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M.net <스캔들>에서 설레는 기색이 연연한 택연 군이 꽃을 들고 여자 출연자에게 한걸음씩 다가가는 걸 보고 있자니 어째 가슴 한편이 휑하더군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때껏 느껴본 적이 없는 서운함이었어요. 먼저 방영된 닉쿤 편은 그나마 엄마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었건만 택연 군의 연애는 왜 그리 탐탁치가 않은지요. 실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들이킨다고, 제가 택연 군을 사윗감으로 점찍어 두고 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따라서 제 딸의 남자 친구가 바람난 현장을 목격한 듯, 배신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에고, 그렇다고 그렇게 놀라며 긴장할 건 없어요. 제 딸아이가 훨씬 누나인지라 실제로 택연 군과 어찌어찌 연결되길 바랐던 건 결코 아니니까요. 사윗감 이상형 같은 거라면 이해가 되려나요?
“아이돌 가수잖아요. 여자 친구 있으면 안 되잖아요”
언제 처음 택연 군을 눈여겨보게 되었느냐 하면, 아마 M.net 신인육성잔혹다큐 <열혈남아> 적일 거예요. 국가대표 복싱 선수가 “자신 있는 사람 한 명 올라와봐” 하니까 선뜻 택연 군이 링 안으로 들어섰잖아요. 늘 싱글싱글 속없이 웃던 분위기 메이커가 한순간 강인한 눈빛을 내뿜는 남자로 바뀌는 게 놀라웠어요. 마음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 위기의 순간엔 그처럼 강하고 냉철해지다니, 이건 뭐 슈퍼맨 클라크의 변신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 남자들은 어디서 공이라도 날라 올라치면 저를 방패막이 삼아 제 뒤에 숨을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사위라도 듬직하니 남자다운 녀석이길 늘 바랬지요. 그러던 참에 마침 안성맞춤인 청년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확 쏠릴 밖에요. 아니 그런데 날벼락도 유분수지, 점 찍어둔 사윗감이 난데없이 웬 여성과 알콩 달콩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으니 제 마음이 오죽 언짢았겠어요. 그날 속으로 참을 忍자를 한 열 번은 썼지 싶네요.
저는 이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냈다며 서운해 하는 저를 포함한 팬들의 입장에서 잔인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출연자인 아이돌에게 잔인하다는 얘기여요. 남자 나이 스물 즈음이 그 얼마나 여자에 대한 관심이 창궐할 나이입니까? 이 여자, 저 여자 사진 돌려보며, 소개팅이며 그 후일담으로 허구한 날 삼삼오오 모여 낄낄거릴 때잖아요. 그런데 더구나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치며 머릿결이니 입술이니 다리를 두고 점수를 매기는 들짐승 같은 아이들을 가둬놓고 산속에서 도 닦는 스님처럼 살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이 어디 있냐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연애’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소개팅 자리로 내모는 거잖아요.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줬다가 사진 한 장 찍고 뺏어버리듯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거고요. 닉쿤이 지난번 결정의 순간에 “아이돌 가수잖아요. 여자 친구 있으면 안 되잖아요”라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짠하더군요. 매니저에게 “형도 연애하고 싶잖아요?”라고 물을 때는 가슴이 울컥해집디다.
아이돌, 수절 과부의 다른 이름?
아니 대체 아이돌이 무엇이기에 그 파릇파릇 좋은 세월을 암울하게 보내야 하는 거냐고요. 아이돌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언제, 누가 정한 거랍니까?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의 풋풋한 설렘, 전화를 기다릴 때의 두근거림, 그녀가 저만치 보일 때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웃음, 뭐 그런 사소한 즐거움들을 죄다 포기하고 몇 년을 보내야 한다는 건 너무 서글프잖아요. 같은 멤버 우영이도 어떤 인터뷰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시기이기에 여자 친구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 하더라고요. 그 이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죠? 20대라는 건 평생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거늘 어찌 조선시대 수절 과부 모양 살기를 기획사와 팬들이 강요하는지 참으로 딱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연애 감정에 간섭하는 건 어찌 보면 ‘올가미’의 시어머니와 같은 거 아니냐고요. 강하기로 소문난 김연아 선수 어머니가 언젠가 “연아가 나중에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할까봐 늘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히셨던 게 기억나네요. 택연 군의 팬들도 세월이 흐른 뒤엔 아마 연아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 되지 싶은데 말이죠. 어쨌든 이미 녹화도 마쳤고 선택도 끝났을 택연 군에게 제 사윗감 목록에서 ‘옥캣’은 바로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택연 군 입장에선 천만 다행이지요?
