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언니들. 지난번 세월아 네월아 프렌치 어니언 스프에 이어 오늘도 은근히 세월 네월 걸리는 얘길 해보겠습니다. 뭐든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를 보려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들 관심 무지하게 많으실 피부 관리 역시 그중 하나. 35년간 피부에 목숨 걸고 살아온 여인으로서 오늘 저의 비루한 노하우를 사정없이 공개해 보겠습니다. 노트 펴고 펜 들고 가차이 가차이 의자 당겨 앉아 언니들. 눈, 코, 입 생긴 거야 팔자라고 치더라도 피부는 관리를 하면 할수록 확실히 좋아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에 포인트를 주는가 하는 것인데, 정말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보자면 바로 이것입니다. 겉과 속을 동시에 사랑스럽게 매만져 줄 것. 잠자리에 들기 전엔 반드시 클렌징을 한다. 졸리다고, 귀찮다고 하루 빼먹으면 데미지가 2주는 간다. 이건 나이 들수록 더하다. 썬크림은 1년 365일 바른다. 흐린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천둥 번개 치는 날에도 꼼꼼히 바른다. 얼굴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다. 이태리 타올 같은 걸로 미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리고 피부가 건조할 틈을 주지 말고, 밤(balm) 제품을 휴대하여 수시로 발라준다. 화장이 밀리잖아요 라고 하실 언니들. 손바닥에 덜어 체온으로 녹인 후 비벼 편 다음 뺨을 차악 감싸보세요.

여기까진 겉을 매만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 상식적이고 뻔한 이야기죠? 하지만 뻔한 조언만큼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것도 별로 없죠. 속을 다독거리는 얘기는 더하답니다. 보실까요? 상식적으로 안 좋은 건 먹지 말자. 탄산음료, 햄버거, 피자 같은 것들 좋다는 사람 없다. 몸에 안 좋은 거 알면서 먹었다면 이제 그만두자. 담배는 물론이고 술 역시 과음해서 좋을 것 하나 없다. 정제한 설탕, 과다한 소금, 흰 밀가루, 화학조미료 역시 많이 드시라고 권하는 분 안계시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통조림류를 비롯한 가공식품 역시 구리다. 그럼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나면 대체 뭘 먹느냐구? 먹을 것 엄청 많습니다. 제철에 나오는 과일과 야채, 싱싱한 유정란과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온갖 해산물과 해조류 등등 아주 쌓였습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제철식품들을 드시고 외식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견과류도 꼭 챙겨 드세요. 요런 조런 양념해서 나온 제품 말고(버럭) 하루에 한 웅큼씩 오독오독 먹으면 피부에서 윤이 납니다. 그동안 음식에 설탕을 넣었다면 이젠 꿀이나 매실청으로 대신하는 것도 좋습니다. 맛이 확 달라집니다. 특히 나물을 무쳐보면 그 차이가 확 드러나죠. 기존에 쓰던 소금 대신 아홉 번 구운 죽염을 넣어주는 것 역시 몸을 위한 길. 죽염 특유의 구리구리한 유황 냄새가 신기하게도 음식 맛을 깊어지게 해 줍니다.

나 바쁜 사람이야, 시간 없어 라고 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요? 아니에요. 시간은 있어요. 단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뿐이지. 잘 나갈 땐 하루가 너무 짧지만 몸 아프고 힘들어지면 시간 무지하게 안 갈걸요. 그때를 위해 우리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보고 재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언니 믿고 백일만 딱 해보는 거야. 100이란 참 신기한 숫자에요. 기도를 해도 100일 기도, 쑥과 마늘을 먹어도 100일 우물우물. 그렇게 백일 정도만 우선 해 보고 나면 어느새 좋은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될 겁니다. 내가 건강해지면 내 주변 사람도 함께 건강해지고 내 주변 사람이 건강해지면 또 그 주변이 으쌰으쌰. 얼마나 좋습니까.

글ㆍ그림. 십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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