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솔약국집 아들들>의 셋째 아들 송선풍(한상진)은 ‘연애 못하는 남자’다. 7개 국어에 능통하고 박학다식한 방송사 사회부 기자인 그에게는 서른다섯 먹도록 여자와 손도 제대로 못 잡아봤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밤낮으로 일에만 매달리느라 내팽개쳐두는 바람에 한껏 촌스러워진 외모에, 예쁜 여자보다 아픈 반달곰이 더 중요하다는 고지식한 성격이 더해진 결과다. 이렇듯 요령 없고 서투른, 그러나 믿을 수 있고 어딘가 정이 가는 송선풍은 느릿하되 지루하지 않은 <솔약국집 아들들>의 정서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MBC <하얀 거탑>의 의국장 박건하와 MBC<이산>의 야심가 홍국영을 통해 공적인 영역에서 남자의 처세를 실감나게 연기했던 한상진은 사적인 영역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이 ‘한국형 너드’ 캐릭터를 독특하게 소화한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9년차 연기자, 매번 작품을 거칠 때마다 대중에게 한 발씩 다가서고 있는 한상진을 만났다.

<솔약국집 아들들>의 송선풍은 “똑똑하지만 못생기고 촌스러운” 남자로 설정되어 있다. 기존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보니 방영 전 의아해 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한상진:
캐스팅 당시부터 옷 좀 촌스럽게 입고 살 좀 찌운다고 뭐가 변하겠냐는 반응이 있었다. 전작의 이미지가 너무 셌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내가 이런 역을 연기할 수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하얀 거탑> 이전에 했던 수많은 역할이 이렇게 조용히 회사 다니면서 눈에 잘 안 띄고 뒤에서 스윽 지나가는 인물들이었다. 나로서는 편하기도 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라 제작진에게 직접 찾아가 시켜달라고 했다.

“끼로 치자면 집안에서 나는 15위 안에도 못 든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한상진: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얀 거탑>의 박건하가 사회적 출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었고 <이산>의 홍국영도 ‘남자라면 이렇게 살아볼 만하다’ 싶은 야심가였다면 송선풍은 느림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누군가를 때릴 때도 빠악-하고 세게 한 대 치는 것 보다 툭, 툭 치고 빠질 때의 아픔이 더 클 수 있는 것처럼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했던 두 작품에 비해 한 숨 돌릴 수 있는 편안한 이야기가 좋다고 느꼈다.

선풍 역에 어울리는 외모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11kg이나 늘렸다고 들었다.
한상진:
2회에서 4형제가 속옷 바람으로 어머니(윤미라)에게 맞는 신이 있는데 작가님께서는 선풍이가 좀 아저씨 같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여자에게 워낙 관심이 없고 동물과 자기 일, 기자로서의 사명감만 있으니까 몸 관리 같은 건 안 한다는 거다. 생각해 보면 <하얀 거탑> 때 만났던 의사들도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들은 너무 멋있게 하고 다니는데 우리는 운동하거나 머리 감을 시간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집에도 잘 못 들어가는데 도저히 멋을 낼 시간이 없다는 거였다. 그런 면에서 송선풍도 자기 외모에 신경 쓸 사람은 아니라 체중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살을 찌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촬영 전 날 일부러 라면에 밥 말아먹고 자도 몸무게는 안 늘고 얼굴만 부었다. (웃음) 한 때 87kg 까지 체중을 늘렸는데 촬영을 한창 하고 있는 요즘은 점점 빠지는 중이다.

