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위 동영상은 테헤란 시내에서 촬영된 실재 학살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자비한 종교권력, 보수정권, 살인경찰이 부정선거를 개탄하는 민중을 군홧발로 짓밟고 있다. 민주정권을 바라는 소녀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우리는 분노한다. 이란 소녀의 죽음 앞에서 짓밟힌 촛불 소녀들의 비명을 본다. 그런데 이란과 촛불을 연결 짓는 간결한 수식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이란 사태는 무사비 후보와 지지자들이 선거무효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보수파 아마디네자드가 가져간 63%의 표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구 언론은 테헤란 시내의 피를 비추며 무지한 제3세계 무슬림 정권의 더러운 부정선거를 암시한다. 그러나 개혁파인 무사비가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계층이라고? 그렇지 않다. 개혁파라고 서방에 소개되어지는 무사비는 특권 부유층 출신이다. 그는 미국적 시장개방을 부르짖으며 서민과 빈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축소를 원한다. 심지어 무사비는 1981년 이란 총리 재임시 정치적 좌파의 대량 처형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보수파라고 소개되어지는 아마디네자드는 여자들에게 차도르나 두르게 만드는 꼴통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그는 보수적인 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동시에 그는 나이에 관계없이 수많은 이란 서민들의 지지를 받는 대중 친화적 정치가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무사비는 무슬림 보수파에 맞서는 강경 극우파 부유층이고, 아마디네자드는 서민의 복지 정책을 추구하는 무슬림 강경파다.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야 하냐고? 답은 없다. 죽어가며 피 흘리는 이란 소녀를 향한 우리의 분노는 당연하다. 이란 정부는 지금 당장 학살을 멈추어야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세상은 손쉽게 나뉘는 흑백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컬러라는 사실 말이다.

글. 김도훈 ( 기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