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성에 몸을 숨기고 신선한 피를 탐하던 외롭고 고독한 드라큘라는 이제야 비로소 “아, 즐거워-”라고 고백한다. 목이나 빨던 드라큘라는 잊으라는 카피만큼이나 피와 무덤의 괴물 드라큘라는 춤을 추고, 남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인정사정없이 굴욕당하기 시작한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고성과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로 기억되던 <드라큘라>를 맘껏 비트는 <드라큘라 : 더 뮤지컬?>(Dracula The Musical?)의 프레스콜이 4월 1일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에서 열렸다.

드라큘라가 무섭다고? 우리는 웃긴 드라큘라!

영화 <아담스 패밀리>로 유명한 동명소설의 작가 릭 아보트에 의해 쓰여진 <드라큘라 : 더 뮤지컬?>은 기존의 음산하고 두려운 이미지의 드라큘라를 코믹하고 친근하게 표현해 1982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존의 작품이 드라큘라의 고독과 사랑을 그린 극이였다면, <드라큘라 : 더 뮤지컬?>은 주변인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드라큘라의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프리뷰 무대에서는 극단적인 오버액션 대신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상황설정과 말장난으로 이어지는 대사 등을 이용해 독특한 웃음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런 코미디일수록 치밀한 계산과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배우들과 스태프 사이의 타이트한 진행이 가능해진다면 훨씬 더 탄탄한 작품이 되리라 생각된다. 진지한 듯 하지만 사실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드라큘라와 뱀파이어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7명의 주변 인물들로 이루어지는 이 작품은 4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마성의 드라큘라, 최대철ㆍ김동호
극중 유일하게 진지함을 선보이는 드라큘라 역에는 뮤지컬 <명성황후>, <제너두>에 출연한 최대철과 <그리스>, <쓰릴 미> 등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인 김동호가 더블캐스팅 되었다. 낮고 강하게 울리는 동굴목소리와 진중한 몸짓, 깔끔한 매너까지 지닌 완벽한 인물로 등장하는 드라큘라는, 1막에서 진지하게 미나의 사랑과 신선한 피를 갈구하지만 2막으로 오면서 급격한 변화를 맡게 된다. 드라큘라는 미나를 대신해 새로운 피의 제물로 선택한 까칠한 하녀 넬리에 의해 굴복당하고, 보리스의 병에 전염되어 끝나지 않는 과격한 춤을 추기까지 한다. “실질적으로 무대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주변 인물들은 끊임없이 드라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최대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충실하려고 노력중이고, 진지함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진짜 이름은 ‘이새끼야 반 헬싱’ Dr. 반 헬싱, 정의욱
뽕나무로 된 말뚝을 드라큘라 심장에 꽂겠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반 헬싱 역에는 <지하철 1호선>,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에 출연했던 정의욱이 맡았다. 드라큘라를 쫓아 찾아온 정신요양원에서 그의 정체를 폭로하지만 요양원 식구들에 의해 환자 취급을 받으며 마리화나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50페이지가 넘는 대본상에서 사실 반 헬싱은 18페이지 이후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정신요양원이 아닌 외부에서 드라큘라의 존재를 알고 찾아와 그를 퇴치하기에 힘쓰는 인물이라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 반 헬싱의 등장이후 드라큘라에 대한 7명의 공포심은 극에 달하게 된다. 캐릭터의 특성상 무대 위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데 안 그래도 땀이 많아서 괴롭다. (웃음)”

파리 먹는 ‘전염성 집단 발광증’ 환자 보리스, 박성환
등장부터 퇴장까지 짧은 망토의 특이한 복장으로 파리와 거미를 잡아먹는 환자 보리스 역에는 <지킬앤하이드>, <밑바닥에서> 등에 출연한 박성환이 캐스팅 되었다. 그가 앓고 있는 ‘전염성 집단 발광증’은 <드라큘라 : 더 뮤지컬?>이 가진 B급정서를 강하게 보여주는 장치이다. 집시를 엄마로 둔 보리스는 그가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단어를 듣는 순간 특별한 발광을 시작하게 되고, 그 발광은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전염되어 자신도 모르게 캉캉, 쌈바, 플라멩코에 이르는 다양한 춤을 추게 된다. 드라큘라가 아프리카 부족을 연상케 하는 춤을 추게까지 만드는 이 발광증은 여러 차례 등장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낼 것이다.

결혼에 목숨 거는 연극배우 마리화나, 김미려
늘 손수건과 거울을 상비하고 결혼에 대한 망상과 허영심으로 가득 차있는 연극배우 마리화나 역에는 개그우먼 김미려가 캐스팅 되었다. 정신요양원에 나타난 반 헬싱을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하고, 드라큘라를 퇴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반 헬싱과의 사랑을 이루게 된다. 원작에서는 몽유병 환자 ‘루시’로 등장하여 가장 먼저 드라큘라에 의해 물려 죽는 인물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각색되었다. “지난번 <시스터 소울>이라는 뮤지컬에 출연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휴식을 마치고 <개그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이 작품의 제안을 받았고, 다시 한 번 뮤지컬 무대에서 서보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자주 등장하진 않아 아쉽지만 드라큘라 역을 맡은 최대철, 김동호의 서로 다른 연기를 주목해보자. 1막에서 드라큘라를 맡았던 최대철은 실제로 이런 드라큘라를 만난다면 정말 따라갈 정도의 강한 마성을 보여주었고, 2막에서의 김동호 드라큘라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어리버리한 드라큘라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큘라를 포함한 7명의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 외에도 소극장 공연인 만큼 관객들과의 소통도 마련되어 있다. 공연 중간 무대 밖으로 산책을 나간 드라큘라는 관객들의 목을 탐하고, 그런 드라큘라를 쫓아간 보리스와 반 헬싱 일행은 다크써클이 복숭아뼈까지 내려앉은 드라큘라의 여자들을 마늘빵으로 유혹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드라큘라를 위해 기꺼이 하얀 목을 내어주자.

사진제공_MUDIZ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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