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천사다. 악한 마음을 모조리 제 몫으로 가져가 버린 오빠 때문인지 사과하고, 걱정하는 일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녀는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선(善)의 화신’이다. 그러나 정말로 이 여자가 흔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 선함이 전대미문의 능동성을 바탕으로 완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당해주고, 참는 것이 아니라 죄를 사하기 위해 제 발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KBS <남자 이야기>의 은수는 결국 성스럽지만, 결코 처량하지 않다. 동그란 이마와 수줍은 눈매, 그리고 고집이 담긴 작은 입술을 가진 한여운은 그런 은수를 연기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얼굴을 가졌다. 화려한 미인은 아니지만 소박한 굽이마다 손으로 빚은 듯한 온기가 어려 있는 그녀의 표정들은 작게 웃을 때도, 눈물을 뚝뚝 흘릴 때도 진심으로 순수하다. 마치 은수처럼 말이다.
선의 화신과 말괄량이를 넘나들었던 유쾌한 아가씨
이렇게 꼭 맞는 캐스팅이 단번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었다. “대본만 받고 결정된 배역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4부까지 대본 리딩 다 하고, 심도 있는 인터뷰와 오디션까지 거치고서야 결과를 얻었죠. 제가 배우들 중에 가장 늦게 합류 했어요.” 오디션 기간 중의 속앓이와 먼저 캐스팅 된 배우들과 데면데면 했던 촬영 초반을 떠올리면서도 한여운의 목소리는 밝다. 촬영하는 게 너무 신나서 학교만 다닐 때 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기의 학점이 더 좋을 정도라는 자기 분석을 증명이라도 하듯, 힘든 기억들은 휘발된 지 이미 오래. 지금 그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오직 ‘은수’뿐이다. “원래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 해요. 착한 연기를 하는 걸로 보이면, 그건 은수가 아니죠. 감정이 한결같고 쉽게 갈등하지 않는 인물이라 재미없어 보일까봐 걱정이긴 한데,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요.” 진지한 속내를 밝히면서도 그 끝에는 웃음이 자리한다. “변하기엔 이미 늦었나. 하하하.” 그러니까 그녀에게 연기를 고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작업의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분명 쉽지 않은 촬영 스케줄이라 들었건만, 인터뷰 내내 한여운의 기운은 그지없이 생생하다. 도우(김강우)와 호텔에서 조우하는 장면을 찍을 때의 어려움을 얘기하다가도 어느새 “도우에게 은수는 가족이나 여자가 아니라 마지막 희망”이라고 작가님의 해석을 인용하거나 “도우는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 은수는 그에게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열쇠”라고 네티즌의 글을 전해주며 작품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넘친다. 고요한 은수를 생각하면 의외의 면이지만, KBS <청춘 예찬>의 얄밉도록 솔직한 경숙이었고, SBS <황금신부>의 당돌한 세미였으며, 영화 <라디오 스타>의 씩씩한 김 양이었던 그녀의 본래 모습은 생각보다 활기차고 발랄하다. 아니, KBS <드라마 시티>의 ‘순결한 순이’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연기를 떠올리자. 마치 은수가 도우로 변하듯 감정의 극단을 오갔던 그녀의 연기에는 제법 큰 에너지가 있었다.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잖아요. 그런데요. 저 되게 행복해요.”
그러나 정작 한여운을 향한 기대가 커지는 대목은 그 에너지가 불꽃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니라 그녀가 제 속에 들어앉은 불씨를 다독일 때다. “무리해서 욕심내는 것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만큼만, 제대로 하면서 가고 싶어요. 그게 결국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제 욕심에 부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라는 그녀의 말에는 웃자란 욕심이 없고 그래서 그 말투는 순수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나 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도 몰라요. 지금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잖아요. 그런데요. 저 되게 행복해요.” 그러더니 그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마음에 드는 배역을 마음껏 연기할 수 있어서 즐겁다는 스물여섯의 처녀는 연기에 대한 연정을 숨길 줄을 모른다. 순수한데다가 사랑 앞에 눈물 바람이라니, 귀여운 순정파 여배우의 탄생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선의 화신과 말괄량이를 넘나들었던 유쾌한 아가씨
이렇게 꼭 맞는 캐스팅이 단번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었다. “대본만 받고 결정된 배역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4부까지 대본 리딩 다 하고, 심도 있는 인터뷰와 오디션까지 거치고서야 결과를 얻었죠. 제가 배우들 중에 가장 늦게 합류 했어요.” 오디션 기간 중의 속앓이와 먼저 캐스팅 된 배우들과 데면데면 했던 촬영 초반을 떠올리면서도 한여운의 목소리는 밝다. 촬영하는 게 너무 신나서 학교만 다닐 때 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기의 학점이 더 좋을 정도라는 자기 분석을 증명이라도 하듯, 힘든 기억들은 휘발된 지 이미 오래. 지금 그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오직 ‘은수’뿐이다. “원래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 해요. 착한 연기를 하는 걸로 보이면, 그건 은수가 아니죠. 감정이 한결같고 쉽게 갈등하지 않는 인물이라 재미없어 보일까봐 걱정이긴 한데,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요.” 진지한 속내를 밝히면서도 그 끝에는 웃음이 자리한다. “변하기엔 이미 늦었나. 하하하.” 그러니까 그녀에게 연기를 고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작업의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분명 쉽지 않은 촬영 스케줄이라 들었건만, 인터뷰 내내 한여운의 기운은 그지없이 생생하다. 도우(김강우)와 호텔에서 조우하는 장면을 찍을 때의 어려움을 얘기하다가도 어느새 “도우에게 은수는 가족이나 여자가 아니라 마지막 희망”이라고 작가님의 해석을 인용하거나 “도우는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 은수는 그에게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열쇠”라고 네티즌의 글을 전해주며 작품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넘친다. 고요한 은수를 생각하면 의외의 면이지만, KBS <청춘 예찬>의 얄밉도록 솔직한 경숙이었고, SBS <황금신부>의 당돌한 세미였으며, 영화 <라디오 스타>의 씩씩한 김 양이었던 그녀의 본래 모습은 생각보다 활기차고 발랄하다. 아니, KBS <드라마 시티>의 ‘순결한 순이’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연기를 떠올리자. 마치 은수가 도우로 변하듯 감정의 극단을 오갔던 그녀의 연기에는 제법 큰 에너지가 있었다.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잖아요. 그런데요. 저 되게 행복해요.”
그러나 정작 한여운을 향한 기대가 커지는 대목은 그 에너지가 불꽃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니라 그녀가 제 속에 들어앉은 불씨를 다독일 때다. “무리해서 욕심내는 것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만큼만, 제대로 하면서 가고 싶어요. 그게 결국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제 욕심에 부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라는 그녀의 말에는 웃자란 욕심이 없고 그래서 그 말투는 순수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나 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도 몰라요. 지금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잖아요. 그런데요. 저 되게 행복해요.” 그러더니 그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마음에 드는 배역을 마음껏 연기할 수 있어서 즐겁다는 스물여섯의 처녀는 연기에 대한 연정을 숨길 줄을 모른다. 순수한데다가 사랑 앞에 눈물 바람이라니, 귀여운 순정파 여배우의 탄생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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