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장문정처럼 결혼을 크게 의식하지 않게 된 건가.
엄정화
:장문정이 스스로 결혼을 위해 노력하지 않듯, 나도 그런 것 같다. 운명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결혼해야할까 싶기도 하고.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럴 때도 있긴 했지만, 30대 초반이었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결혼은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고”

당신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가 있나.
엄정화
:아직 모르겠다. 해야 되는 건지, 안해야 하는 건지. (웃음) 예전에는 꼭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면 하는 거고, 안하면 안 하는 거고 하는 생각이 더 든다.

그런데 당신은 작품 안에서 점점 더 평범한 여성을 연기한다. 20대 이후 계속 스타로 살아온 당신이 그런 연기를 하는 건 어떤 기분인가.
엄정화
:그런 역할을 하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 중 누군가를 연기한다는 기분으로 하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연기가 나를 어떤 대본이나 이야기 안에 있는 캐릭터에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할수록 그 캐릭터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재미있는 것 같다. 가수로서 무대 위에 오르는 건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걸 하는 거지만,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작품에 맞추는 거니까.

가수와 연기 활동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엄정화
:무대 위에 설 때는 기분이 짜릿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수는 내가 즐겁게 노래 부르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나는 대중 가수니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대중적으로 더 쉽게 표현하면 더 좋고. 연기를 할 때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함께 작품을 하는 사람들과 맞춰가는 과정이니까 더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지난해 발표한 ‘디스코’ 활동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전에는 일렉트로니카 같은 장르적인 측면이나, 당신의 파격적인 패션이 화제가 됐는데, ‘디스코’에서는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선다는 느낌이었다.
엄정화
:내가 무슨 장르만 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매번 마음 가는 데로 움직이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장르를 고집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대중한테 전달하고, 나도 편하게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곡의 분위기를 편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나 아이 같은 눈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연기나 음악이나 예전과는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왠지 편하게 잘 놀다 간다 (웃음)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엄정화
:맞다. (웃음) 지금 내 상태가 그런 것 같다. 뭘 하든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그걸 하는 과정을 즐기고. 일을 끝내고 조금 있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고. 안으로는 고요하지만, 밖으로는 더 즐거울 수 있는 순간 같다.

그건 당신이 지난 시간동안 쌓은 경험에서 오는 여유 때문에 가능한 일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배우는 나이 들수록 할 수 있는 것들에 제한이 생기곤 한다. 걱정은 안 되나.
엄정화
:솔직히 나이 드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누군가 나이 들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얘기를 해줄 때는 고맙지만 얼굴에 주름지는 게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데 신기하게 반대로 굉장히 편안해지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보낸 세월이 있는데 굳이 뭔가 의식적으로 더 신경 쓰고,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보다는 편안하게 멋져 보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는 내 노래나 연기가 나이 드는 것만큼 깊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일을 놓지 말고 긴장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 뿐이다.

당신이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
엄정화
:그 때 아마 나는 인기의 중심에 있지는 못할 거다. 지금도 그런 거 같긴 하지만. (웃음)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롤 모델이나 아이콘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려면 항상 열려있는 사람이 돼야 할 거 같고. 그리고 언제나 아이 같은 눈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웃음)

사진제공_KBS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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