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1시 50분
최근 2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이정식 팀장은 “가 시청자들에게 ‘나와 세계’, 나아가 ‘세계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까지 성찰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넓어진다는 것은 지엽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이 얽혀 결국 그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걸 깨닫는 것이다. 200회 특집인 ‘지상 최후의 풍경-사라져 가는 것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인의 식욕에 부응해 상어를 잡느라 어느새 자급자족의 바탕마저 잃어버린 마가가스카르의 베조족, 학자와 선교사들 때문에 구석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문화를 잃어버리게 생긴 필리핀의 타우바투족 이야기는 그저 지구촌 토픽이 아닌, 세계화라는 거대한 본질 안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다. 당장 최근의 쌍용차 사태만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무분별한 해외 매각이 만들어낸 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인 한 줌의 불가피한 폭력만을 물고 늘어지는 분들께 오늘 시청을 권하는 바다. 제발 세상을 읽는 좀 더 넓은 프레임을 얻으시길.

<레인 온 트립, 정지훈의 여행의 기술> 올’리브 밤 10시
궁극적 목적이 세계 정복이 아닐까 의심 가는 사람들이 있다. 뭐든지 죽도록 열심히 하고, 그 모든 것에서 말도 안 될 정도의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 비를 볼 때 드는 생각이 그렇다. 노력만으로 춤과 노래 실력, 이소룡 같은 근육과 헐리웃 주연 자리를 만들어낸 이 괴물 같은 청년에게 과연 휴식이란 있을지, 아니 휴식이란 개념을 납득은 하는지 궁금해지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그의 알프스 여행을 담은 <레인 온 트립, 정지훈의 여행의 기술>은 상당히 흥미롭다. 여행의 기술이라니. 맛있는 걸 먹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는 것 역시 여행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준비하는 이 주도면밀한 워커홀릭이라니. 그가 밝히는 “여행에서 느끼고 얻은 것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작을 꾀하는 것”이란 여행의 마지막 팁은 그래서 조금 오싹하기도 한다. 지훈 씨,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퍼지는 휴가도 한 번쯤 경험해 보라고요.

<2009 아이스 올스타즈> SBS 저녁 8시 45분
소녀는 꿈을 꿨다. 은반 위에서 우아하게 펼쳐지는 미쉘 콴의 연기를 보며 자신 역시 저런 선수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의 연기는 외울 정도로 많이 봤다. 그리고 그 소녀는 10년이 더 지난 현재 미쉘 콴 이후 피겨 여왕의 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선수가 됐다. 물론 그 소녀, 김연아는 아직도 소녀지만. 그것도 꿈 많은. 김연아를 비롯해 출연하는 선수들의 챔피언 타이틀 수만 해도 22개라고 하는 <2009 아이스 올스타즈>는 그 자체로 별들의 잔치다. 별 중의 별은 역시 김연아일 테고. 그리고 그 옆엔 역시 또 하나의 별, 미쉘 콴이 함께한다. 자신의 영웅과 동등한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니.
그래서 이번 아이스쇼는 전, 현역 피겨 여왕의 강림이기도 하지만 꿈 많던 피겨 소녀가 이룬 또 하나의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여태 그녀가 현실로 만들었던 수많은 꿈처럼.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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