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날아야 하지만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새와 같다. 케이블 TV 업계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지난 3월 2일 취임한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신임 협회장은 18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케이블 TV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처럼 날개가 부러진 새에 비유했다. 실제로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큰 그림 아래 KT와 SK텔레콤 같은 거대 IPTV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2012년까지 모든 방송이 물리적으로 디지털화 되어야 하는데도 디지털케이블 보급률은 일반 케이블에 비교해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이동통신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도 있지만 이미 90% 이상을 3대 이동통신사가 점유해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앞으로 3년 동안 케이블 협회를 이끌 길종섭 신임 협회장에겐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이 요구된다. 무사에 주자 만루인 상황에 등판한 그는 과연 어떤 승부구를 가지고 있을까. 다음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 내용이다.
“아날로그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지킬 수 있는 건 케이블 TV 뿐”
정부가 IPTV에 대해 호의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케이블 협회장으로서의 입장은 어떤가.
길종섭: 기본적으로 어떤 정권이든 사업을 이끌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해 그 중 가장 괜찮은 것을 골라 성과를 이루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편애하는 것으로 흘러가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정책적으로 학교의 교육용 방송 시설을 IPTV로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미 학교에는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한 케이블망이 많이 깔려있다. 차라리 두 사업자가 교육 서비스를 놓고 공정하게 경쟁할 때 더 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매체인 IPTV를 육성하는 건 좋지만 그것을 유료 방송시장의 활성화라는 좀 더 큰 그림 안에서 진행하면 서로 다른 플랫폼들이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블 역시 지원을 받았을 때 케이블만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있나.
길종섭: 2012년이 되면 한국의 아날로그 방송은 끝난다. 이 때 분명 시청의 사각지대가 생길 거라 본다. 누군가가 시청권을 박탈당한다는 건 정치적 의미가 큰일이다. 이 때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전환해 시청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건 케이블 TV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 IPTV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콘텐츠 적인 면에서의 변별점은 없나. 케이블 PP(방송채널사업자)의 경우 IPTV로의 진출도 고려할 수 있을 텐데.
길종섭: 정부에선 IPTV가 방송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꿀 요술상자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각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케이블을 트나 IPTV를 트나 똑같은 연예인이 나와 똑같은 웃음을 준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사실 그런 면에서 노력해야 할 것은 후발주자인 IPTV겠지만 우리 역시 tvN의 <월드스페셜 LOVE>처럼 공익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PP의 경우 IPTV라는 새 시장을 반길지 모르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판권 문제와 SO(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입 문제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IPTV 쪽으로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전환만이 케이블 업계가 살아남는 길”
디지털 전환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문제는 오히려 디지털케이블 인구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디지털케이블 전환을 어떤 방식으로 서두를 생각인가.
길종섭: 올해 목표가 전체 케이블 인구 대비 30% 디지털케이블 변환 확보다. 현재 케이블 TV 가입자가 약 1500만 가구니 약 450만 가구 정도다. 물론 이것은 협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희망이 섞인 예상 수치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 가입자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적은 편이라 지방 SO들은 조금 천천히 전환하는 중이다. 하지만 모두들 디지털 전환만이 현재의 변화에서 케이블 업계가 살아남는 길이란 건 알고 있다. 역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변환을 위해 필요한 엄청난 자금인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어떻게 개정될지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지상파만 고려했지만 현재 비지상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지원도 논의되는 만큼 4월 임시국회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 TV의 서비스 자체를 좀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있을 텐데.
길종섭: 물론이다. 그래서 올 상반기 안에 지역별 어떤 SO이건 간에 장르별로 채널 번호를 통일할 계획이다. 영화는 100번대, 스포츠는 200번대, 뉴스는 300번대인 식으로. 지난 이사회 때 얘기했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지역의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 진행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업자도 있겠지만 이건 강행할 생각이다.
최근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케이블 TV 사업자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활하도록 한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일 것 같다.
길종섭: 사실 많은 SO들이 기반 지역에 밀착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정책이 SO들에겐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로 볼 때 그래선 안 된다고 본다. 근래의 모든 정권의 전반적 흐름이 사업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이번 정권은 그런 성향이 더 강하다. 케이블 TV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다가 두 기구가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만을 받는 건 규제 완화의 맥락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업을 위해 일일이 여러 개의 지방자치단체와 상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까지 받는 건 현 정권의 기조에도 맞지 않는 것 아닌가. 다행히도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케이블 TV 사업 사무의 지방 이양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융합 시대의 새로운 협회장으로서 통신시장 진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길종섭: 기본적으로 케이블 TV 사업자 역시 유무선 통합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해 2010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고, 진정한 방송과 통신의 결합상품을 출시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통신사업에 진입할 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사실 정부는 IPTV 육성을 위해 KT와 SK텔레콤, LG텔콤과 같은 거대 사업자가 방송 영역에 진입하는 장벽을 대폭 낮춰주었다. 우리와는 게임도 안 되는 자본력을 가진 회사들이 이렇게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우리가 통신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도 도매망 임대료(이동통신사업을 위해 배정받는 주파수의 가격)를 사전규제해 적절한 가격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봐달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사진제공_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날로그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지킬 수 있는 건 케이블 TV 뿐”
정부가 IPTV에 대해 호의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케이블 협회장으로서의 입장은 어떤가.
