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좀비, 처녀 귀신,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이 한 자리에 모여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마음껏 뛰어논다. 19일 늦은 밤 부천역 인근의 클럽에서 열린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PIFAN 홀릭스나잇 파티’는 피가 가득 찬 링거 병을 들고 귀를 울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여고생 귀신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어둠과 피를 연상시키는 Black & Red의 드레스 코드와 엽기 호러 분장쇼는 호러, 판타지, 슬래셔 무비의 성지인 PIFAN다운 선택이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파티를 찾은 관객들은 얼굴에 피를 바르고, 가면을 쓰고, 호러영화 속 이름 없는 주인공이 되어 파티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이들의 얼굴은 괴기스러운 분장과 두꺼운 가면에 가려져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얼굴에는 생생한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얼굴이 합쳐진 모호한 표정이야말로 PIFAN의 진짜 얼굴이 아닐까.
오직 PIFAN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신혜정 씨는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영화제를 섭렵하고 있는 영화 마니아. 소위 ‘센’ 영화 많기로 유명한 PIFAN에서도 특별히 극악한 영화들을 모아놓은 ‘금지구역’ 섹션의 <인육국수>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고. 인육으로 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영화의 내용을 듣고 “막 사람을 자르고 그러겠네요?”라고 질문하자, 통쾌하게 웃으며 “음… 저며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독특한 사랑이 묻어났다. 그녀가 PIFAN에 남기는 마지막 한 마디. “재밌어요! 무조건 재밌어요!”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오직 PIFAN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신혜정 씨는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영화제를 섭렵하고 있는 영화 마니아. 소위 ‘센’ 영화 많기로 유명한 PIFAN에서도 특별히 극악한 영화들을 모아놓은 ‘금지구역’ 섹션의 <인육국수>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고. 인육으로 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영화의 내용을 듣고 “막 사람을 자르고 그러겠네요?”라고 질문하자, 통쾌하게 웃으며 “음… 저며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독특한 사랑이 묻어났다. 그녀가 PIFAN에 남기는 마지막 한 마디. “재밌어요! 무조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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