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철야작업, 그리고 지독한 컴플레인으로 점철된 생활 속에서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없으면 안한다”라는 심플하고도 명쾌한 답변은 그런 작업환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뮤지컬 토크>의 김경란 PD 입을 통해 나왔다. 그녀가 만들고 있는 <뮤지컬 토크>는 진솔한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부터, 소위 ‘삑사리’가 나는지도 모른 채 열창하는 노래까지 뮤지컬배우들의 무대 밖 모습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보여주며 뮤지컬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미와 ‘팬심’을 제외하고서 설명하기 어려운 이 방송이 시작한지도 벌써 1년, 그 사이 “쪽방에서 우리끼리 떠들던” 라디오와 “돈 한 푼 받지 않아도 재밌었던” 콘서트를 거쳐 현재의 “돈 안 들고 사람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인터넷 생방송에 이르렀다.
현재 <뮤지컬 토크>라는 ‘점조직’을 이끄는 김경란 PD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넘겨가면서까지 방송에 임해주는 MJ, 무보수에도 재밌게 일 해주는 제작진들, 그리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공연계 스태프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물론 지금 MJ들에게는 한 달에 10만원씩 드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배우들에게 무보수로 부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게스트로 오시는 배우 분들께는 아무것도 드리지 못하니까 그냥 ‘재밌게 놀다가세요’라는 말밖에 못하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솔직하고 재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2, 4주에 진행하는 동호, 광섭 씨는 방송 있는 날이면 2~3시간 전에 와서 연습을 했어요. 그런 게 너무 고맙죠. 진짜 감동 받았어요.”
“돈을 갖다 부었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장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던 중,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뮤지컬 연출의 꿈을 가슴에 아로새겼고, 그렇게 공연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93년도에 관람했던 <레미제라블>의 프로그램까지 가져올 정도로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그녀가 고른 뮤지컬은 2008년 토니상을 수상한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제작진과 배우 대부분이 라티노로 이루어져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는 이 작품을 그녀는 연신 “질투 나고, 부럽다”고 표현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우리로 치면 미아리” 정도 되는 ‘워싱턴 하이츠’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우스나비와 스탠포드대학을 다니며 동네의 유일한 등불이었던 리나 등을 통해 라티노들의 미국 내 삶과 계층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2007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던 이 작품은, 관련인물 70% 이상이 실제 라티노일 정도로 그들의 음악과 춤 그리고 일상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재현했다. 그 결과 극을 이끌어간 라틴의 힘은 2008년 토니상에서 최우수뮤지컬상, 안무상, 음악상 등 총 4개 부문의 트로피를 제작진에게 선사했다.
“최근 한 달간 브로드웨이에서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을 매일 봤는데, 그 중에 두 번 본 작품은 <인 더 하이츠> 하나였어요. 라티노들의 삶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라틴선율 때문인지 극 자체가 무겁진 않아요. 사실 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 비슷한 비중을 두기 때문에 스토리가 두서없고 산만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뮤지컬인 것 같아요. 물론 <오페라의 유령>처럼 어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를 푸는 것도 좋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애정을 갖고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한국특유의 선율이나 내용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그런 작품들이 큰 상을 받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그런지 라티노들의 일상 그대로를 무대에 올렸다는 것, 그리고 이런 작품이 토니상을 받았다는 점이 너무 놀랍고 부러웠어요.”
“놀려고 만들었다”는 김경란 PD의 말처럼 앞으로도 <뮤지컬 토크>는 배우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재미지향’ 방송이 될 예정이다. “방송이 4주 간격으로 돌아가는데 5주차에는 파티를 하려고 해요. 같이 놀자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던 거니까 오프라인에서도 시청자와 만나는 걸해보고 싶어서 돌아오는 4월 27일에는 공개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중단됐던 콘서트는 올 하반기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구요.” 뮤지컬 전문 방송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그녀의 꿈이 <뮤지컬 토크>를 거쳐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예의 그 웃음과 재치와 ‘팬심’을 잃지 않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아, 다 좋은데 어떻하죠”라며 망설이던 김경란 PD는 ‘96000’과 ‘inutil’를 선택했다. 2008 토니상 시상식 무대에서도 선보였던 ‘96000’은 함께 살던 우스나비의 할머니가 96,000달러에 달하는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경쾌한 랩으로 표현한 곡이다. 또 다른 한 곡 ‘inutil’는 리나 아빠의 쓸쓸함을 표현한 곡. “inutil가 스페인어로 ‘무능한’, ‘쓸모없는’이라는 뜻이래요. 대학등록금은 커녕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져버린 본인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에요. 아버지가 농부였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들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미국으로 건너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 자신이 초라해지고 쓸모없는 사람이었나 보다고 말해요. 내용을 말하면 굉장히 쓸쓸한 곡이지만, 그렇게 마냥 늘어지기만 하는 곡은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 요즘도 매일 <인 더 하이츠> OST만 들어요. 하하”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현재 <뮤지컬 토크>라는 ‘점조직’을 이끄는 김경란 PD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넘겨가면서까지 방송에 임해주는 MJ, 무보수에도 재밌게 일 해주는 제작진들, 그리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공연계 스태프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물론 지금 MJ들에게는 한 달에 10만원씩 드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배우들에게 무보수로 부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게스트로 오시는 배우 분들께는 아무것도 드리지 못하니까 그냥 ‘재밌게 놀다가세요’라는 말밖에 못하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솔직하고 재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2, 4주에 진행하는 동호, 광섭 씨는 방송 있는 날이면 2~3시간 전에 와서 연습을 했어요. 그런 게 너무 고맙죠. 진짜 감동 받았어요.”