길종섭: 기본적으로 어떤 정권이든 사업을 이끌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해 그 중 가장 괜찮은 것을 골라 성과를 이루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편애하는 것으로 흘러가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정책적으로 학교의 교육용 방송 시설을 IPTV로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미 학교에는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한 케이블망이 많이 깔려있다. 차라리 두 사업자가 교육 서비스를 놓고 공정하게 경쟁할 때 더 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매체인 IPTV를 육성하는 건 좋지만 그것을 유료 방송시장의 활성화라는 좀 더 큰 그림 안에서 진행하면 서로 다른 플랫폼들이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블 역시 지원을 받았을 때 케이블만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있나.
길종섭: 2012년이 되면 한국의 아날로그 방송은 끝난다. 이 때 분명 시청의 사각지대가 생길 거라 본다. 누군가가 시청권을 박탈당한다는 건 정치적 의미가 큰일이다. 이 때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전환해 시청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건 케이블 TV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 IPTV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콘텐츠 적인 면에서의 변별점은 없나. 케이블 PP(방송채널사업자)의 경우 IPTV로의 진출도 고려할 수 있을 텐데.
길종섭: 정부에선 IPTV가 방송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꿀 요술상자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각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케이블을 트나 IPTV를 트나 똑같은 연예인이 나와 똑같은 웃음을 준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사실 그런 면에서 노력해야 할 것은 후발주자인 IPTV겠지만 우리 역시 tvN의 <월드스페셜 LOVE>처럼 공익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PP의 경우 IPTV라는 새 시장을 반길지 모르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판권 문제와 SO(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입 문제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IPTV 쪽으로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전환만이 케이블 업계가 살아남는 길”
디지털 전환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문제는 오히려 디지털케이블 인구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디지털케이블 전환을 어떤 방식으로 서두를 생각인가.
길종섭: 올해 목표가 전체 케이블 인구 대비 30% 디지털케이블 변환 확보다. 현재 케이블 TV 가입자가 약 1500만 가구니 약 450만 가구 정도다. 물론 이것은 협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희망이 섞인 예상 수치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 가입자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적은 편이라 지방 SO들은 조금 천천히 전환하는 중이다. 하지만 모두들 디지털 전환만이 현재의 변화에서 케이블 업계가 살아남는 길이란 건 알고 있다. 역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변환을 위해 필요한 엄청난 자금인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어떻게 개정될지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지상파만 고려했지만 현재 비지상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지원도 논의되는 만큼 4월 임시국회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 TV의 서비스 자체를 좀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있을 텐데.
길종섭: 물론이다. 그래서 올 상반기 안에 지역별 어떤 SO이건 간에 장르별로 채널 번호를 통일할 계획이다. 영화는 100번대, 스포츠는 200번대, 뉴스는 300번대인 식으로. 지난 이사회 때 얘기했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지역의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 진행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업자도 있겠지만 이건 강행할 생각이다.
최근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케이블 TV 사업자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활하도록 한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일 것 같다.
길종섭: 사실 많은 SO들이 기반 지역에 밀착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정책이 SO들에겐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로 볼 때 그래선 안 된다고 본다. 근래의 모든 정권의 전반적 흐름이 사업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이번 정권은 그런 성향이 더 강하다. 케이블 TV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다가 두 기구가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만을 받는 건 규제 완화의 맥락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업을 위해 일일이 여러 개의 지방자치단체와 상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까지 받는 건 현 정권의 기조에도 맞지 않는 것 아닌가. 다행히도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케이블 TV 사업 사무의 지방 이양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융합 시대의 새로운 협회장으로서 통신시장 진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길종섭: 기본적으로 케이블 TV 사업자 역시 유무선 통합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해 2010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고, 진정한 방송과 통신의 결합상품을 출시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통신사업에 진입할 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사실 정부는 IPTV 육성을 위해 KT와 SK텔레콤, LG텔콤과 같은 거대 사업자가 방송 영역에 진입하는 장벽을 대폭 낮춰주었다. 우리와는 게임도 안 되는 자본력을 가진 회사들이 이렇게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우리가 통신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도 도매망 임대료(이동통신사업을 위해 배정받는 주파수의 가격)를 사전규제해 적절한 가격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봐달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사진제공_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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