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마다 펑펑 울어요.” 6척 장신에 기골이 장대한 사내의 입에서 나오기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연출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도, 영화를 볼 때 객관적으로 분석하거나 기술적으로 따지면서 보게 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빠져서 보기 때문에 우는 경우가 더 많아요. (웃음)” 어쩌면 박진표 감독의 영화 보는 습관은, 그의 영화 만들기의 태도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진표 감독의 멜로는 그렇다. 쿨하게 눈물을 감추고, 애써 마음을 숨기며 등을 보이는 대신, 죽어도 좋다며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살을 섞고, 교도소 면회실의 유리를 부수고 기어이 그리운 두 손을 부여잡고야 만다.
70대 노인들의 질펀한 사랑을 흥겹게 퍼 담은 데뷔작 <죽어도 좋아!>부터 AIDS 보균자의 절절한 사랑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흥행작 <너는 내 운명>까지 박진표 감독은 언제나 극한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겁 모르는 로맨티스트였고, 그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애를 끓게 만드는 단장 <斷腸>의 연가였다. 지난 2월 10일 첫 촬영에 들어간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남자와 그 과정을 함께하는 장례 지도사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의 덫에 걸린 인간들의 나약한 순간을 놓치지 않지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냉소적인 적 없었던 박진표 감독이야 말로 ‘가슴 먹먹한 애절한 사랑영화’를 소개해 줄 가장 친절한 가이드일 것이다. <러브스토리> 같은 세계인의 클래식부터, 21세기 가장 처연한 러브스토리 <브로크백 마운틴>까지 나아간 그의 추천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봤다”는 코끼리와 인간의 눈물 쏙 빼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인도영화 <신상>에 까지 이르렀다. 다음은 박진표 감독이 눈물로 추천한 ‘멜로 영화 1교시’다.
1. <라스트 콘서트> (Stella, Dedicato A Una Stella)
1976년 │ 루이지 코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이 아프다, 죽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아프다, 죽는다, 슬프다.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희.노.애.락.을 자신의 문학을 통해 원형화 시킨 것처럼, <라스트 콘서트>는 이후 대부분의 영화들이 반복하거나 변형하고 있는 모든 통속 멜로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너는 내 운명>도, 지금 찍고 있는 <내 사랑 내 곁에>도 이 영화가 부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무대 위에서 리차드가 ‘스텔라를 위한 협주곡’(Adagio Concerto)을 연주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텔라가 행복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는 ‘라스트 콘서트’ 시퀀스는 지금 봐도 너무 아름답죠.”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여자 스텔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 피아니스트 리차드.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소멸해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리차드의 예술혼은 스텔라를 만나면서 다시금 생동적인 기운을 얻게 된다.
2.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년 │ 감독 허진호
“스무 번도 더 본 영화예요. 울고 싶을 때마다 보고, 볼 때 마다 울어요. (웃음) 특히 다림이 돌을 던져 사진관 유리창을 깨는 장면은 가슴이 찢어지죠. 20여 분 동안 별다른 대사 없이 흘러가다가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마치 내 마음에 누군가가 돌을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머리로는 계산 안 되는, 바로 심장으로 직진해 들어오는 그런 슬픔인 거죠.”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남자 정원(한석규). 평온하고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불쑥 한 여자가 뛰어 들어온다. 주차 단속 요원으로 일하는 귀여운 아가씨 다림(심은하)의 호기심 어린 관심은 점점 사랑으로 번져가고, 두 사람의 감정은 여름비를 맞으며 서서히 익어간다. 그러나 정원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故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자, 결혼과 함께 은퇴한 배우 심은하의 가장 생기 있는 시절을 담아낸 영화.
