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명의 사람들이 원더걸스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원더걸스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거리에는 원더걸스의 ‘Nobody’가 흘러나오고, 팬들은 ‘Tell me’와 ‘Nobody’ 춤을 추며 콘테스트를 벌인다. 우리가 원더걸스 주변에서 흔히 봐 왔던 익숙한 풍경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다. 지난 8일 원더걸스가 L.A.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원더걸스의 미국 팬들은 한국 팬들처럼 원더걸스에게 환호했다. 그 중에는 직접 원더걸스 티셔츠를 제작한 사람들도 있었고, 거리에서는 원더걸스의 춤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Nobody’가 아닌 ‘Tell me’를 따라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팬들은 도시락을 싼다

사회자가 이 날의 ‘no.1’으로 뽑은 15세 소년 데이빗도 ‘Tell me’ 춤을 추며 1등을 차지했다. “여자친구를 통해 원더걸스를 알게 됐다”는 그는 “원더걸스의 독특한 춤이 예뻐보였다”고. 얼마 전에는 유빈의 트위터에 접속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데이빗이나 이 날 모인 1000여명의 팬들이 미국에서 원더걸스의 인기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팬 미팅에 모인 상당수는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원더걸스가 아직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팬층을 만들어낸 수준이라는 방증. 다만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몇몇 흑인들이 원더걸스의 노래에 맞춰 바운스를 타는 모습에서 아시아와 흑인 문화가 동시에 담겨 있는 ‘Nobody’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원더걸스가 한국에서보다 더 크고 힘차게 노래를 부른 이유

원더걸스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은 그날 저녁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에서 보다 ‘냉정하게’ 드러났다. 관객들은 공연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LED화면에 원더걸스의 영상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고, ‘Nobody’의 춤을 가르치며 관객들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원더걸스의 말에 따라줬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상으로 원더걸스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간간이 그들의 춤을 따라하는 관객들이 보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원더걸스는 조나스 브라더스는 물론, 또다른 오프닝 밴드였던 어너 소사이어티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었다. 또한 3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테이플스 센터의 규모 속에서 원더걸스의 MR 사운드는 록 밴드 만큼의 박력을 주지 못했고, 원더걸스의 가장 큰 장점인 그들의 춤 역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원더걸스 멤버들이 한국에서보다 더 크고 힘차게 노래를 부른 것은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원더걸스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다. 정말 춤을 귀엽게 춘다”

하지만 공연에서 관객들이 보여준 반응이 그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그들의 공연은 다시 유튜브를 통해 퍼질 것이고, 미국 관객들은 동영상을 통해 다시 ‘Nobody’를 접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공연이 끝난 직후 스테이플스 센터의 한 켠에 마련된 기념사진 촬영장으로 온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원더걸스는 이곳에서 공연 후원사에서 마련한 팬과의 기념 촬영 이벤트를 소화했다. 이벤트를 통해 원더걸스를 만난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원더걸스를 사랑하는 팬들일 것이다. 그들은 모두 원더걸스와의 만남에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고, 원더걸스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오직 원더걸스를 보기 위해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 티켓을 구입한 두 청년도 있었다. 직접 만든 원더걸스 티셔츠를 입은 그들은 큰 소리로 “원더걸스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다. 정말 춤을 귀엽게 춘다”고 외쳤다.

3만 명에서 3백 명을 팬으로 만드는 것

이런 팬들의 반응은 원더걸스가 하루 종일 공연과 팬들과의 만남을 반복해야하는 이유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은 하루 사이에 세 시간에 걸친 매체 인터뷰, 공연, 그리고 세 번의 팬미팅을 계속했다. 그리고 원더걸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팬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며 그들을 알리고 있었다. 스테이플스 센터에도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중 몇 백 명이 그들과 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섰고, 그들 중 몇 명은 집에서 원더걸스와의 만남을 트위터나 유튜브에 올릴 것이다. 그들을 만나러 온 관객 중에는 ‘Nobody’의 춤을 코믹하게 따라 하는 백인들도 있었다. 한 사람 한사람씩, 공연을 하고, 포옹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것이 지금 원더걸스가 그 넓은 미국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자신들을 알리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L.A=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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