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지금처럼 알려진 것은 물론 <무한도전>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무한도전>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한도전>이 김태호 PD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은, 마치 생명체처럼 변화하고 성장하는 <무한도전>의 독특한 정체성 때문이다. 매 회 끊임없이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지나보면 어느새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이 독특한 오락 프로그램은 이미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기만의 역사와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변화한 과정을 정리했다.

잊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무한도전>은 2005년 MBC <토요일>의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는 유재석과 그의 동료들을 보며 그가 ‘외인구단’과 ‘감개무량’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당시 ‘무모한 도전’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목욕탕의 물을 퍼낼 때도,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할 때도 땀이 범벅이 될 만큼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은 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중에는 차승원도 있었다. 출연을 자처한 차승원은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연탄재 범벅이 된 상태로 정말 열심히 연탄을 날랐고, 이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며 마니아 팬들을 결집시켰다.

‘무모한 도전’은 ‘무리한 도전’을 거쳐 MBC <무한도전>으로 독립 편성됐다. 당시 <무한도전>은 열성적인 팬들이 조금 있었을 뿐 여전히 한자리 시청률에 머물렀으니, 독립 편성을 결정한 당시 MBC 사장님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 당시 <무한도전>은 겨울을 맞아 바깥에서의 도전이 어려워지자 ‘퀴즈의 달인’이라는 스튜디오 퀴즈쇼를 진행했다. ‘퀴즈의 달인’은 노현정 아나운서가 날리던 KBS <상상플러스>와 과거 유재석의 ‘쿵쿵따’와 비슷했지만, 멤버에 대한 인기 투표와 슬슬 등장하기 시작한 김태호 PD의 자막 등으로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사는 얘기를 개그의 소재로 삼고, 누구든 호통을 치는 박명수는 ‘2인자’로 급부상했고, 하하와 정준하의 영입으로 <무한도전>이 확실한 고정 라인업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재석은 나경은 아나운서를 만났다.

날씨가 풀리면서 <무한도전>은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그들의 현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아이스 원정대’ 편에서 하하와 정형돈의 어색한 관계가 드러났고, 이어서 SBS <절친노트>의 원조 격인 두 사람의 화해 에피소드, 김수로의 몰래 카메라, 그리고 그들이 패션쇼에 등장한 ‘슈퍼 모델’ 편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버라이어티 쇼와 리얼리티 쇼가 합쳐지고, 매주 포맷이 바뀌는 새로운 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탄생이었다.

원래 마니아 팬들이 많은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인기도 얻기 시작하면서, <무한도전>은 하나의 신드롬이 됐다. ‘이산 특집’편 등이 시청률 30%를 넘어섰고, ‘스포츠 댄스’편은 사전제작방식으로 진행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니아적인 색깔이 강했던 <무한도전>이 광범위한 대중성을 확보했던 시절. 그만큼 과거와 달리 보다 감동적인 에피소드나, 연말 공연과 하하를 위한 게릴라 콘서트, ‘무인도 특집’처럼 대규모 에피소드들이 펼쳐졌으며, 앙리 같은 톱스타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게릴라 콘서트는 하하의 공익근무 사실로 인해 오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정준하 사건은 <무한도전>이 ‘강변북로 가요제’ 등 다양한 경쟁 구도를 통해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막았다. 또한 <무한도전> 달력이 만들어지면서 <무한도전>은 TV 바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각 방송사마다 리얼리티 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무한도전>도 SBS <라인업>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 때 <무한도전>은 <라인업>과 아이템이 중복되는 상황이 여러 번 생겨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때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광우병과 촛불집회 등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코미디가 들어간 것은 물론, ‘지못미’ 특집에서는 캐릭터들이 당시 유행했던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로 나갔다. 또한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제작진이 영화처럼 다양한 미션과 조건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출연자들이 구체적인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각자의 캐릭터대로 행동을 하며 ‘영화적이면서도 리얼 버라이어티 적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전국체전 특집’, ‘봅슬레이 특집’ 등은 <무한도전>이 리얼리티 쇼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굴러들어온 놈’ 전진은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에 대한 고민을 한방에 해결했다.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특집’으로 출연자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 뒤, 출연자의 실제 성격을 쇼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뇌구조 특집’은 그들이 바라본 출연자들의 모습을 반영했고, ‘Yes or No’에서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끊임없이 제시하는 미션들 때문에 정말로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현실과 <무한도전>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기 시작한 셈. ‘돌+아이 컨테스트’와 ‘박명수의 기습공격’은 여기에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였고, <무한도전>은 최근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어쩌면 <무한도전>의 마지막 도전은 온 세상이 <무한도전>의 영토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하면서.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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