“돈을 갖다 부었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장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던 중,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뮤지컬 연출의 꿈을 가슴에 아로새겼고, 그렇게 공연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93년도에 관람했던 <레미제라블>의 프로그램까지 가져올 정도로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그녀가 고른 뮤지컬은 2008년 토니상을 수상한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제작진과 배우 대부분이 라티노로 이루어져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는 이 작품을 그녀는 연신 “질투 나고, 부럽다”고 표현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우리로 치면 미아리” 정도 되는 ‘워싱턴 하이츠’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우스나비와 스탠포드대학을 다니며 동네의 유일한 등불이었던 리나 등을 통해 라티노들의 미국 내 삶과 계층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2007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던 이 작품은, 관련인물 70% 이상이 실제 라티노일 정도로 그들의 음악과 춤 그리고 일상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재현했다. 그 결과 극을 이끌어간 라틴의 힘은 2008년 토니상에서 최우수뮤지컬상, 안무상, 음악상 등 총 4개 부문의 트로피를 제작진에게 선사했다.
“최근 한 달간 브로드웨이에서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을 매일 봤는데, 그 중에 두 번 본 작품은 <인 더 하이츠> 하나였어요. 라티노들의 삶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라틴선율 때문인지 극 자체가 무겁진 않아요. 사실 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 비슷한 비중을 두기 때문에 스토리가 두서없고 산만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뮤지컬인 것 같아요. 물론 <오페라의 유령>처럼 어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를 푸는 것도 좋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애정을 갖고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한국특유의 선율이나 내용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그런 작품들이 큰 상을 받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그런지 라티노들의 일상 그대로를 무대에 올렸다는 것, 그리고 이런 작품이 토니상을 받았다는 점이 너무 놀랍고 부러웠어요.”
“놀려고 만들었다”는 김경란 PD의 말처럼 앞으로도 <뮤지컬 토크>는 배우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재미지향’ 방송이 될 예정이다. “방송이 4주 간격으로 돌아가는데 5주차에는 파티를 하려고 해요. 같이 놀자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던 거니까 오프라인에서도 시청자와 만나는 걸해보고 싶어서 돌아오는 4월 27일에는 공개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중단됐던 콘서트는 올 하반기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구요.” 뮤지컬 전문 방송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그녀의 꿈이 <뮤지컬 토크>를 거쳐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예의 그 웃음과 재치와 ‘팬심’을 잃지 않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아, 다 좋은데 어떻하죠”라며 망설이던 김경란 PD는 ‘96000’과 ‘inutil’를 선택했다. 2008 토니상 시상식 무대에서도 선보였던 ‘96000’은 함께 살던 우스나비의 할머니가 96,000달러에 달하는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경쾌한 랩으로 표현한 곡이다. 또 다른 한 곡 ‘inutil’는 리나 아빠의 쓸쓸함을 표현한 곡. “inutil가 스페인어로 ‘무능한’, ‘쓸모없는’이라는 뜻이래요. 대학등록금은 커녕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져버린 본인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에요. 아버지가 농부였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들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미국으로 건너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 자신이 초라해지고 쓸모없는 사람이었나 보다고 말해요. 내용을 말하면 굉장히 쓸쓸한 곡이지만, 그렇게 마냥 늘어지기만 하는 곡은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 요즘도 매일 <인 더 하이츠> OST만 들어요. 하하”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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