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면 재능이 발견되기도 할 것 같아요. 끝까지 노력해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성공하고 싶어요.” KBS <그저 바라 보다가>의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김아중은 뜻밖의 말을 던졌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톱스타 중 한 명이 스스로 재능이 없다라. 그것도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1인 2역에 가까운 분장 연기와 노래까지 소화하며 스타가 된 김아중이 말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김아중은 정말 어느 것도 쉽게 얻어낸 연기자는 아니었다. 김아중이 <미녀는 괴로워>에서 ‘Maria’를 멋지게 부를 수 있던 건 데뷔 전 가수를 준비하며 몇 년씩 노래 연습에 매달렸기 때문이고,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KBS <해신>처럼 액션 연기를 하거나,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처럼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신인 배우가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노출 연기도 제대로 소화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미녀는 괴로워>만 해도 애초에 성형 수술을 통해 스타가 된다는 주인공의 설정으로 인해 많은 배우들이 출연을 주저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저는 그 때 무엇이든 부딪혀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으니까요”라는 그 자신의 말처럼, 김아중은 언제나 자신을 던지듯 작품에 출연했고, 그 때마다 조금씩 자신을 발전시켜 나갔다. 김아중이 <미녀는 괴로워>에서 ‘Maria’를 대역 없이 부를 수 없었다면, <그저 바라 보다가>에서 ‘Over the rainbow’를 라이브로 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아중에게 ‘내가 사랑하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를 부탁했다. 작품 안에서 스스로 노래를 부를 부르고, <몬스터>, <바그다드 카페> 등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를 사랑하는 그에게는 그만큼 귓속에 담아두고픈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가 많은 듯 했다.

1. Astrud Gilberto의
김아중이 고른 첫 번째 앨범은 라틴과 재즈 보컬리스트로 유명한 아스투르드 질베르토의 이다. 그는 1960년대에 이미 그래미상을 받았을 만큼 이제는 전설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투르드 질베르토의 노래는 언제나 듣는 사람의 기분을 조금 띄워 놓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약간 땅 위에서 뜬 거 같은?” 특히 김아중이 선택한 ‘If not for you’는 초여름에 더위를 이겨내기에 좋을 것 같은 음악. “누구나 이 곡을 들으면 맑고 상쾌한 기분이 들 거 같아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집에 돌아와서 이런 음악을 듣는다면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겠죠?”

2. Lisa ono의
김아중은 리사 오노를 두 번째 뮤지션으로 언급하면서 특정 앨범 대신 ‘I wish you love’를 골랐다. ‘I wish you love’는 국내에서 특히 많이 사랑 받는 곡.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로맨틱한 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설렘이 따뜻하고 평온하게 표현이 돼서 들을 때마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스투르드 질베르토와 리사오노는 모두 라틴 음악에 기본을 둔 보컬리스트들. 그래서 김아중에게 라틴 음악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라틴 음악을 잘 아는 건 아니에요. 다만 아스투르드 질베르토나 리사 오노의 노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 슬픔, 따뜻함 이런 것들이 노래를 들으면 편안하게 느껴져요.”

3. 이은미의
이미 잘 알려졌듯이, 김아중은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로도 유명한 배우다. 그가 <미녀는 괴로워>에서 부른 노래 ‘Maria’는 각종 디지털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현재 출연중인 KBS <그저 바라보다가>에서는 ‘Over the rainbow’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 김아중이 한국의 대표적인 보컬리스트 이은미를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은미 씨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 정말 영혼을 던져서 노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들을 때마다 노래가 마음에 꽂혀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애인 있어요’는 정말 이렇게 노래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러울 만큼 좋았죠.”

4. Bjork의
한국에서도 공연을 열기도 했던 비요크는 시적인 멜로디와 전위적인 사운드가 한 앨범에 공존하는 뮤지션. 김아중이 고른 의 ‘All is full of love’는 비요크의 그런 음악 세계를 보여준 대표작. 로봇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뮤직비디오는 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왠지 가슴 아프기도 했고.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이 노래는 마치 바다 같아요. 바다에 태양이 따뜻하게 비춰지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정화되는 것 같은… 그런 게 사랑일지도 모르죠.”

5. Portishead의
“꼭 영화 음악을 듣는 것 같아요.” 김아중은 마지막으로 고른 포티쉐드의 를 이렇게 표현했다. 포티쉐드는 프로듀서인 제프 베로우와 보컬리스트 베스 기븐스가 함께 결성한 팀으로, 그들이 10년 만에 내놓은 앨범 는 또 한 번 그들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특히 베스 기븐스는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독특한 음색과 감정처리로 유명하다. “뭐라고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그냥 우울하거나 절망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듣다 보면 정말 음악 속에서 보여주는 세계로 빨려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연기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아중은 이 밖에도 마룬5, 제이슨 므라즈 등 남성 뮤지션들의 음악도 함께 추천했다. “평소에는 남녀 구별을 두고 음악을 듣는 건 아니에요. 어떤 분위기의 음악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구요. 연기도 마찬가지구요. 어떤 배역이든 나의 모습을 끄집어내서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연기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아중이 <그저 바라 보다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미녀는 괴로워>와는 달리 톱스타인 극중 캐릭터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지금은 계속 하나씩 쌓아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라는 그의 말처럼, 김아중이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그가 원하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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