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SBS 저녁 7시 15분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은재와 건우의 결혼이 무산되고 대신 소희와 건우가 결혼하는 상황을 보고 은재의 실연 때문에 애틋한 마음이 들었는지. 소희와 건우의 행동이 짜증날지언정 은재가 그리 불쌍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과정의 디테일이 생략된 은재와 건우의 사랑은 애리가 은재에게 품은 분노의 반만큼이라도 공감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결혼은 다르다. 끊임없는 일편단심을 보여준 하늘과 ‘고모의 유혹’에 홀딱 넘어간 강재의 전통혼례는 극 초반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만들어온 소소한 애정행각의 최종 목적지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고 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 드라마에서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추적 60분> KBS1 밤 10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리스트는 장자연과 박연차의 리스트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쪽은 제대로 불이 붙기 전에 서둘러 진압된 느낌이고, 한 쪽은 너무나 빨리 타올라 이젠 연소물질이 남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이제 와서 두 가지 일을 다룬다고 하면 뒷북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MBC 과 함께 탐사보도를 대표하는 <추적 60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방송에서 <추적 60분>은 전자의 경우에 대해 신인 연기자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후자의 경우에 대해선 누가 돈을 받았느냐보단 리스트의 로비 대상이 과연 어떤 정당치 못한 행동을 했는지를 밝힌다. 기왕이면 시원스레 밝혔으면 싶지만 그러면 다음주 방송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되는, 참으로 하 수상한 시절이다.

<007 북경특급 2> 수퍼액션 낮 1시 50분
지금은 서양의 잭 블랙에게 지분의 상당수를 뺏기긴 했지만 한 때 루저 문화의 선두 주자는 단연 주성치였다. 인기 없는 소심남이었던 과거를 돌리기 위해 허세를 부리던 <럭키 가이>나 세상 모두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홍콩 레옹>에서의 그의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무엇을 느끼게 했다. 황제의 호위무사지만 다른 엘리트 요원들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공공발로 나온 <007 북경특급 2>도 마찬가지다. 무공은 조금도 익히지 못한 주제에 ‘아직’ 실용성을 검증받지 못한 발명품이나 만드느라 공공발은 호위팀에서 제외된다. 인정받지 못한 요원이기에 가난하게 살던 그가 나중에 자신의 발명품으로 대활약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통쾌하다. 무협 작가 고룡의 <육소봉 전기>의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초반부는 무협팬을 위한 보너스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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