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귀신이나 공룡보다 무서운 것은 언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는 실재하는 존재일 것이다. 실제로 2004년부터 지금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나 인명 상해는 언제 그 수위가 더 높아질지 예상조차 못할 정도로 대처가 미비한 상태다. 그러한 공포심에서 시작한 <차우> (감독 신정원 │ 제작 영화사 수작, 빅하우스 벤티지 홀딩스)는 개봉 전 이미 독일, 인도, 오스트리아 등 15개국에 선판매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지난 8일, 신정원 감독과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 등 주연배우들이 참여한 시사회장에서도 사람의 뼈와 살을 씹는 소리가 난무한 와중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손엔 아메리카노 대신 낫을 들고, 술자리에서 소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하고, 정신나간 여자까지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살벌한 동네 삼매리. 이곳에 급기야 사람 잡아먹는 멧돼지까지 나타났다. 골프장 난개발, 밀렵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아 어쩔 수 없이 식인을 하게 되었다는 당위성마저 부여받은 거대 멧돼지는 무덤을 파헤치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극중 백 포수(윤제문)의 말대로 “먹고 먹히는 세상사”에서 서로 먹히지 않기 위해 멧돼지와 마을 사수대의 몸싸움이 시작된다.
왠지 정이 가는 멧돼지와 오합지졸들의 뒷산 사투극
시골로 좌천된 순경, 대박 논문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 은퇴한 포수 등 얼핏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이들의 사투는 투철한 정의감이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각기 특진과 부교수 임용, 멧돼지에게 먹힌 손녀의 복수를 위한 사욕을 채우고자 모였다. 그러나 오히려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사연들이 멧돼지를 잡으러가는 사투에 얽혀 들어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더했다. 다만 “괴물 같은 가상의 존재가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멧돼지”를 괴수로 표현하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아쉬운 CG”는 괴수 영화 자체의 매력을 살려내기엔 부족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실리 2km>등에서 보여줬던 감독 특유의 유머가 전작들보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평소 습관에서 착안한” 캐릭터들의 설정을 개성으로 살려낸 덕분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실 영화는 재밌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차우>는 ‘어드벤처’ 보다는 ‘코믹’에 방점이 찍힌 제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한 손엔 아메리카노 대신 낫을 들고, 술자리에서 소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하고, 정신나간 여자까지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살벌한 동네 삼매리. 이곳에 급기야 사람 잡아먹는 멧돼지까지 나타났다. 골프장 난개발, 밀렵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아 어쩔 수 없이 식인을 하게 되었다는 당위성마저 부여받은 거대 멧돼지는 무덤을 파헤치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극중 백 포수(윤제문)의 말대로 “먹고 먹히는 세상사”에서 서로 먹히지 않기 위해 멧돼지와 마을 사수대의 몸싸움이 시작된다.
왠지 정이 가는 멧돼지와 오합지졸들의 뒷산 사투극
시골로 좌천된 순경, 대박 논문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 은퇴한 포수 등 얼핏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이들의 사투는 투철한 정의감이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각기 특진과 부교수 임용, 멧돼지에게 먹힌 손녀의 복수를 위한 사욕을 채우고자 모였다. 그러나 오히려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사연들이 멧돼지를 잡으러가는 사투에 얽혀 들어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더했다. 다만 “괴물 같은 가상의 존재가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멧돼지”를 괴수로 표현하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아쉬운 CG”는 괴수 영화 자체의 매력을 살려내기엔 부족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실리 2km>등에서 보여줬던 감독 특유의 유머가 전작들보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평소 습관에서 착안한” 캐릭터들의 설정을 개성으로 살려낸 덕분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실 영화는 재밌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차우>는 ‘어드벤처’ 보다는 ‘코믹’에 방점이 찍힌 제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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