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 프로레슬러다. 형사다. 뱀파이어다. 웃긴다. 무섭다. 때론 야하다. 김지운이다. 봉준호다. 박찬욱이다. 실험적이다. 대중적이다. 최고의 스타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다. 최고의 이상한 놈이다. 빈칸을 채우시오. 송강호는 ( )다.
류태호 : <살인의 추억>에 살인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연기를 시작할 당시 극단 연우무대의 극장장으로, 당시 류태호는 송강호에게 “뽑아 놓고 빈둥빈둥 거리면 당신 인생도 소모되는 거고 우리도 소모하는 거 아니냐”면서 퇴짜를 놨고, 송강호는 그래도 몇 번씩 연우무대를 찾아간 끝에 단원이 됐다. 당시 송강호는 직접적인 주장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던 당시 연극계의 분위기와 달리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대해 고민했고, “분명히 전교조 이야기지만 전교조라는 말을 전혀 꺼내지 않는”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았다.
송능한 : <넘버 3>를 연출한 감독. 송강호는 <넘버 3>에서 조폭 두목으로 출연, 조직원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말하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 씬의 초반 1분 동안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화면을 이끌 만큼 영화를 장악한다. 어린 시절부터 ‘말 맛’을 잘 살리는 걸로 유명했던 그는 “내가 본 걸 내 식대로 바꿔서 표현하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이야기 전달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심지어 뱀파이어로 출연한 <박쥐>에서마저 그는 태연스럽게 “락앤락에 피를 담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같은 대사로 영화의 분위기를 풀어놓는다. 심각한 분위기에서마저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독특한 그의 어법은 송강호가 캐릭터를 ‘내 식’대로 전달하는 방법이자, 그의 영화가 대중적인 친화력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석규 : 1990년대 최고의 인기 배우. 송강호와 <초록 물고기>, <넘버3>, <쉬리> 등에 함께 출연했다. 한석규는 <초록 물고기> 촬영 당시 늘 송강호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그를 격려했고, 송강호와 자신이 싸우는 씬에서 그가 “진짜처럼 싸우자”며 ‘막싸움’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매우 리얼한 싸움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인연으로 송강호는 한 때 한석규의 형에게 매니지먼트를 받았고, <쉬리>에 함께 출연한다. 그러나 <쉬리>는 “배역의 존재감을 잘 못 살려 작품의 옥의 티가 됐다”고 할 만큼 잘못된 선택이었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조연 캐릭터였던 송강호의 배역은 전형적인 캐릭터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우에 더 어울리는 것이었다. 송강호는 이후 보다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김지운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남자가 여자의 입술이 아니라 코를 빨고 있다든지 할”것이라고 말한 감독.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을 통해 영화계에 안착했다.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을 찍을 당시부터 촬영이 끝난 뒤에도 편집실에 찾아와 후반 작업을 지켜보며 “사운드 믹싱 하나에도 영화가 바뀌는” 것을 경험,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하지만 송강호는 편집실에 가는 것을 “정말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송강호는 영화를 찍지 않을 때면 ‘귀찮아서’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술 마시며 영화 이야기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이병헌 : <공동경비구역 JSA>,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함께 출연, 송강호에게 “잘생긴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친한” 배우. 송강호는 자신이 “신성일 선배가 활동하던 시대였다면 나 같은 외모는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영화를 공부한 386세대가 감독이 되면서 배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준호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발밑으로 뱀이 한 마리 슥 지나가는 장면을 찍는다든지 할”것이라고 말한 감독.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은 <괴물>을 찍을 때 “감독님, 강두(송강호의 캐릭터) 바보에요?” “바보는 아닌 거 같아요”라는 대화만 나누고 촬영에 들어갔을 정도로 서로를 신뢰한다. “진정한 코미디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송강호와 대중적인 장르물 안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봉준호 감독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다. 그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살인의 추억>이 대표적인 예.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촌스러운 동네 아저씨이자 폭력적인 형사고, 살인자에 대한 분노와 집념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다. 그의 다양한 얼굴들이 더해지면서 봉준호 감독이 전달하는 ‘1980년대’가 구성된다. 한국 영화가 대중성/실험성 양쪽을 모두 획득하려는 영화들이 등장할 때, 그리고 봉준호 같은 감독이 그 안에 ‘시대’를 담으려 할 때 송강호가 나타났다.
강우석 : 영화감독 겸 제작자. 2005년 최민식과 송강호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배우들 너무 돈 밝힌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강우석은 송강호가 “내가 제작 지분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송강호는 <괴물> 출연 당시 5억의 출연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출연작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고, <괴물>은 자신의 출연료 중 90% 이상을 투자 형식으로 계약했다. 또한 송강호는 <남극일기>와 <우아한 세계>처럼 신인 감독의 작품에도 출연한다.
