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로 따지면 1, 2위를 다투는 두산과 SK가 합병되는 사태가 케이블 사업에서 벌어질지 모르겠다. OCN과 수퍼액션, 온스타일 등을 보유한 국내 대표 MPP(복수채널사업자)인 온미디어의 매각이 확실해진 지금, 이들 채널의 새로운 주인으로 역시 대표적 MPP CJ미디어의 모기업인 CJ그룹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로서 완벽하게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은 지난 6월 온미디어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걸 밝혔고,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7월 20일 열린 <5대 홈쇼핑 CCMS(소비자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 합동 도입 선포식>에서 온미디어 인수 후의 시너지에 대해 “장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물론 CJ미디어 관계자조차 “전혀 다른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두 MPP의 결합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해보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합병한다면 케이블계의 압도적 강자가 탄생하는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이런 예상 시나리오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케이블 업계에선 하나의 큰 사건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규 채널 관계자는 “비교할 수 없는 절대 강자가 등장해 케이블의 지분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채널 입장에선 손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영화 채널 중 몇 개를 정리한다면 두 업체가 따로 있을 때보다 확보하는 영화 판권이 줄어들 것이고, 남는 것을 군소 PP가 가져가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며 실무자들이 미리 그려보고 있는 합병 이후 일어날 경우의 수에 대해 밝혔다.
“MPP화는 채널 간 시너지와 인력 효율성에서 긍정적”
9개 채널을 가진 온미디어와 12개 채널을 가진 CJ미디어의 합병 가능성은 갈수록 MPP화 되어가는 케이블 채널들의 경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지난 4월 드라맥스와의 합병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MPP의 외관을 갖게 된 CU미디어 관계자는 “연예보도에 특화된 Y-STAR 채널의 취재력을 다른 채널과 공유하는 방식 등 서로의 노하우를 합쳐 좀 더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 밝히며 “채널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다고 인원이 두 배가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채널 간 시너지 뿐 아니라 인력 효율성에 있어서도 볼륨을 늘려 MPP 형태로 가는 게 낫다”며 채널사업자 거대화의 필연성을 인정했다. 최근 채널 뷰와 스크린 등 신규 채널 4개를 런칭하며 총 7개 채널을 확보하게 된 티캐스트 측 역시 “작은 규모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교차 편성이 가능한 MPP로 가는 게 대세”라고 말하며 “특히 영화 쪽은 채널 하나의 운용만으로는 판권 구매금액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3개 이상 채널에서 교차 편성해야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겹치는 채널이 많은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온미디어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판권 구매대금을 공공연히 꼽는 만큼, 현재보다 더 크게 덩치를 불리는 건 오히려 수익안정화의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능성만으로 지진계에 상당한 진동을 기록하고 있는 이 두 MPP의 결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파장이 케이블 지형도를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두 기업이 진행할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 주목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