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만 재워줘> MBC 밤 11시 45분
<투캅스 2>의 ‘터미네이터’ 김보성이 아닌 허석을 기억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역시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1989년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그는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미연과 풋풋한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역시 풋풋한 남학생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싸움을 일삼고 샌드백을 두들기던 반항아는 오히려 김민종이었으니 정말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법이다. 해외 스타로 따지면 리버 피닉스가 나이 먹고 이름 바꿔 스티븐 시걸이 된 정도라 하겠다. 눈을 가리기 위해 집에서도 선글라스를 쓴다는 그의 집에 터프가이의 ‘가오’ 따위 겁내지 않는 네 명의 여인네가 찾아와 수다 한 판을 벌이는 모습은 그래서 기대된다. 터프함이 통하지 않는 아줌마들이라면 그에게서 과거 꽃미남의 수줍은 미소를 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코미디쇼 희희낙락> KBS2 밤 11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은 코미디에 있어서만큼은 진실이다. 10년 전 <개그콘서트>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코미디가 공개무대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고 신선해했지만, 지금은 방송 3사를 통틀어 공개 코미디 외의 코미디를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트렌드를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그리움을 느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시절 최고의 스타인 최양락, 최병서, 김정렬 같은 스타들의 토크쇼 출연으로 과거 코미디의 향수를 어느 정도 해소하던 사람들에게 정통 비공개 코미디를 표방한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과연 유세윤과 신봉선, 김병만처럼 공개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던 개그맨들은 과거 트렌드를 화려하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수퍼액션 낮 1시 40분
최근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퀼인 <울버린>과 <스타트렉> 시리즈의 프리퀼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극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역시 프리퀼은 그 서사구조가 방대한 작품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끝을 보여줬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자 과거 시리즈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가 매력적인 그래서이다. 우주연합이 민주제에서 황제라는 존재를 추대하는 과정, 제다이라는 전설의 존재들이 몰락하는 계기 등 모든 것이 흥미롭지만 역시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익숙한 ‘후욱-후욱-’ 소리와 함께 다스베이더가 탄생하는 모습이 아닐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에 극강의 포스를 발휘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영화사 최고의 악당도 사실은 ‘내 여자에게 따뜻한’ 남자였음을 알 수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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