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땐 울어야 남자’ 이 자막만으로도 이번 주 ‘남자의 자격’은 역대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할 수 있다. 이경규의 일인자 이미지를 비롯해 김성민의 스타 탤런트 이미지와 김태원의 록커 이미지 등 멤버들이 지닌 과거의 이미지를 깨부수며 신선한 재미를 줬던 ‘남자의 자격’이지만 그들이 했던 미션은 결국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식의 다분히 마초적인 어떤 편견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비록 희화화되긴 해도 어깨에 힘들어간 모습을 버리지 않던 그들이 이번 에피소드에선 가장 굳은 결의를 보이던 김국진을 비롯해 모두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물론 가족의 편지라고 하는, 센 척하는 남자들에게 가장 취약한 지점을 공략한 계산된 연출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통해 출연자들의 개인사와 감췄던 격한 감정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슬픔은 분위기에 휩쓸린 연출이 아닌, 언제나 강한 척 해야 하는 수컷의 비애의 형태로 드러날 수 있었다. 이윤석을 비롯해 유독 아버지에 대한 얘기에서 멤버들의 눈물이 쏟아졌던 건 바로 그 강한 척 하는 수컷의 비애를 이제야 이해하는 자식 수컷들의 공감 때문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남자의 자격’은 세상이 미리 정한 남자의 자격이 아닌, 남자라는 이름 때문에 억눌려 미처 찾지 못했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이 길 위에서 ‘가오’는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은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남자의 자격`이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오래 가는 버라이어티는 잠깐의 재치보다 시청자와의 공감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단 것이다.
글 위근우
그동안 금연이며 해병대 체험을 거치며 아저씨들의 뻔뻔하고 위악적인 모습 뒤에 숨은 귀여움을 보여주었던 ‘남자의 자격’은 어제 ‘남자…그리고 눈물!’이라는 다소 촌스럽고 뻔한, 그래서 오히려 참신하기까지 한 에피소드를 등장시켰다. 2002년 월드컵 때나 눈물을 쏟았다는 이경규, ‘롸커’들은 눈물이 없다고 잡아떼는 김태원, 살면서 단 한 번 울어봤다며 ‘센 척’하는 김국진에게 “결혼식 때?”라고 해맑게 묻는 김성민 등 센티함이라곤 요만큼도 없을 것 같은 아저씨들은 눈물을 보여야 할 때가 되자 남자 중학생들처럼 서로를 놀려대며 황급히 본심을 감춘다. 사실 슬픈 영화를 보여주며 눈물을 유도하거나 슬픈 노래를 부르며 울게 하는 설정은 끊임없이 안절부절못하며 “TV 보는 사람들이 이해를 할까, 이 상황을?”이라고 묻는 김국진의 말대로 생뚱맞은 감이 없지 않고 매운 양념장을 만들어서 김국진을 울리려고 애쓰는 출연자들의 장난은 ‘1박 2일’의 복불복용 닭꼬치 만큼의 웃음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명절 때 모인 삼촌들처럼 게으르고 실없게 굴던 이 아저씨들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카메라 뒤로 도망치는 산만하고 기이한 풍경은 다소 지루한 가운데서도 다음의 상황을 궁금하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 한 시간 반 동안 각자의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연예인들의 깊은 속내를 단숨에 끌어내어 눈앞에 들이댄다. 그리고 그 와중에 터지는 예상치 못한 웃음의 농도는 꽤나 진하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를 찍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 같다”던 김성민의 농담은 어쩌면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말인지도 모른다. 웃음과 눈물은 정말로 한 끗 차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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