박찬욱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여자가 남자의 혀를 깨물고 있다든지, 남자가 여자의 혀를 끊어서 씹고 있다든지, 이렇게 연출할 사람”이라고 말한 감독. 반면 박찬욱은 송강호를 “남의 영화도 잘 안보고, 책도 잘 안 읽고, 음악도 싫어하고, 고학력자도 아닌 주제에 그렇게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송강호는 영화를 안 보기로 유명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는 의미에서 내 연기의 스승은 신문”이라고 할 만큼 세상사에 관심이 많고, “진짜 변화는 인간과 연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가치관의 혁명이 이루어진 뒤에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에 대한 이론이나 지식 대신 지금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몸으로 흡수, 그것을 감독에 따라 다르게 보여준다. 그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가 이미 전달할 메시지를 알고 있어서다. “주연은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장 절실하게 지고 있는 인물이다”라는 말은 송강호의 연기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혜수의 말처럼 감독 같은 “작품 전체를 보는 와이드한 시각”으로 평론가처럼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연기하는 배우의 탄생.
윤태구 : 송강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연기한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송강호의 연기 이력 중 색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시대의 현실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감독의 메시지보다는 시각적인 쾌감이 영화의 대부분이다. 이전까지 송강호가 감독의 메시지를 어떻게 ‘맛나게’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다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감독이 세 배우의 기존 캐릭터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조차 송강호는 규정할 수 없는 ‘이상한 놈’이다. 그는 엉성해 보이지만 최고의 총잡이고, 웃겨 보이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그가 공포와 유머를, 일상과 판타지를 한 영화 안에서 결합시키고, 착한 웃음 뒤에 살인을 저지르는 연기를 하는 사이, 그는 도대체 그 마음을, 그 다음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됐다. 웃기든, 무섭든, 불편하든, 불쾌하든 송강호는 우리에게 하나의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 철학자들의 메시지를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하기 힘든 긴장의 쾌락으로 전달한다. ‘이상한 놈’은 송강호의 그런 모습이 감독의 메시지를 떠나서도 그 자신의 정체성이 된 순간이다. 송강호는 정의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대중에게 끊임없이 무언가가 더 있을 거라는 궁금증을 ‘전달’한다는 것뿐이다.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류태호 : <살인의 추억>에 살인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연기를 시작할 당시 극단 연우무대의 극장장으로, 당시 류태호는 송강호에게 “뽑아 놓고 빈둥빈둥 거리면 당신 인생도 소모되는 거고 우리도 소모하는 거 아니냐”면서 퇴짜를 놨고, 송강호는 그래도 몇 번씩 연우무대를 찾아간 끝에 단원이 됐다. 당시 송강호는 직접적인 주장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던 당시 연극계의 분위기와 달리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대해 고민했고, “분명히 전교조 이야기지만 전교조라는 말을 전혀 꺼내지 않는”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았다.
송능한 : <넘버 3>를 연출한 감독. 송강호는 <넘버 3>에서 조폭 두목으로 출연, 조직원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말하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 씬의 초반 1분 동안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화면을 이끌 만큼 영화를 장악한다. 어린 시절부터 ‘말 맛’을 잘 살리는 걸로 유명했던 그는 “내가 본 걸 내 식대로 바꿔서 표현하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이야기 전달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심지어 뱀파이어로 출연한 <박쥐>에서마저 그는 태연스럽게 “락앤락에 피를 담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같은 대사로 영화의 분위기를 풀어놓는다. 심각한 분위기에서마저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독특한 그의 어법은 송강호가 캐릭터를 ‘내 식’대로 전달하는 방법이자, 그의 영화가 대중적인 친화력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석규 : 1990년대 최고의 인기 배우. 송강호와 <초록 물고기>, <넘버3>, <쉬리> 등에 함께 출연했다. 한석규는 <초록 물고기> 촬영 당시 늘 송강호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그를 격려했고, 송강호와 자신이 싸우는 씬에서 그가 “진짜처럼 싸우자”며 ‘막싸움’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매우 리얼한 싸움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인연으로 송강호는 한 때 한석규의 형에게 매니지먼트를 받았고, <쉬리>에 함께 출연한다. 그러나 <쉬리>는 “배역의 존재감을 잘 못 살려 작품의 옥의 티가 됐다”고 할 만큼 잘못된 선택이었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조연 캐릭터였던 송강호의 배역은 전형적인 캐릭터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우에 더 어울리는 것이었다. 송강호는 이후 보다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김지운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남자가 여자의 입술이 아니라 코를 빨고 있다든지 할”것이라고 말한 감독.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을 통해 영화계에 안착했다.