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더 나아가서 아시아계 가수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도전한 수많은 가수들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원더걸스는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에 접근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들은 최고의 아이돌 스타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에 소속됐고,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토크쇼에 출연하거나 <틴 초이스 어워드> 같은 큰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한국가수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조금씩 가능으로 만들고 있는 그들이 미국 진출을 위해 한 단계씩 해결하고 있는 미션들에 대해 정리했다.한국에서 10대의 가수 지망생이 가장 빠르게 인기 가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은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원더걸스는 조나스 브라더스가 소속된 조나스 그룹에 소속되면서 곧바로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 순회공연에 오프닝 그룹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원더걸스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의 인기 엔터테인먼트 전문 블로거인 페레즈 힐튼이 원더걸스와 ‘Nobody’를 소개하면서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 당시 일부 미국인들은 원더걸스에 “레트로 콘셉트를 소화하는 아시아계 바비 인형들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JYP는 그들을 위해 ‘Nobody’의 뮤직비디오와 똑같이 연출한 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이는 노력 끝에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아무리 조나스 브라더스와 같은 기획사가 됐다고 해도 아시아계 신인 여성 그룹이 알려지기는 쉽지 않은 일. 그 점에서 ‘Nobody’는 원더걸스를 알리기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였다. 따라 하기 쉬운 춤과 노래가 자연스럽게 10대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원더걸스가 조금씩 화제가 된 것 역시 그들이 공연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Nobody’의 춤을 관객들에게 가르쳐주면서부터다. 선예는 ‘Nobody’에 대해 “미국인들은 캐치송이라고 하면서 좋아하더라. 미국에서는 이런 식의 군무가 많지 않아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예 그들처럼 될 수 없다면, 생소함과 재미로 승부하는 것도 한 가지 전략이다.
원더걸스의 첫 번째 공식 활동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순회공연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활동은 트위터와 유튜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는 원더걸스의 순회공연 동영상은 물론, 평상복 차림의 그들이 거리를 걷는 모습, 3일전 있었던 LA의 사인회 영상까지 공과 사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모든 활동을 담고 있다. 원더걸스가 공연 중 관객들에게 ‘Nobody’ 춤을 가르쳐 주는 모습 역시 유튜브를 통해 퍼졌다. 또한 원더걸스의 멤버들은 휴대폰을 통해 자신들의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사진과 각종 소식들을 전달한다. 지금 유빈의 트위터에 들어가면 <틴 초이스 어워드>에 대한 따끈따끈한 소식들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미국 가수들은 MTV에서 리얼리티 쇼를 찍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틴 아이돌을 노리는 원더걸스는 스스로 리얼리티 쇼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아무리 공연장에서 ‘Nobody’를 많이 가르치고, 유튜브와 트위터로 그들의 소식을 전달해도 신인 가수가 이름을 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원더걸스는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여러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하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순회공연에 참여한 것은 기본이고, 역시 자신의 곡에 독특한 안무를 곁들이기도 하는 그룹 어너 소사이어티와 함께 서로의 춤을 배우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어너 소사이어티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 오프닝에 서는 또 다른 밴드이기도 하니, 원더걸스는 조나스 그룹의 후원을 톡톡히 받고 있는 셈. 조나스 그룹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 홍보 영상에 원더걸스를 포함시켜 조나스 브라더스와 원더걸스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틴 초이스 어워드> 참가는 원더걸스가 10대에게 인기 있는 뮤지션들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명이다. 원더걸스가 아직 미국 10대들에게 유의미한 인기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은 그 세계에 진입할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원더걸스는 얼굴조차 쉽게 보기 힘든 톱스타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원더걸스는 공연 전 팬 사인회를 열고, 공연 뒤에는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한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팬들과 포옹한다. 원더걸스는 이런 방법을 통해 미국인들과 ‘개인적인’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원더걸스가 아닌 조나스 브라더스를 보러 공연에 왔던 관객들도 원더걸스와의 만남을 통해 그들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갖는다. 그 중에는 금새 ‘Nobody’의 춤을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지금도, 연예인이 사람의 마음을 가장 확실하게 얻는 방법은 직접 만나고, 인사하고, 포옹하는 것이다. 원더걸스가 미국인을 한 명씩 더 껴안을수록, 그들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도 오프닝이 아닌 메인 공연에 설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까지 미국을 향한 원더걸스의 미션은 계속된다.
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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