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비빔회
청풍호를 끼고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다 보면 새삼 지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교통수단 같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인 사고방식까지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받지만, 그 중 음식만큼 지형과 밀접한 것도 없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가 가까이 있는 제천은 그래서 물 맑은 상류에 주로 서식하는 송어회를 즐겨 먹는다. 특히 송어비빔회는 깻잎, 당근, 오이, 양배추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채와 송어를 대접에 넣고 슥슥 비벼먹는 음식이다. 처음에는 깻잎의 향긋함이 코끝을 자극하고, 그 후에는 연어와 색깔도 식감도 비슷한 송어회가 입에서 녹는다. 회에는 역시 소주가 빠질 수 없으니, 충북지방 소주인 ‘청풍 시원’도 한잔 곁들여보자.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소주와 칼칼한 매운탕 한 술, 그 어떤 휴가도 부럽지 않다.

글. 제천=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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