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딱히 영화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영상에 대해선 할 말이 있다. 인도 특유의 천공광이 파란 하늘에 선명한 영상을 주진 않지만 좋은 광선과 구성에 충실한 화면들은 오래 전 80년대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전성기의 코닥크롬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잘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슬라이드로 넘겨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워낙 많은 사진가들이 인도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분 탓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너무 빈틈없이 잘 찍히고 정말 잘 디벨롭되어서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을 현실이라고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의 매력을 여실 없이 잘 보여주어서 참 좋았다. 중간 중간에 디지털에서 변환되지 않은 부분도 한두 군데 보이긴 하지만 대가는 절대 오버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기막히게 속인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좋은 영화였다.

글. 이원우 (four@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