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나 이번 주부터는 MBC <선덕여왕>에 집중이 잘 안 돼.
왜, 아역들 빠지고 성인 연기자 나와서?

잘 아네? 엄태웅도 되게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 현우가 빠지니까 많이 아쉽네. 일월성도랑 싸우다 자기네 깃발이 반으로 잘려나갈 때 눈물 글썽이는 것 보면서 많이 두근거렸거든.
하긴 나도 그 장면 보면서 누나들 야참 먹다 체하겠다는 생각 들더라. 그런데 그렇게 당하고서 비장하게 실시하는 훈련이 기껏 모래주머니 차고 생활하는 거라니 좀 실망이야.

무슨 소리야. 훈련할 때도, 밥 먹을 때도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면 엄청나게 힘들 거 아니야.
당연히 힘들지.

근데 뭐가 실망이야.
저번에 외인구단 훈련하는 것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힘든 것과 훈련 성과가 꼭 비례하는 건 아니야. 모래주머니를 그것도 단기적인 게 아닌 하루 종일 차고 다니는 건 힘든데 비해 성과는 별로인 훈련이지.

왜? 모래주머니를 차면 무겁고, 무거운 걸 하고 다니면 다리 힘이 좋아질 거 아니야.
자, 우선 다리 힘이 좋아지는 게 어떤 걸 뜻하는 건지부터 생각해보자. 아마도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무거운 걸 들고 앉았다 일어설 수 있는 힘이겠지? 그런데 모래주머니를 사용하면 과연 어떤 데 도움이 될까?

음… 빨리 달리는 거?
사실은 그 두 가지 모두 근육의 힘을 키운다는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고 봐야 돼. 올림픽에서 남자 100m 육상을 보면 선수들 근육이 장난 아니지? 이 선수들이 최고 속도를 낼 때 몸무게의 5배에 달하는 힘이 근육에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의 근육량이 필요한 거야. 반대로 몸이 우락부락한 보디빌더의 경우 역시 얼핏 둔해 보이지만 단거리 속도는 상당히 빠른 경우가 많아. 결국 중요한 건 근육을 키워서 근력을 키우는 거지. 만약 1㎏ 짜리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하나씩 찬다고 하면 2㎏이겠지? 그런데 네가 체중이 2㎏ 늘어난다고 해서 다리가 그 전에 비해 눈에 띄게 튼튼해지진 않잖아. 실제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움직이다가 풀면 다리가 굉장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달리기 기록 자체는 생각만큼 단축되지 않아. 차라리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스쿼트를 맨몸으로라도 꾸준히 해주는 게 다리 근육을 키우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그래도 사용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거 아니야.
항상 하는 말이지만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힘들고 효과가 별로인 훈련을 할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 모래주머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효과 자체는 별로인 반면에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거든. 생각해봐, 1㎏의 무게가 네 다리를 잡아당기는 상황에서 다리를 빠르게 들어 올리면 무릎의 관절이 벌어질 거 아냐. 거기서 다시 발을 내딛으면 체중 이상의 충격이 무릎에 전해질 거고. 그렇게 무릎 연골이 닳기 시작하면 나중에 용화향도가 전쟁터에 나가봤자 돌격 앞으로 하다가 신경통 호소하며 주저앉게 되는 거지.

그건 좀 문제가 되겠다.
문제는 하나 더 있어. 현우를 비롯해 아역 용화향도는 십대잖아. 말하자면 성장기인 거지. 그런 성장기에 무릎을 혹사하면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후일을 도모하자고 해놓고선 정작 몇 년 후에 키조차 안 자라있으면 비재고 뭐고 도루아미타불인 셈이야. 180cm까지 크겠다는 현우의 꿈도 물거품이 되는 거고.

그렇게 불필요한 훈련을 김유신이 시킨 거야?
그나마 아역 이후에 보여준 가마니 메고 뛰기는 현재 우리나라 군인들이 군장 메고 뛰는 거랑 비슷한 효과는 있어. 전쟁이 났을 때 무거운 걸 다리에 메고 뛸 일은 없어도 어깨에 메고 뛸 일은 생길 거 아냐. 그럴 땐 도움이 될 훈련이지. 하지만 그것도 어릴 때 하기엔 무릎에 무리가 생기기 쉬운 훈련이야.

그럼 대체 나이 어린 화랑은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 거야?
십대라는 걸 전제하고 훈련한다면 우선 잘 먹고 잘 자야지. 그래야 쑥쑥 클 거 아니야. 훈련은 그 다음이야. 내가 만약 드라마에 나온 가마니를 이용한다면 그걸 어깨에 이고서 앉았다 일어서는 훈련을 시킬 거야. 뛰지 않고 제자리에서 무릎을 굽혔다 펴면 다리 전체 근육 뿐 아니라 무릎 쪽의 근육과 인대 역시 튼튼해지고, 그러면 나중에 달릴 때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되니까. 그리고 모래주머니를 하지 않은 맨몸으로 하루에 10리 씩 뛰어서 체력과 폐활량을 늘릴 거야. 상체운동으론 팔굽혀펴기 70회에 윗몸일으키기 100회, 나무를 이용한 턱걸이 15회 정도가 적당할 거 같네. 달리기까지 포함해도 1시간이 될까 말까한 시간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해. 하루에 1시간이 넘는 훈련을 하는 건 오버 트레이닝이 되기 쉽거든. 성장기라면 더더욱. 물론 무술 훈련은 따로 해야겠지만.

그럼 네가 김유신 대신 용화향도를 맡으면 비재에서 일월성도를 이길 수 있는 거야?
넌 또 왜 이렇게 극단적이냐. 난 그냥 아이들 몸 건강하게 해줄 상식을 얘기한 것뿐인데 어떻게 김유신이랑 비교를 해.

그럼 트레이너로서 김유신에게 충고하고 싶은 건 없어? 훈련할 때 먹으면 좋은 거라든지.
아하, 하나 있어. 그것도 어린 시절의 김유신에게. 7, 8월에 복숭아를 좀 많이 먹어두라고 얘기해주고 싶네.

그래? 난 삶은 계란 같은 거 먹으라고 할 줄 알았더니만. 복숭아는 어디에 좋은데?
응, 복숭아에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떫은 감에도 있는 것으로서…

빨랑 대답 안 할래?
피부에 좋습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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