송선풍이라는 캐릭터는 쉴 때 혼자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동물애호가에 채식주의자라는 것 등 사소한 디테일이 성격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접근했나.
한상진: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혹시 나 연기 좀 안되면 극 중에서 러시아 특파원으로 보내버리는 거 아냐?’라는 농담을 할 때도 있다. (웃음) 일단 나는 선풍이라는 인물에서 기자라는 직업이 곁다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신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내가 사소하다고 느끼는 순간 시청자들도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 최대한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이크를 상대에게 내밀 것이냐, 수첩에 메모하며 취재할 것이냐에 대한 디테일도 기자들에게 물어봐서 결정했고, 메모할 때 쓰는 펜도 선풍이라면 어떤 스타일을 쓸까 고민했다. 항상 뛰어다니는 사회부 기자니까 의상도 면바지에 운동화만 신을까 생각하다가 너무 작위적인 설정인 것 같아 구두 한 켤레만 계속 신었더니 이번 주에 그 구두 뒤축이 나가는 바람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고 촬영했다. 스타일리스트나 주위에서는 구두나 가방을 좀 바꾸라고 하는데, 사실 이 친구는 이런 데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 드라마니까 옷도 갈아입는 거지, 아마 선풍이는 옷 두 벌만 있으면 번갈아 입고 다닐 거다. 남자 넷 있는 집안이니 양말도 형이 벗어놨던 거 다시 신고 나갈 것 같고. (웃음)

실제로도 형이 있나.
한상진:
여동생만 하나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가깝게 살았던 작은 외삼촌 댁이 4형제라 그런 집안 분위기를 정말 잘 안다. 남자들끼리니까 맨날 치고받고 싸우고, 그 형들은 지금 사십이 넘었고 중학생인 아이도 있지만 모이면 여전히 애들 같다.

현미의 조카이자 노사연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연예인이 많은 집안인데 자라면서 어땠나.
한상진:
우스갯소리로, 집안 모임하면 나는 15위 안에도 못 든다고 얘기하곤 하는데 그만큼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재미있는 사람이 많다. 가족들도 항상 “넌 숫기가 없어”라고 말했고 나도 뒤로 빼는 편이었다.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도 없다. 그랬던 내가 갑자기 연기를 하고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을 땐 전부 ‘저러다 말겠지, 운이 좋았구나’ 정도 반응이었다.(웃음) 그런데 데뷔 후 6, 7년 동안은 집안에서만 알고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집안 탤런트’로 살았으니까 명절 되는 게 괴로웠다. 가족들 다 모이는 날 노총각, 노처녀보다 더 힘든 게 일 없는 연예인들이다. (웃음) 그 때도 부모님 못지않게 감사했던 분이 현미 이모님이다. 내가 단역일 때부터 모니터를 해주셨고 지금도 드라마 방송 시간 끝나면 부모님, 아내 다음으로 통화를 하는데 신랄한 비판을 해주신다.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 혀 짧은 소리가 들린다”며. 사실 내 혀가 좀 짧은 편이라 발음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다.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게 있다”

서울예대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한상진:
조용하고 학교도 잘 못 나갔다. 내가 다닌 방송연예과는 나와 동기 한두 명 빼면 다 연예인들이었다. 당시 최고 스타였던 H.O.T 문희준 씨와 R.ef 이성욱 씨가 동기였고 차태현, 박선영, 강성연 씨 같은 대단한 선배들과 채림, 김유미 등 유명한 후배들이 있었으니까 분위기가 남달랐다. 다른 동기들도 대부분 잡지 모델이나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해서 수업 왜 안 나오냐고 물어보면 촬영 나갔다고 하는데, ‘와, 진짜 부럽다’ 고 생각했다. (웃음) 학교가 나랑 먼 세상 같다고 느끼고 적응을 잘 못 하는 바람에 2년제인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며 4년을 다녔다. 졸업반이 됐을 때까지도 연기 시키면 뒤로 빠져서 편집실에 앉아 있는, 있으나 마나 한 학생이었는데 교수님 지시로 50명이 한꺼번에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에 응시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뽑힌 게 나였다. 난 그 때, 다음 주면 바로 스타 되는 줄 알았다. 7년 걸리더라. (웃음)

