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도대체 어떡해야 무승부랑 지는 게 똑같을 수 있다는 거야? 응?
뭐야, 다짜고짜. 멱살은 놓고 물어보지?

아니, 야구 말이야. 뭐 경기를 챙겨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보니까 무승부와 패가 똑같다는 걸 봤는데 그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야?
이번에 기아랑 SK 경기 이후에 나온 뉴스를 보고 그러는 거구나. 하긴 헤드카피만 보고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다. 우선 그걸 이해하려면 올해 프로야구에서의 승률제라는 걸 알아야 하거든?

뭔 소리야. 승률젠지 뭔지 몰라도 무승부랑 패가 다른 건 알 수 있다고!
워워,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봐. 무승부와 패가 같다는 건 그 두 가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승률 계산에서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거야. 이렇게 들으면 모르겠지? 그러니까 승률제를 알아야 한다니까. 승률제라는 건 말 그대로 승률이 높은 팀이 순위가 높다는 뜻이야. 승률 70%인 팀이 승률 60%인 팀보다 순위가 높다는 거지. 이건 안 어렵지?

누굴 바보로 아나. 그건 당연한 거잖아.
그 당연한 제도에서 네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무승부와 패의 동일 적용이 만들어지는 거야. 승률이라는 건 이긴 경기 수를 전체 경기 수로 나눠서 나오는 확률인 거잖아. 10번 싸워서 7번 이긴 팀이라고 하면 7/10인 거고 0.7, 다시 말해 70%의 확률인 거지.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이긴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 경기가 무승부든 패든 상관이 없잖아. 7승 1무 2패든, 7승 3무든, 7승 3패든 결국 승률은 70%로 동일하니까.

어, 그러네? 그래도 뭔가 좀 찜찜한데?
아무래도 무승부가 진 것보단 더 나은 거라는 생각 때문이지. 그게 일반적 생각이기도 하고. 그래서 예전에는 같은 승률제지만 무승부를 0.5승으로 쳐줄 때도 있었어. 즉 2무승부를 기록하면 1승이랑 같은 거지. 그런데 이러면 무승부가 확실히 패보다 좋잖아. 프로야구는 9회까지고 12회 연장까지도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그 때 무승부가 되는 건데 12회까지 접전을 펼치는 상황이 되면 다음날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그냥 서로 적당히 무승부를 만들고 0.5승씩 챙겨가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거든. 팬들이 프로 스포츠를 보는 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인데 자칫 합의성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으니 제도를 바꾸게 됐어.

그래서 지금 이 방식이 된 거야?
아니. 그래서 새로 나온 승률제는 무승부를 아예 승률 계산에서 제외하는 거였어. 그러니까 7승 1무 2패인 팀이 있으면 7/10이 아니라 7/9가 되는 거야. 무승부 경기를 아예 총경기수에서 제외하니까. 그러면 10경기에서 똑같이 7승을 기록한 팀이라도 7승 1무 2패를 기록한 팀은 7/9, 77.7%의 승률을 기록하고 7승 3패를 기록한 팀은 7/10, 즉 70%의 승률을 기록하는 거지. 하지만 기록에선 제외하더라도 실제적으로는 무승부를 기록하는 게 패하는 것보단 높은 승률을 얻게 되니까 무승부에 대한 유혹은 여전히 생기지. 그뿐 아니라 이것도 어느 순간 모순을 드러낼 때가 있어. 만약 똑같이 10경기를 치렀는데 한 팀은 6승 4패를 기록하고 한 쪽은 2승 7무 1패를 기록했다고 치자. 그러면 6승 4패를 기록한 팀은 6/10, 승률 60%인데 2승 7무 1패인 팀은 무승부를 아예 제외하니까 2/3, 승률 66.6%를 기록하게 되는 거야. 무려 4승을 더 기록한 팀이 승률에선 뒤지는 결과가 나오니까 이것도 좀 갸우뚱해지는 일이지.

그럼 승률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거야?
있지. 그래서 2004년에 도입됐던 게 다승제야. 말 그대로 많이 이긴 팀이 짱 먹는 거지. 그런데 이것 역시 문제점은 있어. 만약 6승 4패를 기록한 팀과 5승 4무 1패를 기록한 팀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다승제에선 당연히 6승을 기록한 팀이 순위가 높아. 그러면 10경기 중 겨우 1패를 기록한 팀으로선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만약 이게 아까 말한 승률제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6승 4패를 기록한 팀은 6/10, 승률 60%고 5승 4무 1패를 기록한 팀은 무승부를 빼서 5/6, 승률 83%의 승률을 기록하니까 순위가 뒤집혀지지. 승률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승률제로 계산했을 때 이렇게 많은 승률 차이가 날 정도로 승률이 높은 팀이 다승제라는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순위가 밀려난다면 과연 다승제가 합리적인 제도인지 의심이 가는 거지. 그래서 이것도 2년 시행되고 그만뒀어.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무승부 자체를 없앨 수는 없을까?
그래서 작년에 끝장승부 제도가 나온 거지. 말하자면 연장이 12회 아니라 15회, 20회까지 가고 밤을 새더라도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는 거지.

그건 좀 힘들겠는데?
그래서 그것도 작년 한 해 하고 폐지됐어. 팬들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한데 밤새서 1경기 이기느라 투수 6, 7명씩 쓰면 다음날 경기부턴 선수기용에 무리가 생기는 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결국 무승부를 인정하는 대신 실질적으로는 패배와 똑같이 계산되는 현재의 승률제가 나오게 된 거지.

들어보니까 무승부가 패로 기록되는 게 아주 비합리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좀 이상해.
그건 당연한 생각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처럼 일부러 무승부를 기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대신 아예 일부러 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까 말했잖아. 무승부가 0.5승으로 기록되거나 아니면 승률 계산에서 유리하게 이용되기 때문에 일부러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그런데 지금처럼 무승부와 패가 똑같다면 열심히 해도 결국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을 때 차라리 패배해서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지. 이번에 무승부와 패가 똑같은 승률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기아와 SK 경기가 그런 의혹을 받은 경우지. 물론 2위인 SK가 3위인 기아에게 1승을 일부러 줬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아. 다만 12회에 선수가 모자라자 SK 3루수 최정이 투수로 나서는 등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나오니까 팬들 사이에서 그냥 편하게 패하는 걸 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거지. 다시 말하지만 SK로선 무승부나 패나 똑같을 수 있지만 3위 기아가 1승을 보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러 져줬을 리는 없어. 하지만 이런 상황이 나오니까 나중에 1, 2위 팀이 7, 8위 팀과 싸울 때 무승부 대신 패를 선택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 거지. 얼마나 재밌는 일이야. 무승부 대신 승리를 노리라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무승부도 아닌 패배를 권장한다니.

아악, 진짜 머리 아프다. 도대체 모두가 납득할 만한 계산 방법이 나올 수는 없는 거야?
글쎄? 내가 수학에 약해서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지금 계산 방법이 얼추 맞는 거 같아.

대체 뭘 봐서?
말하자면 이런 거지. 투표 참여자 비율을 따지지 않으면 48.7%, 거의 과반수의 민심을 얻은 대통령으로 받아들이느냐 유권자 전체 대비 30.5%의 최저 득표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랄까. 심정적으로는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거 같지?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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