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을 찍을 당시부터 촬영이 끝난 뒤에도 편집실에 찾아와 후반 작업을 지켜보며 “사운드 믹싱 하나에도 영화가 바뀌는” 것을 경험,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하지만 송강호는 편집실에 가는 것을 “정말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송강호는 영화를 찍지 않을 때면 ‘귀찮아서’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술 마시며 영화 이야기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이병헌 : <공동경비구역 JSA>,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함께 출연, 송강호에게 “잘생긴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친한” 배우. 송강호는 자신이 “신성일 선배가 활동하던 시대였다면 나 같은 외모는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영화를 공부한 386세대가 감독이 되면서 배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준호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발밑으로 뱀이 한 마리 슥 지나가는 장면을 찍는다든지 할”것이라고 말한 감독.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은 <괴물>을 찍을 때 “감독님, 강두(송강호의 캐릭터) 바보에요?” “바보는 아닌 거 같아요”라는 대화만 나누고 촬영에 들어갔을 정도로 서로를 신뢰한다. “진정한 코미디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송강호와 대중적인 장르물 안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봉준호 감독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다. 그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살인의 추억>이 대표적인 예.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촌스러운 동네 아저씨이자 폭력적인 형사고, 살인자에 대한 분노와 집념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다. 그의 다양한 얼굴들이 더해지면서 봉준호 감독이 전달하는 ‘1980년대’가 구성된다. 한국 영화가 대중성/실험성 양쪽을 모두 획득하려는 영화들이 등장할 때, 그리고 봉준호 같은 감독이 그 안에 ‘시대’를 담으려 할 때 송강호가 나타났다.
강우석 : 영화감독 겸 제작자. 2005년 최민식과 송강호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배우들 너무 돈 밝힌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강우석은 송강호가 “내가 제작 지분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송강호는 <괴물> 출연 당시 5억의 출연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출연작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고, <괴물>은 자신의 출연료 중 90% 이상을 투자 형식으로 계약했다. 또한 송강호는 <남극일기>와 <우아한 세계>처럼 신인 감독의 작품에도 출연한다.
박찬욱 : 송강호가 “남녀가 꽃밭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 때 여자가 남자의 혀를 깨물고 있다든지, 남자가 여자의 혀를 끊어서 씹고 있다든지, 이렇게 연출할 사람”이라고 말한 감독. 반면 박찬욱은 송강호를 “남의 영화도 잘 안보고, 책도 잘 안 읽고, 음악도 싫어하고, 고학력자도 아닌 주제에 그렇게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송강호는 영화를 안 보기로 유명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는 의미에서 내 연기의 스승은 신문”이라고 할 만큼 세상사에 관심이 많고, “진짜 변화는 인간과 연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가치관의 혁명이 이루어진 뒤에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에 대한 이론이나 지식 대신 지금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몸으로 흡수, 그것을 감독에 따라 다르게 보여준다. 그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가 이미 전달할 메시지를 알고 있어서다. “주연은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장 절실하게 지고 있는 인물이다”라는 말은 송강호의 연기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혜수의 말처럼 감독 같은 “작품 전체를 보는 와이드한 시각”으로 평론가처럼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연기하는 배우의 탄생.
윤태구 : 송강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연기한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송강호의 연기 이력 중 색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시대의 현실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감독의 메시지보다는 시각적인 쾌감이 영화의 대부분이다. 이전까지 송강호가 감독의 메시지를 어떻게 ‘맛나게’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다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감독이 세 배우의 기존 캐릭터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조차 송강호는 규정할 수 없는 ‘이상한 놈’이다. 그는 엉성해 보이지만 최고의 총잡이고, 웃겨 보이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그가 공포와 유머를, 일상과 판타지를 한 영화 안에서 결합시키고, 착한 웃음 뒤에 살인을 저지르는 연기를 하는 사이, 그는 도대체 그 마음을, 그 다음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됐다. 웃기든, 무섭든, 불편하든, 불쾌하든 송강호는 우리에게 하나의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 철학자들의 메시지를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하기 힘든 긴장의 쾌락으로 전달한다. ‘이상한 놈’은 송강호의 그런 모습이 감독의 메시지를 떠나서도 그 자신의 정체성이 된 순간이다. 송강호는 정의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대중에게 끊임없이 무언가가 더 있을 거라는 궁금증을 ‘전달’한다는 것뿐이다.
Who is next글. 강명석 (two@10asia.co.kr)
송강호와에 함께 출연한 신구와 MBC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출연한 김아중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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