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IPTV를 서비스하는 사업자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이다. 이들 모두 막강한 자본과 탄탄한 통신 인프라를 갖춘 사업자지만 IPTV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 아시아>는 업계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KT와 SK브로드밴드 관계자를 만나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형평성을 위해 한두 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두 개 업체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했고, 답변하지 않았을 경우 답변한 측의 말만 옮겼다.

기초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전에도 결합 상품은 많았는데 왜 굳이 브로드밴드와 QOOK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나.
KT
: 서비스와 시장이 컨버전스화는 가속화되고 한정된 비용으로 많은 브랜드를 알리는데 한계도 있었다. 또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설명하기에도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QOOK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SK브로드밴드 : 지금 각종 통신 서비스 가입자 수는 포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IPTV 가입자 수를 늘리려면 결합 상품 등을 통해서 상대방의 가입자를 빼앗아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케팅의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결합 상품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르기 때문에 브랜드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그것이 구매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요즘은 양쪽의 서비스 품질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브랜드 싸움이 더욱 중요해졌다. 결합상품으로 제공되는 IPTV 서비스 요금도 내릴 만큼 내렸고. 요즘 벼룩시장 같은데 보면 이 가격에 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싼 가격의 상품도 있더라.

“양쪽의 서비스나 가격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다”

마케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인가.
SK브로드밴드
: 이미 존재하던 상품이었고, 양쪽의 서비스 품질이나 가격 모두 엇비슷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되 마케팅은 기존의 유통망을 이용해서 통합 상품을 권유한다. 여러 결합 상품을 묶고 약정 서비스를 하면 현재 IPTV는 거의 공짜 수준까지 볼 수도 있다. 아직 “IPTV가 괜찮다더라, 봐야지”하는 상황은 아니다. 결합 상품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KT : 우선 TV 티저 광고와 인터넷 바이럴 마케팅으로 출시 전부터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현재는 브랜드 출시를 기념해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가입 시 1개월 무료, QOOK TV 가입 시 2개월 무료 체험과 같은 프로모션을 5월 3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IPTV 가입자 수와 실시간 방송 가입자 수는 어떻게 되나.
KT
: VOD 서비스 가입자는 70만 명 정도, 실시간 방송 가입자는 15만 명 정도 된다. 실시간 방송을 나머지 두 개 사업자보다 두 달 정도 먼저 실시해 훨씬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SK브로드밴드 : 하나 TV는 80만 명 정도다. 실시간 방송 가입자 수는 1만 9천 명 정도. 실시간 방송 가입자 수가 올해 200만 명이 넘어갈 거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이 상태로는 50만 명도 쉽지 않다.

사실 IPTV는 VOD서비스가 기본인데 왜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게 된 건가.
SK브로드밴드
: IPTV를 케이블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 역할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콘텐츠를 구해야 하는데 거기서 막히고 있다.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도 그거다. 불만의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봐야하는데 왜 없냐, 왜 CNN을 볼 수 없냐는 식이다. 그거에 비하면 다른 불만들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시간 방송의 경우 케이블 TV나 위성 방송과 콘텐츠가 겹칠 수밖에 없다. IPTV의 실시간 서비스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 건가.
SK브로드밴드
: 콘텐츠의 측면만 보면 지금 케이블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 콘텐츠는 케이블과 IPTV 채널 양쪽으로 판매하려고 할 거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같은 콘텐츠를 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케이블 TV에서도 인기 있는 콘텐츠를 우리도 가져오면 따라갈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의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PP의 경우 IPTV 방송에 100억 원 이상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KT가 온미디어를 실시간 방송으로 하는 걸 보면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KT : 실시간 서비스와 VOD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지난 회가 궁금해질 때 바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TV를 시청하다 Q 버튼을 누르면 지난 회 시청이 가능하다. 또 독점적 콘텐츠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 사업자인 온미디어와의 제휴로 다양한 채널 수급 문제가 해결된 측면이 있다. 현재 세 개의 가이드 채널을 비롯해 42개 채널을 제공하고 있고, 추가로 11개 채널과도 계약을 완료했다. 지금도 해외채널 및 국내 영화, 애니메이션, 뉴스 채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고, 기존 TV에서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채널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메가 TV(QOOK TV)와 브로드앤 TV(하나 TV) 모두 영화 <다크 나이트>를 DVD가 출시되기 전 상영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독점 콘텐츠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KT
: 지난달 26일부터 영화 <과속스캔들>을 극장 종영 2주 만에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과속스캔들> 제작비의 45%를 부담한 최대 투자자다.
SK브로드밴드 : 대부분은 SK가 투자하거나 유통한 작품들이 독점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걸로 엄청난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익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시장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닌 것 같다. 또한 IPTV는 복제에 대한 위험성도 있어서 콘텐츠를 판매하는 쪽에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어려움도 있다.