3. <러브스토리> (Love Story)
1970년 │ 감독 아더 힐러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사랑영화’에 고전이 있다면 제목부터 너무나 정직하고 분명한 <러브스토리>, 바로 이 영화일거예요. 초등학교 때였나,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처음 본 이후로 “우-우우우-우우” 그 익숙한 음악이 흐르면 머릿속은 온통 아이스크림 같은 눈으로 장난을 치던 올리버와 제니가 떠올라요. 그러다 자동적으로 이 이야기의 슬픈 결말을 생각하면서 울컥해지죠.”
캠퍼스 커플 올리버와 제니. 부호의 자식인 올리버와 가난한 집 딸인 제니와의 만남은 순탄하지 않고 결국 두 사람은 부모에게 등을 돌린 채 궁핍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에릭 시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예요.” 라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제니 역의 알리 맥그로우의 미소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건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4. <첨밀밀> (甛蜜蜜)
1996년 │ 감독 진가신
“반환 후의 홍콩과 중국 본토인들의 유입, 미국 이민에 이르기까지 다분히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이 교묘하게 녹아있는 영화에요. 하지만 그건 머리로 볼 때 보이는 거고, 마음으로 보면 헤어진 연인들의 절절한 그리움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영화인 것 같아요. 아, 서먹했던 두 사람을 마법처럼 이어준 등려군의 노래 ‘월양대표아적심’을 빼놓으면 섭섭하고요. (웃음) 이요가 길거리에서 개죽음 당한 표형의 등 뒤에 새겨진 미키마우스 문신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다가 다시 울먹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해요.”
풍운의 꿈을 안고 홍콩 땅을 밟은 소군(여명). 그는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것 같은 이 비정한 도시에서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운 이요(장만옥)를 만나 우정과 위안을 나눈다. 각자 결혼을 하고 그저 서로에 대한 그리움만을 안은 채 살아가던 두 사람. 세월이 흘러 기회의 땅 아메리카, 뉴욕의 어느 길목에서 들려온 등려군의 사망 소식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엇갈려온 두 사람의 동선을 비로소 한 꼭짓점을 향하도록 돌려놓는다.
5.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년 │ 이안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브로크백’이란 산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과연 이토록 절절했을까? 그들이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도시에 살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라면 아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카메라가 멀찌감치 떨어져 그 울창한 ‘브로크백 마운틴’을 배경으로 몸싸움을 하며 장난치는 잭과 애니스를 비추는데, 마치 아름다운 사슴 두 마리가 뛰노는 것 같더라고요. 평범한 스트레이트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사랑에 질투가 날 정도였어요. 우정에 애정이 플러스 된 관계, 결국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질투 날 만큼 절절하게 느껴진 탓이겠죠.”
방목하는 양떼를 지키는 일을 맡아 여름 한 철을 함께 보낸 잭(제이크 질렌할)과 에니스(히스 레저). 그 짧은 고립의 나날들은 둘 사이에 우정을 뛰어넘는 비밀스런 감정을 잉태해낸다. 그러나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금지된 사랑은 결국 브로크백 마운틴의 어느 계곡에 안타깝게 수장된다. 멜로 영화의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가장 은밀하고 매혹적인 고봉(高峯).
“이제 저만 잘 하면 되는 거죠. (웃음)”
“전도연, 황정민, 설경구. 항상 제 무기는 배우였잖아요. 미친 듯이 말라가고 있는 김명민씨도 오랫동안 기른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하지원씨도 너무 잘하고 있어요. 이제 저만 잘 하면 되는 거죠. (웃음)” 올 가을 개봉할 박진표 감독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는 앞으로 3개월 간 부산을 중심으로 진해, 진주를 오가며 촬영 될 예정이다.
