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어떤 사람에게 그는 21세기가 낳은 최고의 영웅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박지성은 그저 ‘유럽에서 뛰는 축구 선수’, 혹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골 넣은 선수’로만 기억되기도 한다. 언론은 언제나 그를 주목하지만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올해 나이 스물아홉의 청년’이라는 사실 외에 우리가 박지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축구팬이 아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지난 주 배우 김명민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셀러브리티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박지성을 택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현기 PD는 “단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 없는 사람, ‘무릎 팍 도사’에서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15일 오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 시사회에서는 약 35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박지성의 새로운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 다큐는 제가 찍는 처음이자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될 거에요”

박지성이 있는 영국 맨체스터와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렸던 이란, 한국을 오가며 3개월 동안 촬영된 다큐멘터리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로서 팀 연습에 참여하고 경기를 뛰는 박지성의 모습 외에 영어 수업을 받거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찾는 모습, 비디오 축구 게임에서조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모습 등 일상 속의 박지성을 볼 수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주장 라이언 긱스가 말하는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에서 그의 존재감을 설명하고, 팀 동료이자 친구인 에브라와 테베즈가 박지성을 위해 준비한 깜짝 생일 파티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며 재미를 주기도 한다. 또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선수’와 ‘인간’으로서의 박지성의 면모가 비슷한 비중으로 구성되어 바이오그래피적 측면이 강하다”고 밝힌 김현기 PD의 말대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 이야기로 빼곡히 채워졌던 박지성의 일기장, 중학교 때 다른 선수의 학부모가 촬영했던 경기 동영상 등 희귀한 자료들이 공개되며 왜소한 체구로 인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프로 구단 지명도 받지 못해 고민했던 과거에 대한 박지성 본인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의 힘겨웠던 과정을 담는다.

언론 노출을 지극히 꺼리는 선수로 유명한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이 다큐는 제가 찍는 처음이자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될 거에요.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할 테니까요. 두 번 하라면 죽어도 못해요. 그러니 한 번에 제대로 하고 말아야죠”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경기, 뉴스, 공식 기자회견을 제외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 않는 순간의 박지성을 통해 ‘맨체스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한국 청년 박지성’은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꿈꾸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현기 PD는 가까이서 만났던 박지성에 대해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내성적인 이미지에 비해 실제로는 상당히 조리 있게 말을 잘 하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구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는 4월 19일 일요일 밤 10시 35분 방송된다. 그러나 맨유의 경기 등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자료화면들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 홈페이지 다시보기 여부가 불투명하니 관심 있는 시청자들은 본방송을 사수하길 권한다.

사진제공_ MBC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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