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물 한 살이다. 아직 젊어서일까. 소년의 얼굴이 남아 있지만 어느새 훌쩍 청년이 된 김범은 좀처럼 쉬지 않는다. 지난해 말 MBC <에덴의 동쪽>의 초반을 이끌고 KBS <꽃보다 남자>로 올 상반기를 다진 뒤 영화 <비상>의 촬영까지 마친 그는 곧바로 7월 27일 첫방송 되는 SBS <드림>을 선택했다. 소매치기 출신 격투기 선수 이장석이 그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십대 배우들은 출연할 만한 작품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제작진들은 괜찮은 배우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방송판에서 김범은 보기 드물게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젊은 배우로 손꼽힌다. 해맑은 미소의 신인 시절부터 눈빛만큼은 파이팅 넘치던 이 청년은 요즘 어떻게 살고 있을까. 7월 21일 부산 기장에서 열린 <드림> 제작발표회에서 김범을 만났다.<에덴의 동쪽>과 <꽃보다 남자> 이후 인지도를 비롯해 달라진 점이 느껴지나.
김범 : 사실 계속 정신없이 작품에 빠져 있다 보니까 잘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권에서 <꽃보다 남자>를 굉장히 많이 응원하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국내 팬 분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게 느껴져 힘이 많이 된다. 그리고 <에덴의 동쪽>에서 함께 출연했던 정말 대선배님들이 많은 걸 가르쳐주셨는데 김진만 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께는 요즘에도 연기적인 궁금증이 있으면 통화해서 여쭤보곤 한다. 또, <꽃보다 남자>의 F4 형들이나 금잔디 역의 구혜선 씨와는 워낙 친해져서 얼마 전 생일날에도 우연히 촬영이 일찍 끝난 덕분에 같이 만났다. (김)준이 형만 일본 활동 중이어서 못 본 게 아쉽다.
“<드림>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
<꽃보다 남자> 이후 캐스팅 제의가 많았을 텐데 <드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범 : 사실 그 사이 <비상>의 촬영을 마쳤는데 추석 무렵 개봉할 것 같다. 그래서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이라는 캐릭터 이후 <드림>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인데 어쩌다 보니 좋은 작품들을 계속 만나게 되어서 보시는 분들은 좀 급하게 나오는 게 아닌가 걱정도 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고민을 많이 해서 선택했고, 짧은 기간이어도 최대한 집중력 있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일단 스포츠 선수와 에이전트의 세계라는, 전에 없었던 소재를 다룬 거라는 데 끌렸다. 사실 <드림>은 격투기 드라마라기보다는 한 인물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심성을 변화시키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인간적인 드라마다.
이장석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김범 : 파이터 기질이 있지만 사실 심성은 굉장히 여리고 외로운 친구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소매치기인 아버지가 중학교를 중퇴시킨 뒤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데다 결국 아버지 대신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올 정도로 아버지에 의한 상처나 콤플렉스가 크다. 아버지에게 지쳐 있으면서도 사실은 부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속마음이 있고,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강한 척 하는 캐릭터인데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도 겉으로는 폼 나고 멋지고 화려해 보였던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가정사가 복잡한 친구였던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캐릭터에게 연민도 느끼고, 연기자 입장에서는 존경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소이정과 180도 다른 캐릭터다. (웃음)
김범 : 그래서 처음에는 소이정의 모습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실까 하는 부담감과 걱정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지금은 이장석이라는 인물에 워낙 빠져 있어서 어떻게 이 사람을 표현할까 하는 생각뿐이다. 배우는 한 가지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일이니까 보시는 분들도 <꽃보다 남자>의 환상에서 벗어나 배우 김범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언제까지나 F4의 소이정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그건 또 하나의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드림>에서의 캐릭터 변신에 대한 F4의 반응은 어떤가. (웃음)
김범 : 사실 나는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생일에 만났더니 <꽃보다 남자>때보다 차가워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역할에 빠져 있다는 얘기인 것 같아서 좋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차가워졌다’다니, 그건 좀. (웃음)
“오달수 선배님의 애드리브 덕에 NG 낸 적도 있다”
소매치기에서 나이트클럽 웨이터, 격투기 선수로 변신하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 같다.
김범 : 장석이 아버지 대신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뒤로 직업을 알아보지만 전과가 있다 보니 다른 일은 찾기 어렵고 해서 나이트클럽 일자리를 구했다가 폭력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스포츠 에이전트 나제일(주진모)에 의해 격투기 선수로 데뷔를 하게 된다.
격투기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했나.
김범 : 요즘은 계속 촬영이 있어서 거의 배울 시간이 없었지만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실제 선수분께 기본기를 배웠다. 그런데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놔도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면 현장 상황에 의해 바뀌는 게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진행한다. 아직 시합하는 장면을 찍지는 않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김범 : 오늘 새벽까지 일산에서 촬영을 한 뒤 기장으로 내려왔고, 내일 아침 다시 일본 제작발표회를 위해 출국한다. 그만큼 일정이 빡빡해서 모두들 지쳐 있는 때가 많은데 아버지 역을 연기하시는 오달수 선배님의 애드리브가 정말 현장을 즐겁게 해주신다. 한 번은 내가 눈을 감고 있는 신이었는데도 오달수 선배님의 애드리브가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을 못 참고 NG를 낸 적이 있을 정도다. (웃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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