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는 지난해부터 쉼 없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수로서 ‘디스코’를 발표했고, 올해는 영화 <인사동 스캔들>과 <해운대>, KBS <결혼 못하는 남자> 등에 연이어 출연 중이다. 그리고 엄정화는 요즘 이 쉼 없는 활동 안에서 새로운 자유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는 빅뱅의 탑과 함께 ‘디스코’를 부르며 댄스 음악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고, 연기 활동에서는 메인으로 나서는 대신 <결혼 못하는 남자>처럼 메인 캐릭터의 상대역이 되거나, <해운대>처럼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요즘 엄정화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해운대> 무대인사를 하고 내려왔는데, 관객들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엄정화 : 내가 출연한 영화에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되게 좋더라. (웃음) 나도 즐겁게 봤고.
“요즘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그런데 <해운대>에서 당신의 비중은 조연이더라.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엄정화 : 원래는 우정출연으로 생각했었다. (웃음)
그거치곤 굉장히 비중이 크던데. (웃음)
엄정화 : 그러게 (웃음) 그렇게 됐다.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설경구와 하지원의 출연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몇 장면이 와 닿았다.
어떤 장면들이었나.
엄정화 : 쓰나미 때문에 딸하고 헤어지는 장면. 왠지 그런 장면들이 짠했다.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감정이란 건 굉장히 보편적인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연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장문정도 그런 부분에서 인상적이다. 영화 <싱글즈>나 SBS <칼잡이 오수정>에서의 당신은 주변 인물보다 튀는 모습이 많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장문정은 결혼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도 않고, 튀는 성격도 아니다. 굉장히 보편적인 30대 여성이란 생각이 든다.
엄정화 : 맞다. 그래서 편하다. 2,30대를 지나오면서 어느 순간 나를 순화시키고 풀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더 개성 있고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결혼 못하는 남자>도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 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
엄정화 : 요즘 생활 자체가 그런 것 같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장문정이 집에 있을 때는 혼자 조용하게 있는데, 그게 요즘 내 모습 같다. 요즘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조용히 지낸다. 예전보다 모든 게 고요해진 것 같다. 어디에 휩쓸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결혼 못하는 남자>를 촬영할 때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라 굉장히 재미있다. 여유도 있고.
“전적으로 지진희에게 맞춰주는 연기가 재미있다”
요즘 작품 활동을 끊이지 않고 하는 건 고요한 생활의 활력 같은 건가. <인사동 스캔들>, <해운대>, <결혼 못하는 남자>까지 비중에 상관없이 쉴 새 없이 출연하고 있다.
엄정화 : 딱히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요즘 계속 일이 주어져서 하게 됐는데, 세편 다 내가 메인이 아니어서 큰 부담이 없다. 예전보다 여유 있게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지진희가 툭 튀어나오는 것과 반대로 당신은 그의 연기를 받아줘야 한다. <칼잡이 오수정>같은 작품과는 반대 입장이다.
엄정화 : 굉장히 재밌다. <칼잡이 오수정>에서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튀어나와야 했으니까 오버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그러면서 코믹 연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다 죽이고 맞춰주는 쪽이다. 그래서 지진희의 연기에 맞추는데 충실하려고 하는데, 이런 연기를 하는 게 참 재밌다.
맞춰주는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연기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들이 있나.
엄정화 : 보다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오버하거나 코미디적인 요소를 다 죽이면서 내가 튀기 보다는 대본이 담고 있는 전체적인 흐름에 더 충실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더 평범한 모습의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그런 연기의 결과가 장문정이라는 캐릭터에 드러나는 것 같다. 장문정은 오수정처럼 자신이 결혼 못한 것에 대해 걱정하거나 결혼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그만큼 일과 사생활 모두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여성 같다는 느낌도 들고.
엄정화 : 초월한 느낌이란 건가? (웃음)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조재희나 장문정이나 결혼을 하지 않고 살지만, 남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 경험을 생각하면, 결혼하지 않는 남자의 경우엔 조재희처럼 어느 한 부분에 몰두하거나 약간 외곬 같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된다면 결혼을 안 해도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결혼 못하는 남자>처럼 주변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고, 자기 생활 하고.
사진제공_KBS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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