“결국 만들게 되는 모든 영화는 내 자신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던 것 같아요. 죽음을 앞두면 과연 내게 사랑이 보일까? 사랑이 소용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나는 과연 보낼 수 있을까? 그런 질문 말이죠.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예요. 영화를 찍어가다 보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에서 사랑은 그저 사랑이 아니었고, 삶은 그저 삶이 아니었다. 사랑을 껴안는 것은 동시에 삶을 껴안는 것이었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은 결국 삶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그러니 답은 어쩌면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남자의 곁에 다가온 생의 마지막 사랑이라니. 그것은 연애를 둘러싼 사치스런 선택이 아니다. 삶의 의지에 대한 가장 절대적이고 절실한 확인일 것이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70대 노인들의 질펀한 사랑을 흥겹게 퍼 담은 데뷔작 <죽어도 좋아!>부터 AIDS 보균자의 절절한 사랑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흥행작 <너는 내 운명>까지 박진표 감독은 언제나 극한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겁 모르는 로맨티스트였고, 그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애를 끓게 만드는 단장 <斷腸>의 연가였다. 지난 2월 10일 첫 촬영에 들어간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남자와 그 과정을 함께하는 장례 지도사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의 덫에 걸린 인간들의 나약한 순간을 놓치지 않지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냉소적인 적 없었던 박진표 감독이야 말로 ‘가슴 먹먹한 애절한 사랑영화’를 소개해 줄 가장 친절한 가이드일 것이다. <러브스토리> 같은 세계인의 클래식부터, 21세기 가장 처연한 러브스토리 <브로크백 마운틴>까지 나아간 그의 추천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봤다”는 코끼리와 인간의 눈물 쏙 빼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인도영화 <신상>에 까지 이르렀다. 다음은 박진표 감독이 눈물로 추천한 ‘멜로 영화 1교시’다.
1. <라스트 콘서트> (Stella, Dedicato A Una Stella)
1976년 │ 루이지 코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이 아프다, 죽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아프다, 죽는다, 슬프다.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희.노.애.락.을 자신의 문학을 통해 원형화 시킨 것처럼, <라스트 콘서트>는 이후 대부분의 영화들이 반복하거나 변형하고 있는 모든 통속 멜로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너는 내 운명>도, 지금 찍고 있는 <내 사랑 내 곁에>도 이 영화가 부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무대 위에서 리차드가 ‘스텔라를 위한 협주곡’(Adagio Concerto)을 연주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텔라가 행복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는 ‘라스트 콘서트’ 시퀀스는 지금 봐도 너무 아름답죠.”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여자 스텔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 피아니스트 리차드.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소멸해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리차드의 예술혼은 스텔라를 만나면서 다시금 생동적인 기운을 얻게 된다.
2.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년 │ 감독 허진호
“스무 번도 더 본 영화예요. 울고 싶을 때마다 보고, 볼 때 마다 울어요. (웃음) 특히 다림이 돌을 던져 사진관 유리창을 깨는 장면은 가슴이 찢어지죠. 20여 분 동안 별다른 대사 없이 흘러가다가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마치 내 마음에 누군가가 돌을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머리로는 계산 안 되는, 바로 심장으로 직진해 들어오는 그런 슬픔인 거죠.”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남자 정원(한석규). 평온하고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불쑥 한 여자가 뛰어 들어온다. 주차 단속 요원으로 일하는 귀여운 아가씨 다림(심은하)의 호기심 어린 관심은 점점 사랑으로 번져가고, 두 사람의 감정은 여름비를 맞으며 서서히 익어간다. 그러나 정원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故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자, 결혼과 함께 은퇴한 배우 심은하의 가장 생기 있는 시절을 담아낸 영화.
3. <러브스토리> (Love Story)
1970년 │ 감독 아더 힐러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사랑영화’에 고전이 있다면 제목부터 너무나 정직하고 분명한 <러브스토리>, 바로 이 영화일거예요. 초등학교 때였나,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처음 본 이후로 “우-우우우-우우” 그 익숙한 음악이 흐르면 머릿속은 온통 아이스크림 같은 눈으로 장난을 치던 올리버와 제니가 떠올라요. 그러다 자동적으로 이 이야기의 슬픈 결말을 생각하면서 울컥해지죠.”
