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리처드슨은 꼴통이다. 90년대 이후 가장 핫한 패션 포토그래퍼로 명성을 날리는 이 남자의 말 좀 들어보라. “사진을 보자마자 섹스하고 싶어지는 사진을 찍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여성의 음부에 향수병을 턱 하니 얹은 톰 포드의 광고들, 가히 예술적 포르노라 부를만한 시슬리와 구치, 아메리칸 어패럴의 광고 사진들로 유명하다. 조명도 세팅도 없다. 그는 손에 들어오는 플라스틱 재질의 자동카메라로 자동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수백만 달러짜리 광고 사진들을 찍는다. 위의 동영상속에서도 그는 말한다. “아마도 집에 계신 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을 거예요. 저는 시력이 안 좋아서 보통의 포커스 카메라로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거든요. 이런 스냅샷 카메라는 사용하기도 쉽고 사진의 퀄리티도 끝내줍니다.” 테리 리처드슨 스타일의 스냅 사진은 현대 패션사진의 주류가 됐다. 한국 패션지 뿐만 아니라 인터넷 패션 블로그와 쇼핑몰도 요즘은 리처드슨 스타일의 플래시로 확 날려버린 사진을 따라한다. 그런데 추종자들의 사진에는 리처드슨처럼 싸지만 묘하게 섹시한 맛이 없다. 무심한 듯 세련된 멋도 없다. 리처드슨 사진의 아우라는 사진의 퀄러티보다는 라이프 스타일 자체에서 기인한다. 리처드슨은 진짜로 그렇게 산다. 모델들과 섹스하고 파티에서 마약하고 온갖 하이패션 셀러브리티들과 파티를 벌이며 산다. 그의 사진은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라 재미있다. 한국 인터넷 쇼핑몰의 리처드슨st 사진들은 라이프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는 허세다. 그런 건 그냥, 저렴하다.
 

글. 김도훈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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