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협의회, 불법음원근절운동본부가 함께 개최한 <문화 콘텐츠 강국 도약을 위한 대토론회>가 28일 오후 2시 서울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진행됐다. 불법 다운로드를 비롯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를 주요 주제로 삼은 이번 토론회에는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이승철, 옥주현이 토론 참가자로서 참가했고 비, 2NE1, 쥬얼리를 비롯한 수많은 현역 가수들이 참관했다.

이번 토론회는 각계 전문가뿐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로 진행됐지만 네티즌의 불법 다운로드나 디지털 음원 플랫폼으로서의 이동통신사가 누리는 폭리에 대한 이야기에 토론이 집중된 만큼 특별히 현장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물론 “아날로그 시대엔 LP를 소유하는 게 젊음의 상징이었지만 디지털 음원 시대가 되면서 음악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휴지 취급을 당한다”는 이승철의 토로나 “내가 작곡한 곡이 차트 1위인데 수익은 생기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작곡가 방시혁의 발언을 통해 창작자의 박탈감을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주진 않았다.

온라인제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그 문제점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뚜렷한 불법 다운로드 근절만이 음반 및 음원 시장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처럼 논의되면서 좀 더 풍성한 의견이 나오지 못했다. 물론 유인촌 장관이 언급한 개정 저작권법을 통한 헤비 업로더 및 불법 공유가 공공연히 일어나는 온라인 게시판에 대한 제재가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창작 의욕을 꺾이지 않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합법적 시장의 두 배에 달하는 영상 시장과 달리 음원 시장에선 불법 시장이 1/10 정도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온라인에서의 제재가 완벽하게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분명 단편적인 인식이다. “가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옥주현의 자기반성적 제안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영화 제작자인 나비픽처스 조민환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MP3 플레이어와 PMP 등 다운로드 문화에 기반한 제품으로 이득을 얻는 기업의 문화계 환원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의견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토론회의 제목처럼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어떤 뚜렷한 장애물 하나만을 넘어서 갈 수 있는 길은 더더욱 아니다. 약간은 이벤트에 가까웠던 이번 토론회 이후 좀 더 다양한 생각과 입장을 지닌 사람들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이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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