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문득 공포에 질리는 순간이 있다. 올해도 그랬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앞으로 20분. 면세점 쇼핑도 성공적이었다. 고된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예년에 비해 가볍다. 그런데 니스 공항 대기실 창문으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도대체 어째서? 어떻게 저따위로 생겨먹은 수십 톤짜리 쇳덩어리가 수백 명의 인간들을 싣고 공중을 열 시간 넘게 떠 있을 수 있는 거지? 이런 의문이 생기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데스티네이션>이나 <에어포트> 같은 재난 영화들, 혹은 유튜브에 해마다 올라오는 비행기 추락 동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졌다. 쇳덩어리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를 좀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비행의 원리는 양력의 원리라고 한다. 지구 중력에 의해 아래로 향하는 힘과 대등한 양력이 날개에서 발생한다. 양력의 원리는 뉴턴의 제3운동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날개 주위를 흘러 지나간 공기는 날개 뒤에서 아래로 밀려나게 된다. 그렇게 공기를 아래로 밀어버린 반작용으로 날개는 양력이라는 힘을 발생시킨다. 뭔 소린지 이제 아시겠는가? 알긴 뭘 알아.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내 이성은 물리학의 법칙을 이해하려 노력중이다. 하지만 내 가슴은 수백 톤 쇳덩어리의 활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몸부림치고 있다.

글. 김도훈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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