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파 같다.
김강우
: 노력한다. 나 자신이 열심히 안 해서 욕먹은 적은 없는 거 같다. 나는 이걸 밥벌이이자 예술, 학문이라 생각하고 하는데 취미생활처럼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책이랑 영화도 꾸준히 보고, 여행도 끊임없이 다닌다. 우리는 오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면에서 어릴 때 도시에서 자라 전원생활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감성에서 분명 부족한 게 있으니까 여행을 통해 많이 충족하려고 한다.

그럼 좀 더 전원의 느낌이 나는 곳을 여행하나. 가령 파리보단 프로방스를 선호한다든지.
김강우
: 그 때 그 때의 느낌에 따라 간다. 만약 감성이 따뜻한 영화 <식객>을 하고 나면 파리에 가고 싶고, 이번 드라마 같은 작품을 하면 프로방스에 가고 싶고. 그게 본능적으로 기본에, 0부터 10 중 5에 맞춰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다. 이쪽으로 기울었으면 저쪽으로 움직여서 기본에 맞춰야겠다는 강박관념. 의도한 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다. 그게 다행이다. 무언가에 되게 빠지지도 않고, 되게 실망하지도 않고. 내가 좀 보수적이다.

“배우가 너무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이라면?
김강우
: 굉장히 보수적인 한국 남자다.

영화 <태풍태양> 속 모기의 반대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나?
김강우
: 그렇다. 정반대다. <태풍태양> 하며 그런 면을 하나 배운 건데 실제의 나는 많이 조심스럽다. 그 분들을 비난하려는 건 아닌데… 배우가 너무 정치적이거나 이념적 색을 드러내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바깥에서도?
김강우
: 그렇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물론 그런 활동하면서도 여러 캐릭터들을 소화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 만약 내가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역을 못 따라갈 거 같다. 나는 항상 5에 맞춰놓는다. 영화 <마린보이> 하고 나서 다들 ‘몸 되게 좋으시죠?’라고 묻는데 그 때 내 몸이 10점 만점에 9 정도였으면 지금은 5, 6 정도라고 말한다. 다음에 어떤 역을 맡게 될지 모르니까 가장 기본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거다.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진보와 보수, 어떤 정당에 가깝나,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느냐, 성격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난 항상 가운데다. 그러려고 한다.

그럼 ‘이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의견은 믿지 않을 거 같다.
김강우
: 그런 거 안 믿는다. 절대적으로 옳은 건 없다. 각기 다 이유가 있는 거지.

보수라고 했는데 굉장히 평범한 서민으로서의 보수 같다.
김강우
: 나는 배우가 배우라고 해서 특별한 행동을 하고 특별한 생각을 가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배우들과 친분 관계가 별로 없는 게 그 때문인 것 같다. 그 코드에 맞춰지기 시작하면 내가 힘들어질 거 같다.

다른 사람과 동조되는 걸 안 좋아한다는 건데, 왠지 논쟁도 별로 안 좋아할 거 같다.
김강우
: 별로 안 좋아한다. 끼고 싶지 않다.

“노홍철 씨나 MC몽 같은 사람들이 부럽다”

<남자 이야기> 제작 발표회에서도 스스로를 아웃사이더 성향이라 밝혔다.
김강우
: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싫어한다. 굉장히 불편하고 몸이 아파서 내가 못 버틴다. 형식적인 사교에 있어서는 젬병이다. 그걸 잘했으면 배우로서 훨씬 잘 됐을 거 같다. 하하. 그나마 직업이 직업이라 억지로라도 사람 만나는 경우가 있고 많이 변하긴 했지만 굳이 내가 일부러 찾아서 사람 만나진 않는다. 그러려고 해봤는데 분명 뭔가 언밸런스한 걸 느끼고 과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천성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본인과 반대되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
김강우
: 난 너무 부럽다. 노홍철 씨나 MC몽 같은 사람들. 정말 팬이다. 내가 그런 성향을 싫어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해서 안 하는 거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일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도 있을 텐데.
김강우
: 그렇긴 한데 그걸 세세히 풀어놓기엔 좀 애매한 부분들이 있더라. <마린보이> 같은 경우 흥행이 좀 아쉬웠지만 그럼 한 달 정도 술 먹고 혼자 고민하고 울어야지. 나 힘들다고 티내는 거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 엄격함 때문에 영화 <야수와 미녀>의 이계벽 감독이 “김강우는 남자인 자신이 봐도 남자답고 멋지다”고 한 것 같은데 스스로 남자다운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강우
: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지는 게 남자인 거 같다. 여자에게 있어서나 일에 대해서나. 겉으로 드러나는 게 남자다운 건, 그렇게 보이려 하는 건 양아치지.

그럼 김강우는 그런 남자인가?
김강우
: 동경은 하지만 글쎄…

그럼 질문을 바꾸겠다. <남자 이야기>의 악마 채도우는 남자인가?
김강우
: 그렇다. 최선을 다해서 빼앗지 않나.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고 하고. 남자다, 진짜 남자.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