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주온>이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링>의 열풍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사다코 귀신에 놀랐던 사람들은 그녀를 능가하는 가야코와 토시오에 또다시 괴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온>의 극장판 2편과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그루지>까지, 많은 이들의 간을 수직낙하시킨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19일 밤 11시 ‘<주온> 10주년 기념전’이 열린 부천시청은 늦은 시간에도 극장을 찾은 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주온> 시리즈를 모두 보신 분들은 손을 들어 달라”는 말에 거의 대부분 손을 들며 <주온>의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10년이 지난 지금, 오랫동안 알고 지낸 권용민 프로그래머마저 “처음 듣는다”는 <주온>의 비밀을 들려주며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익스트림 무비> 김종철 편집장의 “공포영화로는 거의 최초로 옴니버스 방식을 시도했고, 각 편들의 등장인물들이 얽혀있는데 비디오판의 경우 1,2편에서 똑같은 장면이 나오는데도 각 인물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껴져서 놀라웠다”는 호평에 부끄럽게 웃으며 “9일 만에 비디오판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다 찍고 보니 20분이 모자란 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겹치는 부분을 넣었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DVD로 구입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며 제작비화를 공개했다.

감독은“10년 동안 <주온>만 한 것 같다. 이젠 좀 지겹다”고 토로했지만 여전히 사랑해주는 팬들 앞에서, <주온> 시리즈 귀신 특유의 “그아아아아” 목젖을 긁는 소리를 내며 즐거워했다. 올 가을 개봉 예정인 3D 실사영화 <전율미궁>의 막바지 작업 중인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주온>을 넘어설 또 다른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감독이 공포와 귀신이라는 무기 없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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