2000년 입상 이후 2007년 <하얀 거탑>에 출연하기까지, 7년은 적지 않은 기간이었겠다. 어느 순간 누군가가 확 뜨기도 지기도 하는 세계에 있으면서 그 시간 동안 내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했나.
한상진:
<하얀 거탑> 안판석 감독님과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 나는 ‘이 세계엔 진짜 안 보이는 뭔가, 빽 같은 것들이 있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하려면 진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내 실력은, 나는 스스로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싱글 A 정도라서 그랬던 거다. 기존의 다른 감독과 연기자들은 나보다 더 프로였고, 그들 눈에 나는 아마추어였던 것뿐이다. 프로의 벽이 높다는 걸 깨닫고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한데 나는 그걸 배우는 데 7년 걸렸다. 그 때부터는 이 바닥에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이젠 잘 해야 되고 ‘진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지금도 내 실력은 트리플 A 정도지, 메이저리그 주전감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나는 잘생기거나 몸짱인 배우가 아니니까 시청자들이 최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잘 생긴 것도 아닌 애가 자꾸 TV에, 그것도 좋은 분들과 좋은 드라마에 나오니까 연기를 잘 할 거라는 선입견을 심어드린 거지. (웃음)

부인 박정은 씨가 2004년 결혼 당시에도 농구계 스타였던 데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다. 그로 인한 부담이나 초조함 같은 건 없었나?
한상진:
아내는 그 때도 스타였고 지금도 스타다. 나는 무명이었고, 지금도 분야 안에서 보면 아내는 여자농구계에 없어선 안 될 존재고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한다. (웃음) 하지만 부담이나 초조함은 없었다. 항상 “내가 직업이 배우라서 지금 단역인 거지 내 인생은 단역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물론 오랫동안 단역, 조연으로 활동하며 단지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격적인 무시를 당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만들었던 상황은, 영화 <트루먼쇼>의 짐 캐리처럼, 나는 <한상진>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인데 주인공들은 원래 핍박을 받는 존재니까 지금 내 삶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내가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였다. 정말 힘든 마지막 순간에서도 이걸 멋지게 연기로 승화시켜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한상진>이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힘들었던 신은 무엇인가.
한상진:
어느 드라마 대본 연습 때, 남자 주연배우가 못 오게 되자 나를 대타로 불렀다. 나는 단역이라도 시켜줄 줄 알고 갔는데, 저 끝에서부터 배우들이 차례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배역명과 이름을 말하던 중 내 차례가 되자 그냥 빼고 다음 사람부터 인사를 시키는 거다.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 속에 앉아 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내가 대역을 하려던 배우가 다음 날 올 수 있다고 연락하는 바람에 곧 대본연습이 미뤄져서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이 울었던 날이 없다. 하지만 결국 그런 상황들이 나를 강하게 만든 것 같다.