캠퍼스 커플 올리버와 제니. 부호의 자식인 올리버와 가난한 집 딸인 제니와의 만남은 순탄하지 않고 결국 두 사람은 부모에게 등을 돌린 채 궁핍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에릭 시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예요.” 라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제니 역의 알리 맥그로우의 미소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건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4. <첨밀밀> (甛蜜蜜)
1996년 │ 감독 진가신
“반환 후의 홍콩과 중국 본토인들의 유입, 미국 이민에 이르기까지 다분히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이 교묘하게 녹아있는 영화에요. 하지만 그건 머리로 볼 때 보이는 거고, 마음으로 보면 헤어진 연인들의 절절한 그리움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영화인 것 같아요. 아, 서먹했던 두 사람을 마법처럼 이어준 등려군의 노래 ‘월양대표아적심’을 빼놓으면 섭섭하고요. (웃음) 이요가 길거리에서 개죽음 당한 표형의 등 뒤에 새겨진 미키마우스 문신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다가 다시 울먹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해요.”
풍운의 꿈을 안고 홍콩 땅을 밟은 소군(여명). 그는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것 같은 이 비정한 도시에서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운 이요(장만옥)를 만나 우정과 위안을 나눈다. 각자 결혼을 하고 그저 서로에 대한 그리움만을 안은 채 살아가던 두 사람. 세월이 흘러 기회의 땅 아메리카, 뉴욕의 어느 길목에서 들려온 등려군의 사망 소식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엇갈려온 두 사람의 동선을 비로소 한 꼭짓점을 향하도록 돌려놓는다.
5.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년 │ 이안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브로크백’이란 산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과연 이토록 절절했을까? 그들이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도시에 살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라면 아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카메라가 멀찌감치 떨어져 그 울창한 ‘브로크백 마운틴’을 배경으로 몸싸움을 하며 장난치는 잭과 애니스를 비추는데, 마치 아름다운 사슴 두 마리가 뛰노는 것 같더라고요. 평범한 스트레이트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사랑에 질투가 날 정도였어요. 우정에 애정이 플러스 된 관계, 결국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질투 날 만큼 절절하게 느껴진 탓이겠죠.”
방목하는 양떼를 지키는 일을 맡아 여름 한 철을 함께 보낸 잭(제이크 질렌할)과 에니스(히스 레저). 그 짧은 고립의 나날들은 둘 사이에 우정을 뛰어넘는 비밀스런 감정을 잉태해낸다. 그러나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금지된 사랑은 결국 브로크백 마운틴의 어느 계곡에 안타깝게 수장된다. 멜로 영화의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가장 은밀하고 매혹적인 고봉(高峯).
“이제 저만 잘 하면 되는 거죠. (웃음)”
“전도연, 황정민, 설경구. 항상 제 무기는 배우였잖아요. 미친 듯이 말라가고 있는 김명민씨도 오랫동안 기른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하지원씨도 너무 잘하고 있어요. 이제 저만 잘 하면 되는 거죠. (웃음)” 올 가을 개봉할 박진표 감독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는 앞으로 3개월 간 부산을 중심으로 진해, 진주를 오가며 촬영 될 예정이다.
“결국 만들게 되는 모든 영화는 내 자신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던 것 같아요. 죽음을 앞두면 과연 내게 사랑이 보일까? 사랑이 소용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나는 과연 보낼 수 있을까? 그런 질문 말이죠.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예요. 영화를 찍어가다 보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진표 감독의 영화에서 사랑은 그저 사랑이 아니었고, 삶은 그저 삶이 아니었다. 사랑을 껴안는 것은 동시에 삶을 껴안는 것이었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은 결국 삶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그러니 답은 어쩌면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남자의 곁에 다가온 생의 마지막 사랑이라니. 그것은 연애를 둘러싼 사치스런 선택이 아니다. 삶의 의지에 대한 가장 절대적이고 절실한 확인일 것이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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