사진제공_ M.net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이돌 가수잖아요. 여자 친구 있으면 안 되잖아요”
언제 처음 택연 군을 눈여겨보게 되었느냐 하면, 아마 M.net 신인육성잔혹다큐 <열혈남아> 적일 거예요. 국가대표 복싱 선수가 “자신 있는 사람 한 명 올라와봐” 하니까 선뜻 택연 군이 링 안으로 들어섰잖아요. 늘 싱글싱글 속없이 웃던 분위기 메이커가 한순간 강인한 눈빛을 내뿜는 남자로 바뀌는 게 놀라웠어요. 마음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 위기의 순간엔 그처럼 강하고 냉철해지다니, 이건 뭐 슈퍼맨 클라크의 변신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 남자들은 어디서 공이라도 날라 올라치면 저를 방패막이 삼아 제 뒤에 숨을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사위라도 듬직하니 남자다운 녀석이길 늘 바랬지요. 그러던 참에 마침 안성맞춤인 청년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확 쏠릴 밖에요. 아니 그런데 날벼락도 유분수지, 점 찍어둔 사윗감이 난데없이 웬 여성과 알콩 달콩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으니 제 마음이 오죽 언짢았겠어요. 그날 속으로 참을 忍자를 한 열 번은 썼지 싶네요.
저는 이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냈다며 서운해 하는 저를 포함한 팬들의 입장에서 잔인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출연자인 아이돌에게 잔인하다는 얘기여요. 남자 나이 스물 즈음이 그 얼마나 여자에 대한 관심이 창궐할 나이입니까? 이 여자, 저 여자 사진 돌려보며, 소개팅이며 그 후일담으로 허구한 날 삼삼오오 모여 낄낄거릴 때잖아요. 그런데 더구나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치며 머릿결이니 입술이니 다리를 두고 점수를 매기는 들짐승 같은 아이들을 가둬놓고 산속에서 도 닦는 스님처럼 살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이 어디 있냐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연애’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소개팅 자리로 내모는 거잖아요.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줬다가 사진 한 장 찍고 뺏어버리듯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거고요. 닉쿤이 지난번 결정의 순간에 “아이돌 가수잖아요. 여자 친구 있으면 안 되잖아요”라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짠하더군요. 매니저에게 “형도 연애하고 싶잖아요?”라고 물을 때는 가슴이 울컥해집디다.
아이돌, 수절 과부의 다른 이름?
아니 대체 아이돌이 무엇이기에 그 파릇파릇 좋은 세월을 암울하게 보내야 하는 거냐고요. 아이돌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언제, 누가 정한 거랍니까?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의 풋풋한 설렘, 전화를 기다릴 때의 두근거림, 그녀가 저만치 보일 때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웃음, 뭐 그런 사소한 즐거움들을 죄다 포기하고 몇 년을 보내야 한다는 건 너무 서글프잖아요. 같은 멤버 우영이도 어떤 인터뷰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시기이기에 여자 친구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 하더라고요. 그 이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죠? 20대라는 건 평생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거늘 어찌 조선시대 수절 과부 모양 살기를 기획사와 팬들이 강요하는지 참으로 딱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연애 감정에 간섭하는 건 어찌 보면 ‘올가미’의 시어머니와 같은 거 아니냐고요. 강하기로 소문난 김연아 선수 어머니가 언젠가 “연아가 나중에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할까봐 늘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히셨던 게 기억나네요. 택연 군의 팬들도 세월이 흐른 뒤엔 아마 연아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 되지 싶은데 말이죠. 어쨌든 이미 녹화도 마쳤고 선택도 끝났을 택연 군에게 제 사윗감 목록에서 ‘옥캣’은 바로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택연 군 입장에선 천만 다행이지요?
사진제공_ M.net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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