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전업주부에서 대한민국 주부들이 뽑은 ‘올해의 닮고 싶은 아내 1위’로 당당히 변신한 스타 강사 천지애 씨, 학창 시절부터 뛰어난 미모로 유명했고 서울대 의대생과 결혼해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그녀에게도 남편의 대학 중퇴와 오랜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 등 크나큰 위기는 있었다. 그러나 자녀의 유치원비를 벌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음은 물론 특유의 눈썰미와 손재주를 살린 명품 이미테이션 디자인으로 생활력을 발휘해 가정을 지켰던 그녀는 마침내 남편 온달수 씨를 업계 최고 연봉의 대기업 퀸즈 푸드에 입사시키며 ‘내조의 힘’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번 미르 백화점 염창점 오픈 기념 특별 강좌 참석자들의 열띤 질문 열기 속에서도 천지애 씨는 ‘내조의 여왕’ 다운 현명한 답안들을 내놓아 좌중을 감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데, 미르 백화점 5만원 이상 구매 고객 선착순 200명만이 입장할 수 있어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던 이 날 강좌의 내용을 <10 아시아>에서 단독 공개한다.

그런 말이 있죠. “너무 많은 이해심은 무관심일 수도 있지” 애인이랑 두 분이 너무 쿠울~하시네요. 사랑하니까 다른 여자랑 약혼해도 기다리고, 사랑하니까 다른 남자랑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게 이게 말이나 돼요? 사랑은 변해도 빚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잘 볼 땐 지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있나, 연봉 빠방한 회사에 다니나 이런 걸 봐야죠. 그리고 중요한 건 시댁이 수도권에 있으면 안돼, 지방이나 아니면 해외! 특히 직항 없는 데, 비행기 서너 번 갈아타는 데면 더 좋고, 그런 걸 꼼꼼히 잘 따져야 되는 거지 사랑 믿고 있다간 낭패 본다니까요? 근데 시아버지 될 분이 그렇게 극성이고 진상인 걸 어떻게 하려고? 그러다 두 사람 다 덜컥 따로따로 결혼하면 어쩔 거예요? 그래봤자 바람인데 자고로 바람 피는 년놈들은 그냥 다 쓸어 모아다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홀딱 벗겨놓고 개망신을 줘야 돼! 크흠, 이게 퍽 아름다운 소재가 아니다 보니 제가 조금 흥분을 했는데 암튼 그 애인이란 남자 아주 못쓰겠네요. 그냥 개 패듯 패서 정신 못 차릴 거 같으면 내다 버리시구요. 좀 속상하셔도 할 수 없네요. 제가 원래 틀린 말은 안 하는 사람이에요.

아니 짝퉁 디자인이 어때서요? 그 분들도 다 자존심 있고 한 땀 한 땀 공들여서 바느질하는 분들이세요. 그동안 공부만 하느라 몰랐겠지만 결혼해 봐요. 애는 커 가는데 남편이 돈 한 푼 못 벌어 와서 시댁에 생활비 타러 갈 때마다 주눅 들고, 형님네는 게장 얻어 가는데 우리는 김치만 얻어먹을 때, 그리고 그것도 눈치 보여서 애 낳기 전날에도 시댁에 돈 받으러 갔다 그냥 오기 뭐하니까 김치 담그는 거 돕다가 양수 터져서 병원 실려가 본 적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누군 뭐 자존심 없어서 그러고 사나? 실력으로 승부하는 거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실력 백번 좋아야 아무 소용없고 진짜 실력자 눈에 드는 게 최고라니까. 제 책 <사모님을 땡기는 방법>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어요. 그리고 회사 윗분한테 아저씨라고 그러는 건 너무 개념 없어 보이겠죠? 나도 아줌마란 소리 들으면 기분 나쁜데, 다음부턴 오빠라고 불러드리세요. 참, 그리고 남자 때문에 고민되면 일단 이 세 가지를 보세요. 첫째는 연봉, 둘째는 집안, 셋째는 부동산. 어차피 사람이 싸가지 없는 거랑 돈이 많은 건 별개랍니다.

제가 앞에서도 말씀 드렸죠? 사랑은! 그렇죠, 변해도! 빚은? 네,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는? 현금의 향기! 세상에서 제일 못난 여자는? 헤어진 남자 빚 갚아주는 여자! 제가 백수랑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원래 백수가 용감해요. 잃을 게 없거든. 물론 그게 남편이면 어쩔 수 없이 기도 살려 주고 뭐, 장동건보다 당신이 요만큼 더 멋있다는 립서비스도 해 가면서 데리고 살아야겠지만 남편도 아닌 남자 빚을 왜 갚아줘요, 네? 1억이면 그게 제가 손끝이 헤지도록 바느질해서 가방을 몇백 개를 팔아야 나오는 돈인데…막말로 그걸 날 줬으면 지금 2억으로 갚았겠네. 암튼, 지금 재벌 2세 만났으니까 봉 잡은 거긴 한데 재벌 2세도 잘 체크해 봐야 돼요. 나도 아는 재벌 2세가 하나 있는데 아주 그냥 결혼하고 나서 맨날 여자 갈아치우면서 부인 속을 얼마나 썩였는지 결국 부인이 바람나고 위자료도 제대로 못 건져서 이혼했잖아. 그러니까 이것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버리고 도망가요. 한 번 버린 거 두 번은 못 버리나? 그리고 뭐 혹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싶으면 신의 힘이라도 빌어야지. 내가 부적 잘 쓰는 데를 좀 아는데 이따 끝나고 잠깐 있어 봐요.

차니 골프 여행권이니 해도 남자들이 은근 복잡한 데가 있어서 그래요. 제 친구 중에 정말 남편 퇴근하면 아로마 초다 반신욕이다 신문 스크랩이다 온갖 요란을 다 떨어 바친 애가 있었는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거든. 사표 수리 안 되게 잠깐 막아놓고 며칠 심심하게 내버려 두면 정신 차릴 거에요. 내조가 별 거 아닌 거 같죠? 그게 남자를 영웅으로도 만들고 핫바지로도 만드는 거야. 사회 생활의 기본을 가르쳐야죠. 친선 시합 같은 데서 괜히 상사 이기겠다고 달려들지 못하게 단속 잘 하고, 상사 부인 되시는 분이 “김치 담글 때가 됐네” 하시면 절인 배추에 양념까지 싹 챙겨서 찾아가는 센스! 원래 낮게 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 거에요. 하지만 나는 놈 위에 기는 놈 있다고, 납작 엎드려서 화장실 바닥에 붙은 물 묻은 휴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게 관건이에요. 공무원 하시고 정치 하시면 더 잘 아시겠네. 혹시 애가 없어서 남편이 밖으로 돈다? 그럼 노력을 하시고. 요즘은 공감대 정치가 더 인기 있잖아요? 선거 포스터에 애기랑 같이 딱 나오시면 얼마나 멋있어요? 육아 문제 얘기할 때도 폼 나고. 안 그래요?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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