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시리즈의 공통적인 목표는 좋은 시간대에 배정돼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 오랫동안 방송하는 것이다. 방송국 측에서는 고정된 광고 수입이 생겨서 좋고, 제작사나 배우 측에서는 오래 방송할수록 다른 채널이나 해외에 배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져서 좋다. 대략 5 시즌 정도 방영하면,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창출되고, 이에 따른 배급 수익은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다. 그러나 4월 9일 방송을 시작한 CBS의 새로운 미스터리 시리즈 <하퍼스 아일랜드> (Harper’s Island)는 여러모로 이런 미드의 법칙과 많이 다르다. 단 13편의 에피소드만으로 제작이 완료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히트 공포영화 시리즈 <스크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접합시킨 듯한 시리즈로, 매회 1명 이상의 캐릭터가 살해당하는 설정에다가 마지막 에피소드 방영 일도 7월 2일로 벌써 정해 놓았다. 그렇다면 왜 배급 수익을 포기하면서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 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섬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첫째, 제작진이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적은 예산으로 시청률은 높여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신인 배우를 쓰면서도 젊은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신선한 공포물 시리즈가 매력적이었다. 둘째, 열린 결말이 아닌 확실한 엔딩으로 시리즈를 제작, <로스트>나 <히어로즈>처럼 초창기의 신선함을 잃고 식상해 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방송사의 의지가 컸다. 셋째, <하퍼스 아일랜드>가 성공할 경우, <서바이버>나 <베첼러> 같은 리얼리티 시리즈처럼 장소와 캐스팅만 바꿔가면서 같은 포맷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영화 <내셔널 트레져>의 감독 존 터틀타웁이 연출은 물론 프로듀서까지 겸하는 <하퍼스 아일랜드>의 가상의 섬인 ‘하퍼스 아일랜드’다. 이 섬에서는 7년 전 한 남성이 마을 사람 6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잘 어울리는 젊은 커플 헨리 (<어글리 베티>의 크리스토퍼 고햄)와 트리시 (<수퍼내추럴>의 케이티 캐시디)가 이 외딴 섬에서 1주일 내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 헨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7년 전 살인사건에서 어머니를 잃고 LA로 떠났던 애비 (일레인 캐시디)를 비롯해 딸의 결혼을 못마땅해 하는 트리시의 아버지 토마스 (리처드 버기) 등 가족과 친구들이 섬으로 함께 떠나고, 이 때부터 캐릭터가 하나씩 살해되기 시작한다.

아무도 안심할 수 없다

<하퍼스 아일랜드>에 출연하는 캐릭터는 결혼식 하객과 주민 등 총 25명이다. 이 시리즈를 새 프로그램이 아닌 일종의 ‘이벤트’로 선전하고 있는 CBS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살해당하는 캐릭터를 맞춘 시청자들에게 1,000달러를 상금으로 주는 온라인 콘테스트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유투브에서 라는 시리즈로 알려진 외전과 함께 매주 <하퍼스 글로브>라는 웨비소드를 선보이고 있다.

<하퍼스 아일랜드>에는 스타들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공포와 서스펜스라는 장르와 13주 후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범인을 알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무리 유명 배우라 할지라도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설정은 시리즈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이 된다. 한편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하퍼스 아일랜드>는 4번째 에피소드부터 가속도가 붙어 더욱 재미있어진다고 한다. 어둠의 경로로 시청하시는 한국의 미드팬들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몰아 보는 것이 어떨까.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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