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제이 로한이 디즈니로 돌아왔다. 그러나 본의도 아니었고, 영광스럽지도 않았다. 탕아의 귀환이라고나 할까. 로한이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주인공 테아 역을 맡은 영화 <레이버 페인스>()가 디즈니 계열 케이블 채널 ABC 패밀리에서 지난 7월 19일 방영되었다. 본래 이 영화는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제작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류의 로맨틱 코미디. 그러나 흥행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제작사 측에서 극장 개봉을 취소하고 TV 방영 후 곧바로 8월 4일 DVD 출시를 하기로 결정했고 ABC 패밀리는 <레이버 페인스>를 로한이 주연한 채널 오리지널 영화로 광고했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배신당하는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

삼류 출판사의 사장이자 편집장 제리(크리스 파넬)의 비서인 테아는 지각 때문에 상사에게 꾸지람 맞고, 그의 강아지목욕까지 시켜야 하는 신세다. 직장 동료 리사(셰릴 하인즈)와 화장실에서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운 나쁘게도 바로 옆 남자 화장실에서 상사가 그 이야기를 다 들어버린다. 테아를 해고하려는 찰나, 그녀는 “저 임신했습니다”라며 “호르몬 때문에 요즘 제가 재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변명한다. 이 후 테아는 뱃속에 쿠션을 넣고 다니면서 임산부 흉내를 내는데 재미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나 생판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그녀의 임신한 배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너그럽게 넘어가 준다는 것이다. 테아 역시 임산부로서의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된다. 부모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대학을 중퇴하고 여동생을 뒷바라지 한 테아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테아는 이런 삶에서 떠나, 술과 담배는 물론, 자신을 위해주지 않는 남자친구까지 끊고 (존재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레이버 페인스>는 아카데미상을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편없지도 않다. 로한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타블로이드 기사로 너무나 잘 알려진 로한의 개인사 때문에 이 영화는 물론 그녀의 캐릭터에 집중하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고, 평범하고 약간은 지루해 보이는 대사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영화에서 브리짓 존스와 비슷한 코믹한 여자 주인공을 보여주려 했지만, 로한의 스캔들 때문에 테아 캐릭터는 전혀 코믹하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멜 깁슨이 술 취한 바람둥이로 나오거나, 제니퍼 애니스턴이 배신당한 여인으로 나온 영화를 본 것처럼 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들 뿐이다.

로한, 제발 돌아와 줘

로한은 1998년 <페이런트 트랩>과 2004년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 리메이크된 디즈니 영화에 출연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04년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나 2006년 <프레리 홈 컴패니언> 등으로 연기력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연기자의 길로 들어 설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로한은 수많은 클럽 출입은 물론 약물복용, 음주운전, 재활원 출입, 촬영 스케줄 펑크 내기 등 각종 스캔들로 인해 점점 출연 작품 보다는 가십 기사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간다면, 이젠 클럽에서 조차 받아주지 않는 타라 리드 (<아메리칸 파이>) 신세가 될지 누가 알까. 이제 겨우 23살 된 로한이 더 이상 곤두박질치지 말고, 연기자로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것은 과한 기대일까.

글. 뉴욕=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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