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귀환이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한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지난 7월 10일 국내 공개됐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호크룩스 파괴 미션’이다. 볼드모트의 영혼을 나누어 놓은 7개의 호크룩스를 파괴해야만 이 ‘입에 올릴 수 없는’ 악당을 물리칠 수 있다.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의 옛 기억을 들여다보기 위해 오래전 학교를 떠난 슬러그혼 교수를 다시 불러들인다.

그 동안 해리 포터 일당은 뭘 하냐고? 2차 성징도 오래전에 지난 사춘기 청년들은 본격적인 성애로 접어들기 직전의 전희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해리는 론의 여동생인 지니에게 끌리고, 론에게는 (시리즈 사상 가장 골 때리는) 키스 중독증 여친이 생기고, 헤르미온느는 론의 여자친구를 질투하고, 호그와트에서 가장 느끼한 바람둥이는 헤르미온느를 노린다. 그 와중에 해리는 덤블도어와 함께 목숨을 건 호크룩스 파괴 미션에 뛰어든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원래 2008년 겨울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단단한 가슴팍과 성큼 자란 아랫도리를 휘두르며 연극 <에쿠우스>에 나체로 출연하자 워너브라더스는 긴급히 개봉일을 2009년 여름으로 옮긴 바 있다.

관람 전 복습은 선택, 마음의 준비는 필수

솔직히 헷갈려 죽겠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제멋대로 엉켜있는 탓이다. 초 챙과 키스하던 해리 포터가 왜 갑자기 론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고, 해르미온느가 언제부터 론을 연모하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를 꼼꼼히 이해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전편, 아니 최소한 지난 3 작품이라도 복습을 하고 가는 게 좋다. 한 작품 당 2시간 30분이니 복습 시간은 (서플까지 합치면) 8시간 남짓 걸릴게다. 그럼 스토리를 제대로 다 소화하지 못하면 즐길 수 없는 영화냐? 그건 또 아니다. 우리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딱 두 가지다. 첫째, 해리 포터가 볼더모트라는 악당을 완전히 물리쳐야만 시리즈는 끝난다. 둘째, 어차피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도 마지막 작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도달하기 위한 기나긴 예고편일 따름이다. 이것만 알고가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시리즈 중 가장 암울하고 음울하다. 밝은 대낮이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스펙터클은 빈약하고 종종 어린 관객들을 울릴만한 호러 장면도 등장한다. 열혈팬이라면 이 진지하고 암울한 분위기야말로 이전 시리즈와 구분되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의 매력이라고 생각할 테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애들 보기에는 너무 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말인즉슨, 은근히 성인취향이라는 거다.

글. 김도훈 ( 기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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