“지금 상태에서는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다”

메가TV는 자체 제작 콘텐츠인 <미스터리 형사>를 만들기도 했다. 자체 콘텐츠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SK브로드밴드
: 자체 콘텐츠를 만들려면 말 그대로 자본과 기획의 문제가 된다. 한 두 작품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콘텐츠의 숫자만 늘리는 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실험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예산도 한정 돼 있고, 해볼 수 있는 기획도 제한된다. 지금 상태에서는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다.

콘텐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방향을 생각하나.
SK브로드밴드
: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보도 부문을 제외한 IPTV만의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기획을 하고, 거기에 걸맞는 자본을 투자하고, 꾸준히 인력을 관리해야 된다고 본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면 그 범위가 제한되지만 채널 하나가 생기면 지상파의 제작진을 스카웃할 수도 있고, 공중파나 케이블과도 제대로 된 콘텐츠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기존 방송사가 반발이 클 것이다. IPTV가 만든 채널에서 강호동이나 유재석을 끌어간다면 위기감을 느낄 테니까. 하지만 IPTV의 경쟁력 강화와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IPTV가 케이블 TV와 공중파 방송과 경쟁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할 이유는.
SK브로드밴드
: 정부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 정부에서 벤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추구했다면 이번 정부는 IPTV를 IT산업의 성장 동력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수요와 시장이 생기니까. 예를 들어 교육 콘텐츠를 IPTV에서 방송하게 되면 그만큼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부가 서비스나 홈쇼핑, 광고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IPTV는 시작부터 정부쪽에서 사교육을 대체하는 서비스로서 중점을 뒀기 때문에 공공성의 측면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강남 구청에서는 IPTV로 수능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 TV와 비교해 IPTV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KT
: 예전 메가 TV에서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IPTV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조차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QOOK TV에선 검색 서비스에서 끝나지 않고 채팅과 전문가 상담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온라인에 등록해 놓은 사진들을 꺼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어 일종의 디지털 앨범을 가지게 된다.

케이블TV에서는 그들의 망으로도 교육 콘텐츠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육 플랫폼으로서 IPTV의 위치는.
KT
: QOOK TV의 채널 연동형 유아교육은 놀이와 공부를 결합한 것이 포인트다. 알록달록한 그림들과 함께 다른 친구들과도 교류하면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엄마들에게는 각종 유아교육 박람회 소식과 추천 교재들을 소개해줘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한다. 또 중고생을 위한 최신 입시설명회나 명문 특목고 입시학원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스크린 잉글리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 :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케이블에서도 교육을 다루긴 하지만 IPTV는 교육 콘텐츠가 중요한 사업 중 하나고, 정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인터랙티브적인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IPTV는 인터넷과 TV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SK브로드밴드
: 일단 우리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강남 구청의 인터넷 강의 같은 건 굉장히 반응이 좋다. 정부가 그런 식으로 홍보를 해주면서 IPTV의 개념이 많이 알려졌다.

케이블 TV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IPTV를 지원한다는 불만도 많다.
SK브로드밴드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IPTV에 무게감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IPTV는 인터넷과 TV의 융합을 통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가능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모바일에 더욱 강점이 있고, 여러 결합상품이 가능하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워서 가입자들을 증가시키면 여러 가지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과 연계한 IPTV 사업처럼 IPTV가 확장될 가능성은 없나.
SK브로드밴드
: 모바일 IPTV는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이 된다. 하지만 지금 가입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 모바일까지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비관적이다. 기술보다는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광고 시장의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IPTV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 광고가 나오는데, 수익은 얼마 정도 발생하나.
SK브로드밴드
: 작년에 현대와 기아 자동차 광고가 들어왔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어디서 광고를 보고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지 집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가 원한다면 바로 광고에 대한 부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광고주 측에 연락을 해서 자료를 받아볼 수도 있다. 그만큼 타겟 마케팅이 가능해서 광고 시장의 거품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드라마를 보다 부가 정보를 이용해 바로 관심이 가는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TV의 경우 작년 광고 수익이 30~40억 원 정도가 나서 재작년에 한 명이던 광고 담당 직원을 너덧 명으로 늘렸다. 광고주들은 광고 효과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한다. 문제는 가입자를 많이 모으는 거다.

상대편 브랜드에 비교해 자기 브랜드를 평가한다면.
KT
: QOOK의 경우 로고 디자인을 보면 알겠지만 가정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전자기기의 아이콘으로 구성하여 친근하고 뛰어난 인터페이스와 다양하고 뛰어난 서비스 품질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소비자들에게 ‘집=QOOK’으로 인식되도록 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 : 일단 상품 자체는 비슷하다고 본다. 브랜드 이미지만 얘기한다면, 우리는 QOOK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미지부터 모호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음악도 W&Whale처럼 음악성이 있는 그룹을 참여시켰다. 이런 이미지를 어떻게 실질적인 내용물로 잇느냐를 두고 고민 중이다.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데 답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이 길로도 가고 저 길로도 가고 있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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