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게 ‘천하무적 야구단’은 말로만 천하무적이고 맨날 지는 거야? 같은 연예인 야구팀에도 지고, 중학생한테 지고, 여자 팀에도 지고.
그래, 그리고 아마 히어로즈와의 핸디캡 경기에서도 지겠지. 그런데 그건 좀 당연한 결과잖아. 설마 그 멤버로 만든 야구팀이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거야 그렇지만 매주 연습도 하잖아. 혹시 천하무적 야구단도 지난번에 말한 <2009 외인구단>처럼 힘들기만 하고 불필요한 훈련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 적어도 훈련이라는 면으로만 따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이 외인구단보단 훨씬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움직이고 있는 편이야. 덕분에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고.

향상? 실력이 좋아지고는 있어? 실력이 좋아진다는 건 뭘 보고 알 수 있는 건데?
아무래도 연예인 야구 수준에서 갑자기 안 쓰던 변화구를 던지거나 안 나오던 홈런이 나오긴 어렵겠지. 대신 실수를 줄이는 게 가능할 텐데 요즘 보면 수비에서 실수가 많이 줄어들었더라고. 이번에 배명중이랑 리벤지 경기할 때 이하늘이 두 번이나 호수비를 했는데 이 때 자세를 보면 한쪽 무릎을 안쪽으로 굽히는 걸 볼 수 있어. 만약 다리를 역 V 형태로 세우고 글러브를 가운데에 놓으면 빈 공간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공이 뒤로 빠질 수 있지만 한쪽 무릎을 굽히고 글러브로 막으면 혹 바로 공을 잡진 못하더라도 뒤로 빠질 확률은 줄어들거든. 이 때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손에 글러브를 끼니까 오른쪽 무릎을 굽혀주면 더더욱 빈공간이 줄어들지.

그건 구르는 공이고 날아오는 걸 바로 잡는 것도 있잖아.
아무래도 외야수의 경우 공이 날아올 때 빠르게 위치를 잡아서 바로 잡아야 할 때가 많지. 이 때 필요한 건 공의 궤적을 보고 빨리 쫓아서 위치를 잡는 스피드와 집중력, 그리고 달리는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균형 감각이야. 그걸 위해서 했던 게 저번에 갯벌에서 했던 펑고 훈련인 거고. 이경필 선수가 설명한 것처럼 펑고는 코치가 공을 배트로 쳐주는 수비 연습인데 이걸 발이 푹푹 빠지고 균형 잡기도 어려운 갯벌에서 하니까 더 어렵고 효과는 만점인 셈이지.

네 말대로라면 그렇게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이 필요한 건데 굳이 타이어 끌고 모래주머니 들고 걷는 게 필요해? 그런 건 몸에 부담만 된다며.
아니지. 필요 이상의 오버 트레이닝은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지만 고강도 트레이닝이 있어야 근력을 비롯한 종합적인 체력이 늘어날 수 있는 거야. 저번에 연예인 야구단인 알바트로스랑 친선 경기할 때 김성수나 임창정 둘 다 시간이 갈수록 제구력이 안 좋아지고 구속도 떨어지잖아.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당연히 타자는 타자대로 맞추기 어렵고 수비 역시 집중해서 공을 잡기 어려워지지. 체력이 바탕 되지 않으면 수비나 타격 훈련을 해도 실전에서 활용하긴 힘들어. 영화 <취권>을 봐도 처음엔 사부가 성룡한테 악력이랑 복근 훈련만 시키다가 나중에 취팔선을 가르쳐주잖아.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사실 초반에 타이어 끌고 뛰는 거 보면 필요 이상의 훈련 같던데? 특히 이하늘처럼 나이 많은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야?
필요 이상까진 아니지만 좀 가혹해 보일 수는 있겠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배명중과의 첫 경기 이후에 받은 지옥훈련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 개조 차원에서 필요했던 거 같아. 경기 전날 술 잔뜩 마시고선 오히려 희희낙락대는 마음가짐으로는 운동 못하지. 그런 마음가짐을 고치기 위해서 훈련도 좀 ‘빡세게’ 하는 거고, 욕이랑 방송 전날 음주 같은 거 못하게 한 거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기간이었는데 나름대로 훈련 배치는 좋았던 거 같아. 처음에는 정신 무장을 위한 훈련, 그 다음에는 체력 강화, 그 다음에는 펑고나 평균대 위에서의 스윙을 통한 야구 기본기 훈련, 그 다음에는 이병훈 해설위원과 히어로즈 선수들이 해주는 원 포인트 레슨. 중간 중간 실제 경기를 통한 중간 점검과 실전 감각 살리기도 나쁘지 않고.

너 <2009 외인구단> 때랑 다르게 이번엔 굉장히 호의적이다?
호의적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방송 안에서 그럭저럭 해야 할 걸 해주고 있잖아. 물론 제대로 된 훈련을 하자면 모일 때마다 게임처럼 보이는 경쟁 대신 같이 정기적으로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주고, 히어로즈 정민태 코치가 시킨 하체 운동을 해주면서 수비 및 타격 훈련을 해야겠지. 만약 몇 달에 걸친 훈련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무한도전>이라면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만 매 주 방송분량을 만들어야 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이 그런 걸 하긴 어렵지 않을까.

그럼 정색하는 훈련 말고 천하무적 야구단이 첫 승에 가까워지게 만드는 다른 요소는 없는 거야?
더는 효과적 훈련을 하기 어렵다면 역시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겠지? 무엇보다 이기고 싶은 욕심이 많아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겠지. 제작진이 계속 떡밥으로 던지고 있는 제주도 전지훈련도 괜찮은 동기를 주지만.

하긴 선수처럼 이긴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니까 좀 더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겠다. 가령 이기면 소녀시대랑 9대 9 단체 미팅을 한다거나.
그거 정말 엄청난 떡밥인데? 그런데 제작비가 많이 들잖아, 그건.

어차피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왜 없어. 심지어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걸.

그런 게 가능해?
이기면 임창정 출연료 삭감, 지면 임창정 감독 부임.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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