 특징 중 하나. 언제나 여성을 지켜줄 것 같은 보디가드에 대한 판타지와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묵묵한 남자의 접점을 가진 독특한 배우의 출발점. 현빈은 마흔쯤 돼서 다시 <아일랜드>의 보디가드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선아 :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전까지 대본을 완전히 외우지 않으면 잠조차 잘 수 없었던 현빈은 김선아가 리허설 현장에서 상황에 맞춰 바로 대사를 바꾸고, 콘티 없이 현장을 진행했던 연출자 김윤철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연기하는 법을 익혔다.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연기력에서도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간다. 특히 트렌디 드라마의 재벌 2세를 하면서도 <아일랜드>의 강국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그늘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현빈이 또래 연기자들 사이에서 갖는 강점. 당시 김윤철 감독은 현빈에 대해 “82년생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고, 김선아는 “짧은 데뷔연차에 비해 연기가 참 안정적이다.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그 길을 꾸준히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동건 : 실물로 보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전설속의 미남. 현빈과 같은 소속사로,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서 함께 뛰고 있다. 현빈이 자신의 얼굴에 대해 “평범한 외모”라고 하는 것은 수시로 장동건의 얼굴을 보기 때문인지도. 장동건은 공도 잘 던질 줄 모르던 현빈이 계속 캐치볼만 하더니 어느새 제대로 공을 던지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고. 이밖에도 현빈은 야구 외에도 수영,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능하고, 건담을 비롯한 다양한 프라모델 조립과 카드 마술을 할 줄 안다. 또한 장동건은 현빈이 <친구> 출연을 결정하자 말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고, 현빈은 <친구> 촬영 전 영화 <친구>를 보며 장동건의 연기를 분석하고, 장동건에게 조언을 얻기도 했다.

김갑수 : KBS <그들이 사는 세상>에 함께 출연한 배우. 현빈은 과거 김갑수에게 “학교에서 배운 연극과 영화 연기에 혼란이 생깁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고, 이 대배우는 단 한마디의 답변을 했다. “다 똑같아.”

김민준 : MBC <아일랜드>와 <친구>에 함께 출연한 배우. 난해한 내용의 <아일랜드>와 원작에 출연한 배우들의 아우라가 짙게 드리워진 <친구>는 배우가 출연을 꺼릴법한 작품으로, 현빈이 출연을 결정하자 주변에서 모두 말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빈은 “백이면 백,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변의 우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물론 <친구>가 현빈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빈은 <그들이 사는 세상>과 <친구>에서 각각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와 2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짊어진 비극의 서사 양쪽을 소화하면서 자신이 재벌 2세 말고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그는 정신병자를 연기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빈은 연기를 통해 각자 다른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고, “경험도 많이 쌓고 싶고, 아무리 봐도 어린 것 같아”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짱’이라 불렸던 신인 배우는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송혜교 : 현재 현빈과 함께 한국의 수많은 남녀들을 ‘열폭’하게 만드는 배우.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함께 연기한 것을 인연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현빈은 자신의 이상형으로 “내 일을 이해해주는 여자”를 꼽았고, “여자를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외적인 요소는 옷과 요리 솜씨, 그리고 남편이라고 하더라. 옷 잘 입는 여자도 좋고 요리 잘하는 여자도 좋지만, 그런 여자를 빛낼 수 있는 남편감이라면 그게 정말 멋진 남자”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현빈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났다고 해도 좋을 듯. 물론 배우 생활과 연애는 별개의 문제지만, 송혜교와의 교제는 그의 20대에 있어 또 다른 의미의 정점일는지도 모른다. 잘생긴 얼굴 하나로 데뷔할 수 있었던 신인은 대선배들로부터 차근차근 연기를 배워 조금씩 배우로 성장했고, 어느덧 작품 하나를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며, 자신의 일을 이해 못할 수가 없는 여자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이 잘생긴 청년은 잘 자라고 있다. 많은 남자들을 ‘열폭’시키면서.

Who is next

KBS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현빈의 직장상사로 나온 김창완과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에 함께 출연한 윤은혜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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