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 주연배우가 빗길에 미끄러질 줄이야. 빗길 교통사고의 주인공은 바로 뮤지컬 <샤우팅>의 대성이다. 8월 12일, 그가 출연해야했던 프레스콜이 열린 아침은 사고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도 비가 내렸다. 하지만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비를 뚫고 찾아간 공연장에서는 아직도 대성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관객을 맞이한다. 대성의 ‘대성’을 만날 수 있는 건, 오로지 종이에 인쇄된 포스터와 사진들뿐이다.

가수를 꿈꾸는 대성과 승리는 빅뱅을 연상시키는 ‘뱅스’를 결성한다. 그리고 두 소년은 꿈을 위해 음악프로그램 <뮤직 타임>의 무대 크루로 일하며 땀내나는 연습실에서의 연습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텅 빈 무대 뒷정리를 할 때면 자신들의 노래를 열창하고, 절망에 빠진 날에는 연습실 옥상에 올라 ‘붉은 노을’을 부른다. 가수가 되기 위해선 기획사 오디션을 보는 게 더 빠른 21C이지만, 오히려 이런 약간의 촌스러움은 소년들의 순수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무대 위의 승리는 대성의 부재 탓인지 다크서클이 한 뼘은 더 내려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성이 형 소식은 안타깝지만 밝은 작품인데 우울할 수는 없다”는 제법 어른스러운 멘트를 하는 승리의 모습에서는 어떤 결연함까지 느껴진다. 더 이상 승리는 빅뱅의 막내가 아닌 한 작품을 오롯이 책임지는 뮤지컬배우가 되었다. 짙은 눈썹에 가려진 눈빛이 반짝인다. 이기는 습관은 시작되었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