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카페투어
4월 30일, 지난 주 목요일에 시작한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도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JIFF의 주 무대인 영화의 거리도, 세계 각국에서 온 영화들도 볼 만큼 봤다면 이제 피 같은 연휴를 투자해서 온 전주를 즐길 차례다. 택시를 타면 시내 어디든 거의 십 분 내로 갈 수 있는 것은 이 도시의 큰 매력. 영화의 거리에서 택시를 타면 5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당도하는 한옥마을은 운치와 멋을 동시에 간직한 곳이다. 고풍스러운 경기전,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의 버럭 청혼이 이뤄졌던 전동 성당 등 사연 있는 건물들은 낮엔 우아한 자태를, 밤엔 야외조명과 어우러진 신비로움을 뽐낸다. 푸짐한 저녁을 먹은 후 디저트 산책으로 완벽한 한옥마을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카페다. 정성스러운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스토리와 일제시대 적산가옥을 개조한 고즈넉한 공간 봄 등 골목 골목 숨어있는 카페들의 내공이 상당하다. 한옥마을 어디를 가도 만족할 만한 커피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지만, 케냐와 탄자니아 등 다양한 지역의 원두를 최상의 상태로 음미할 수 있는 블루에선 ‘어그 신은 강아지’의 재롱까지 만날 수 있어 영화에 지친 여독을 풀기에 최적의 장소다.
카페 블루_ 한옥마을 성심여고 맞은편 골목



평소 비빔밥에 별 뜻이 없는 사람이라도, 전주에 오면 한 번은 먹게 되는 것이 전주비빔밥이다. 정갈한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육회비빔밥의 비주얼은 비빔밥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성미당이건 중앙회관이건 엇비슷하다.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단번에 그려 넣겠다는 기운 센 화가의 화폭처럼 갖가지 나물을 색색깔로 얹은 밥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육회와 윤기 나는 계란 노른자. 비비기가 아까워 보이는 이 육회비빔밥은 한 입 베어 물고 나서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때로는 내가 그동안 먹어왔던 것이 과연 비빔밥인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맛이 혀를 내리치는가 하면, 미리 비벼 나와서 편하다는 이점 외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비빔밥도 있다. 수많은 전주의 비빔밥 가게들 중에서 그런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비빔밥에 너무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진 말고 겸손한 관광객의 자세로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것.
중앙회관_ 중앙동 우체국 골목에서 500m 직진
성미당_ 중앙회관에서 200m 더 직진

글. 전주=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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