“<하얀 거탑>은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

이민까지 고려하던 중에 <하얀 거탑>에 출연하게 됐다.
한상진:
외국에 나가서 한 달 정도 그쪽 생활을 알아보던 중에 <하얀 거탑> 오디션 연락을 받고 바로 돌아왔다. 첫 촬영 때 이 작품은 잘 될 거라는 느낌이 왔다. 4회에서 박건하가 노민국 교수 역의 차인표 선배에게 찾아가 “교수님께서 빠져주셔야겠습니다” 하는 장면이었는데, 노민국 교수가 “내가 지금 얼마나 자신을 얼마나 억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돌아가세요”라고 하니까 당황해서 “펴, 편한 밤 되세요” 라고 하는 건 애드리브였다. (웃음)
그리고 1회 1신, 수술 첫 장면도 잊지 못한다. 스무 시간 넘게 찍었는데 내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박건하는 <하얀 거탑>의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 갈등의 중심에 있거나 비중이 컸던 인물은 아니다. 등장하는 신이 적은 가운데 어떤 인간을 보여주려고 했나.
한상진:
사실 1회 대본에서 ‘건하’라는 이름은 여섯 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방송에는 스무 번 넘게 나왔다. 정말 열심히 했다. 풀샷에서도 정말 별 연기를 다 했다. 수술 장면만 지켜보는 건데도 모니터 보면서 표정연기 하고 안경도 올렸다 내렸다, 옆 사람도 쳐다보고.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바스트샷을 잡아주셨다. “건하 투샷, 건하 걸고, 건하 쪽 걸고, 걸고”하면서 많이 나오게 됐다. (웃음) (김)명민이 형도 나에게 바스트샷 하나라도 더 주려고 신경 많이 써주셨고. 사실 지금 연기에 있어 디테일한 것들을 정말 열심히 신경 쓰는 건 안 감독님과 명민이 형에게 배운 점이 크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의 한 조각으로, 그리고 배우로서 처음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하얀 거탑>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상진:
일단은 책임감이 생겼고, 지금 이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얀 거탑> 끝나고 주위에서는 ‘좀 잘 됐구나. 이젠 잘 되겠지’ 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프로의 세계는 내가 변화하지 않고 새로운 걸 찾지 않으면 순간인 거다. 그래서 <이산> 까지 가는 과정에도 고민하고 힘든 시간이 있었고, <이산> 이후에는 영화 <29년>을 반 년 가량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작이 무산된 게 무척 아쉬웠다. <솔약국집 아들들>을 마지막으로 찾아간 것도 홍국영과 똑같은 인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산>의 홍국영은 주인공보다 더 빛났던 면이 있는 캐릭터였다. 선의를 가진 인물에서 야심 때문에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한상진:
홍국영은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말하자면 이 나라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경호실장을 다 해 먹은 인물이었다. 그 사람이 그 정도 야심이 없다면 이상한 거지. 하지만 역사는 살아남은 자, 승리한 자의 기록이니까 패자에 대해서는 좋지 않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홍국영이라는 캐릭터의 합리성을 찾고 시청자들에게도 그 당위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당대를 기록한 역사책을 많이 읽어봤는데, 서른셋의 나이로 그가 죽었을 때 재산이 집 한 채도 없었다는 걸 보고 놀랐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도 사실은 진짜 조선을 생각하고 정조를 최고의 왕으로 만들고 싶어 했는데 오직 내가 법이고 나만이 옳다는 생각에 빠졌던 게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을 신경 써서 인물에 접근했다.

“지금의 내 목표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

주인공이 아니어도 극의 흐름 안에서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로 작품을 대하나.
한상진:
일단 현장이 편해야 한다. 사람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촬영 세트의 내 방이나 거실 같은 데 자주 자리를 잡고 있는다. 극 중에서는 내가 이삼십년 씩 산 집이니까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이산> 때 이순재 선생님께서 옛날에 <허준>의 유의태가 사망하는 신을 찍으면서 촬영 한시간 반 전부터 그 자리에 누워 미리 기를 느끼고 극의 흐름을 생각하셨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 연기를 가짜로 하면 안 되고 진실 되게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아직도 그게 참 어렵다. 진짜 진실된 연기가 무엇인가는 나이가 들고 은퇴하고 죽는 날까지 계속 찾아야 할 답인 것 같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 말도 잘 하고 예능감도 뛰어난 편이다. 연기 외의 영역에 대한 관심도 있나.
한상진:
라디오 DJ를 굉장히 해보고 싶다. 나는 술, 담배를 못해서 평소에 사람들과 카페에 앉아 차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는데 밤이 되면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들과 이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매 작품마다 보다 뚜렷한 입지를 쌓아나가고 있는데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한상진:
배우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인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지향하느냐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트렌드를, 대중을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 지금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골라 연기하고 싶다. 트렌디 드라마를 한다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드라마가 무엇인지를 읽는 거다. 그래서 지금의 내 목표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배우가 되는 거다.

9년 동안 이 세계에서 일하며 꼭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상진:
제일 중요한 건,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는 거다. 옛날에는 다음 작품을 생각해서 이번엔 이렇게 가야지, 하는 약은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진득하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품과 오늘 촬영해야 하는 이 신에 대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너무나 치열한 세상이기 때문에 꼭 내가 아니어도 대체할 수 있는 연기자는 많다. 그래서 매일 아침 촬영을 갈 때마다 생각한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에게 내일은 없다고.

스타일리스트 한송경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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