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일이 진행됐다. 우선 미디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브랜드위원회 2차 보고대회를 주재해 정책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이날 정해진 추진 방향의 3개 축은 국가 브랜드 실체 개선, 이미지 제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강화, 국가브랜드 관리시스템의 체계화다. 하지만 TV로 생중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듯 22일 국회의 풍경은 국가브랜드 정책의 어떤 방향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간 몸싸움은 개선되지 않았고, 합의보단 다수결에 의존하는 다수당의 강행은 커뮤니케이션과 거리가 멀었으며 대리투표 논란을 일으키는 국회 시스템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이 이번 국회의 가결로 일단락되지 않고, 오히려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것이 이번 개정안 사태의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어- 어-’ 하는 사이 통과된 미디어법

실제로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논란의 흐름은 단 한 순간도 어떤 합의에 이르러 일단락된 적이 없다. 한나라당에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되고, MBC <무한도전>이 결방했던 것이 지난해 12월 말의 풍경이다.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습 상정 때문에 여야가 대치했다가 이에 대한 법안을 6월에 처리하자는 중재안에 합의한 건 올해 3월이다. 언론노조는 6월이 되기 전 이 법안을 폐기하겠노라 외쳤지만 결과는 지난 7월 22일 확인한 것과 같다. 결국 이 다이내믹하면서도 파편화된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대체 어떤 개정안이기에 이토록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선 정확하게 말해 이번 7월 22일에 가결된 개정안은 지난해 12월에 발의된 개정안과는 다르다. 제안 이유에 적혀있듯 12월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 산업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발의됐다. 하지만 대기업과 신문 재벌의 방송 장악을 우려하는 언론인들과 야당의 반발 때문에 1명이 소유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PP에 대한 지분의 한도를 49%에서 40%로, 대기업과 일간지, 뉴스통신이 가질 수 있는 지상파 지분을 20%에서 10%로 하향조정한 것이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다.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한 대신 한 매체의 언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구독률이 20% 이상 되는 일간지는 방송 진출을 할 수 없고, 만약 신문과 방송을 겸업하는 매체가 있다면 신문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해 방송에서의 점유율과 합쳐 전체 시청점유율 30%가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 즉 신문구독률이 20%면 방송 진출이 불가능하고, 그보다 구독률이 낮은 신문이라면 구독률이 높을수록 방송에서의 시청점유율을 줄여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공공성과 정치의 의미

하지만 “당초 개정안이 문제가 있어서 완화한 건 아닌 것 같다”는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사무실 측이나 언론을 통해 “수정안이 실질적인 투자와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한 정병국 의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이번 수정안은 일종의 타협안으로 제시된 것이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한나라당 나름의 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것이 공공성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공공성의 후퇴에 대한 우려에 대해 “대기업과 일간지가 진출하면 미디어의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전제를 제시하고선 그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법안의 집행을 통해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 걸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강승규 의원 측의 말처럼 방송 경쟁력 강화가 공공성 약화를 불러오진 않으리라고 주장할 뿐이다.

물론 현재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말 그대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우려다. 현실적으로 지상파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 MBC 뉴스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지도 않았고, 방송에 진출한 일간지가 무소불위의 언론 장악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려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국내 28개 그룹 총수 일가가 평균 4.23%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대기업과 일간지가 가질 수 있는 지상파 지분 10%의 위력에 대해, 구독률 20%가 넘는 일간지는 방송에 진출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 일간지의 최고 구독률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일간지가 방송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구독률을 포함한 시청점유율을 30%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현재 10%의 구독률을 기록하는 국내 최대 일간지가 20%의 시청점유율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뜻한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결코 기우는 아니다. 적어도 그 근거가 어느 정도 명확하다면 이런 걱정을 기우로 치부하기보단 좀 더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해결해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라디오 담화를 통해 “(미디어법은) 정치적 이념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것이야 말로 언론의 공공성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정치적 합의 과정을 통해 해석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법안 가결에 대한 항의로 총파업을 주도한 언론노조 위원장을 잡아들이는 것이 해결의 방법이 아닌 건 물론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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